PDF문서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하여.pdf

닫기

background image

-  1  -

그림 

1. 

뉘른베르크의 

나들러(Jörg 

Nadler)  출판  (출처:  위키메디아)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하여

권진호  (목원대학교  신학과  교회사  교수)

1.  들어가는  말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믿음의  신기원을  이루고 

변혁을  일으킨  인물로  간주할  수  있다.  루터의  동

시대인들은  루터를  말라기  4장  5절에  따라  이스라

엘인들이  종말에  기대한  선지자  엘리야와  연관시켰

다.  물론  루터는  이  구절을  육체적인  엘리야의  회

귀로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  대신  그는  자

신의  행동을,  구약시대에  닥칠  심판과  멸망을  선포

하면서  사람들을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로  되돌리고

자  원했던  선지자의  의식과  유사하다고  보았다.1)

루터와  그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루터

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중요한  교

량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독일

과  유럽  사회의  발전을  위한  선구자적인  루터의  신

학과  사상의  주제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유,  정확히 

말해  ‘그리스도인의  자유’이다.  루터  이전에  어느 

누구도  자유를  신학의  주제로  삼은  이는  없다.  물

론  루터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적  혹은  정치적  자유

가  아니라,  정신적-영적인  개념의  자유였지만,  이 

개념은  사회와  정치  영역을  관통하며  영향을  끼쳤

다.  독일  개신교회(EKD)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며  종교개혁이  독일과  유럽의  종교,  문

화,  사회,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  끼친  영향력과  의의를  설명하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

년을  위한  진단과  전망”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  그리스도인의  존재를  ‘자유’

로  규정하였다.2)  자유에  대한  루터의  언급은  그  시기에는  유일한  것이었고,  자유는  루터에게 

있어  중심적인  신학  주제였다.3) 

그의  자유사상이  매우  탁월하게  전개된  것은  1520년에  나온  세  개의  종교개혁  작품가운데  하

나인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하여”(그림  1  참조)4)이다.  물론  루터는  그  이전에  자유라는  주

1)  Irene  Dingel,  “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1520)  -  Historische  und 

theologische  Aspekte”,  in:  I.  Dingel  et  al.  ed.,  Meilensteine  der  Reformation. 
Schlüsseldokumente  der  frühen  Wirksamkeit  Martin  Luthers  (Gütersloh,  2014),  122.

2)  https://goo.gl/CTchpC.  -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위한  진단과  전망”에  대해서는  권진호,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위한  진단과  전망,”  「한국교회사학회지」  40  (2015),  9-40  참조.

3)  언어통계에  따르면  1517년부터  1530년까지  나온  독일어  루터  작품에서만  무려  5000개의  증거들이 

발견된다.  Cf.  Irene  Dingel,  “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1520)”,  123.

4)  번역으로  지원용  역,  『종교개혁  3대  논문』  (서울:  컨콜디아사,  1993),  245-308;  김광채  역,  『그리스챤

의  자유』  (서울:  좋은땅,  2013);  존딜렌버거  편/  이형기  역,    『루터  저작선』  (서울:  크리스챤다이제스
트,  1994),  83-132;  이선희  역,    『그리스도인  자유에  관한  논고』  (대전:  도서출판  복음,  2006);  한인
철  역,  『그리스도인의  자유』  (서울:  도서출판  경건,  1996)가  있다.  -  이하  “그리스도인의  자유”로  약
함.


background image

-  2  -

제를  다루었는데,  루터가  1517년  말(즉  95개  논제를  작성하고  공포한  이후)  그의  이름을 

‘Luder’(루터의  본래의  성)에서  ‘Luther’로  바꾼  사실이  그  예이다.  루터는  1517년  10월  31

일  마인츠의  대주교  알브레히트에게  보내는  편지에  “거룩한  신학박사로  부름  받은  아우구스티

누스회  수도사  마르틴  루터”(Martinus  Luther  August[inianus]  Doctor  S.  Theologie 

vocatus)로  서명하였다(WA  Br  1,112,69-71).  또한  루터는  열정적인  인문주의자들의  방식에 

따라  헬라어  ‘eleutherius’,  즉  ‘자유한  자’를  때때로  사용하기도  하였고,  이  이름으로  1519년 

1월  말까지  서명하였다.  그  후에  그는  ‘루터’란  이름을  평생  사용하였다.  루터가  이러한  개명

으로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는  오늘날까지  해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1517년  말,  즉  면죄부를 

신학적으로  비판하던  시기에  루터가  그리스도  및  그의  진리와  하나됨  속에서  자유를  확신했음

은  분명하다.5) 

루터의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유독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나님 

앞에서의  인간  및  사회적  관계  속에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은  분량으로  그렇게  분명하고도  상

세하게  서술한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항상  루터의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서론으로  사용되어왔다. 

2.  저술  배경

1)  루터는  면죄부관행을  비판하는  95개  논제를  공포함으로  로마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였다. 

당시  책임자였던  마인츠의  대주교  알브레히트는  95개  논제를  로마에  전했고,  로마  교회는  루

터에  대한  소송절차를  밟기  시작하였다.  루터가  1518년  카예탄의  심문을  받고  1519년  라이프

치히  논쟁을  하였을  때  그의  입장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되자,  로마  교

황청은  우선적으로  1520년  6월  15일  파문위협교서  “주여  일어나소서”(Exsurge  Domine)로 

루터를  위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이  루터에게  통하지  않자,  로마  교회는  1521년  1월  3

일  교서  “로마의  교황에게  어울리는  것”(Decet  Romanum  pontificem)을  통하여  루터를  파

문하였다. 

파문을  예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파문위협교서와  그것이  현실이  된  파문사이에서  “그리스인

의  자유”는  저술되었다.  이  작품의  저술에는  두  가지  모티브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첫  번째 

동기는  오히려  전술적인  고려이다.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작센의  귀족  밀티츠(Karl  von 

Miltitz)가  루터의  일을  놓고  로마  교황청과  루터  진영사이에서  중재하려는  시도와  관련된다. 

밀티츠는  루터에게  자신의  견해를  가능한  한  기본적이고도  논쟁적이지  않게  작성하여  교황  레

오  10세에게  보내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라

틴어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와,  이  작품이  레오  10세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에  첨부되어  발송된 

이유를  엿보게  된다.  루터가  어쩔  수  없이  쓰긴  했지만  교황만을  수신자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가  서신과  작품을  독일어로  썼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두  번째  동기는  루터가  파

문의  위협과  파문의  실현  사이에서의  분명한  긴장과  강요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움직인  복

음의  본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루터가  교황  앞에서 

학자들의  언어인  라틴어로  자신을  해명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복음에  대한  이해와  묵상  가

운데  얻게된  중심적인  통찰들을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원했다는  사실은  그의  공개적인 

신학이  갖는  내용적인  특징과  잘  어울린다.6) 

교황의  파문위협교서가  10월  10일  비텐베르크에  도착한  지  이틀  후에,  루터는  밀티츠에게,  교

5)  R.  쉬바르츠/  정병식  역,  『마틴  루터』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07),  104-5.
6)  Cf.  Dietrich  Korsch  ed.,  Martin  Luther.  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  (Leipzig, 

2016),  72-3.


background image

-  3  -

황에게  보내기로  계획한  개인적인  서신에  작은  작품을  동봉하기로  약속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자유”이다.  이  작품은  독일어  본(WA  7,20-38)과,  독일어본을  교정하고  확대한 

라틴어본(WA  7,49-73)이  있다.  레오  10세에게  보내는  서신[다음  4장  참조]  또한  두  가지  언

어(WA  7,3-11.  42-49)로  되었는데,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유”  앞  부분에서  헌사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서신은  사실상  교황  레오와  교황제도에  대한  루터의  입장에  관한 

소논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터는  이  공개서한과  “그리스도인의  자유”의  이중  소책자

를  구성상  하나로  저술하였다. 

루터는  자신의  작품이  교황의  파문과  관련된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

해  그  저술  날짜를  파문위협교서가  에크에  의해  독일  마이센(Meißen)에서  공포되기(9월  21일) 

전인  9월  6일로  정했다.  1520년  11월  20일경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라틴어판과 

독일어판이  동시에  출판되었다.

2)  “그리스도인의  자유”의  중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칭의론이다.  이것은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교수로서  시편과  바울서신들을  강의하면서  줄곧  숙고해온  주제이다.  1519/20년  비

텐베르크  대학의  토론을  위해  내놓은  루터의  논제  역시  믿음을  통한  칭의  문제와  이에  상응하

는  성례전  이해를  주로  다루었다.  또한  루터는  인간의  죄와  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관하여 

학문적으로  숙고하는  동시에  이  시기에  출판된  비텐베르크  설교들과  논고에  자신의  새로운  통

찰들을  덧붙였다.  죄와  의라는  주제를  다룬  루터의  첫  논고는  1518년  말에  나온  “세  종류의 

의에  관한  설교”와  1519년  초에  나온  “두  종류의  의에  관한  설교”이다.  루터는  1520년  초에 

“선행에  관하여”라는  작품에서  믿음에  의한  의라는  주제를  다시금  다루었다.  루터는  십계명에 

대한  해석에서  오직  믿음이  제  1계명의  요구를  성취하며,  믿음만이  인간에게  요구되는  그  밖

의  모든  행위들이  선하게  될  수  있는  유일한  근원이라고  설명하였다.  1520년  가을에  루터는 

동일한  문제를  다른  음조로  “그리스도인의  자유”에서  다루었다.  믿음과  행위(선행),  칭의에  관

한  주제를  다룬  작품가운데  ”선행에  관하여“와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작품이

다.7)   

3.  작품  내용  요약8)

루터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유하고  의롭게  되며,  그렇게  자유한  사람이  어떻게  행위

로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각  부분에  맞는  두  명제를  처음에  제시한다(§1-2).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존재이며,  (성 

바울이  자주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인에게  선사하여  준  자유가  어떤  것

인지를  우리가  철저히  인식할  수  있도록,  나는  다음의  두  명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스도

인은  만물을  지배하는  자유한  주인이며  누구에게도  종속되어  있지  않다.  그리스도인은  만물에 

대해  섬기는  종이며  모든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다”(WA  7,20,25-21,4).  그리스도인은  모든  만

물위의  자유로운  주인인  동시에  모든  만물을  섬기는  종이라는  모순적인  명제는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본성에  의해  뒷받침되어진다.  즉,  한편으로  그리스도인은  영적인  본성  혹은  영혼으로   

영적인,  새로운,  그리고  내적인  인간이고,  다른  한편으로  그리스도인은  육적인  본성  혹은  육신

으로  육적인,  옛,  그리고  외적인  인간이다.

1)  루터는  우선  속사람(내적인  인간)에  관해  다룬다(§  3-18).  먼저,  그리스도인은  믿음  안에서 

자유를  갖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영혼  혹은  속사람이,  의로운  존재와  자유,  악한  존재와  포

7)  Cf.  R.  쉬바르츠,  『마틴  루터』,  187-8.  -  “선행에  관하여”에  대한  요약으로  앞의책,  188-190  참조.
8)  라틴어본에  비해  독일어본은  30개의  절로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여기서는  독일어본의  절(§로  표시)

에  따라  내용을  요약하고자  한다.


background image

-  4  -

로됨을  결정하는  곳이다(자유의  위치).  영혼이나  속사람은  육이나  외적인  것에  의미를  갖지만, 

그  반대는  성립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외적인  경건연습과  육체의  외적인  상태는  영혼에  아

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영혼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오직  말씀이다(solum  verbum).  영

혼은  하나님의  말씀  이외에  다른  것은  전혀  필요치  않다(마  4:4).  “영혼은,  하늘에서나,  혹은 

의롭고  자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고  있는  땅위에서,  거룩한  복음,  즉  그리스도에  의해  설교

된  하나님의  말씀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  영혼은  다른  모든  것은  없어도  괜찮지

만,  하나님의  말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외에는  그  어떤  것도  영혼을  돕지 

못한다.  영혼이  말씀을  가지게  되면,  그것은  다른  것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고  말씀으로 

넉넉하며,  영혼은  말씀에서  양식,  기쁨,  평화,  빛,  은혜,  의,  진리,  지혜,  자유,  그리고  모든  좋

은  것을  넘치게  소유한다”(WA  7,22,3-14).  하나님의  말씀은  행위  없이  오직  믿음으로  이루어

지는  칭의에  관한  복음이다(sola  gratia).  믿음만이  하나님의  말씀을  유익하고  효과적으로  사

용하는바(sola  fide),  믿음은  속사람을  의롭게  하고  그리스도인으로  만든다((요  6:28-9).  이  하

나님의  말씀은  율법과  약속의  형태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율법은  성취할  수  없는  요구를  통하

여  인간  자신의  선에  대한  무능  앞에서  자신의  능력에  절망하고  죄를  깨닫도록  하는  반면,  하

나님의  약속인  복음은  율법이  요구하는  것을  선물로  주고,  율법이  명령하는  것을  성취한다. 

결국,  하나님  홀로  스스로  명령하시고(계명/율법),  또한  하나님  홀로  스스로  성취하신다.

루터는  복음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는  믿음만이  사람을  의롭게  하고  의를  가져다  준다

는  사실을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가지고  설명한다.  첫째,  영혼은  믿음

을  통하여  말씀과  하나가  된다.  루터는  믿음이  그리스도인을  말씀과  하나되게  하며  말씀의  모

든  능력들에  참여하도록  만든다고  가르친다.  믿음을  통하여  요한복음  1장  12절에  나오는  하나

님의  자녀됨의  약속이  성취된다.  믿음과  말씀이  하나됨은  단순히  외적이거나  우연한  것이  아

니라  총체적인  것이기에  영혼은  말씀처럼  된다.  이  과정을  루터는  불에  놓여있는  쇠의  모습을 

가지고  묘사한다.  쇠가  불처럼  빨갛게  되는  것처럼,  믿음을  가진  사람  역시  말씀을  통하여  완

전히  변화되고  말씀의  본성들에  참여하게  된다.  믿음이  그렇게  말씀과  하나되기  때문에,  그리

스도인은  의롭게  되기  위해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율법과  계명의 

강요아래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자유하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유이다.  이것은  그리

스도인이  나태하게  산다는  것이  아니라,  의와  구원을  위해  행위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둘째,  영혼은  믿음을  통하여  진리와  하나된다.  믿음은  말씀을  진리로  여기는바,  이

를  통해  하나님에게  영예를  돌리며  이로써  첫  계명이  성취되고  선한  행위를  이루기  때문에, 

결국  믿음은  의롭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믿음은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을  참

된  존재로  인정하기  때문에  의롭게  한다는  것이다.  믿음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이다.  믿는  자는,  믿는  대상이  진실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불신은  누군가에서  가해질  수  있는  최고의  수치이다.  셋째,  영혼은  믿음

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  루터는  여기서  ‘즐거운  교환’이라는  성  버나드의  결혼신비

주의적인  비유를  들어  영혼과  그리스도의  하나됨을  설명한다.  “믿음은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

과  동일하게  되고  모든  은혜로  충만하여  자유하고  복되도록  만들뿐만  아니라,  마치  신랑과  신

부처럼  영혼을  그리스도와  연합시킨다.  이런  결혼의  결과는  성  바울이  말하는  것처럼(엡 

5:30),  그리스도와  영혼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양편의  재화,  행복  혹은  불행,  그리고 

모든  것들은  공동의  것이  된다.  그리스도가  가진  것은  믿는  영혼의  소유가  되고,  영혼이  가지

고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소유가  된다.  만일  그리스도가  모든  재화와  모든  축복을  갖고  있다

면,  그것들은  영혼  자신의  것이다.  영혼이  모든  악덕과  죄를  갖고  있다면,  이것들은  그리스도


background image

-  5  -

의  소유가  된다.  여기서  즐거운  교환과  싸움이  일어난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인  동시에  인간인

바,  결코  죄를  지은  적이  없으며,  그의  의는  정복당할  수  없으며  영원하고  전능하다.  이제  그

가  믿는  영혼의  죄를  신부의  반지(즉  믿음)를  통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고  마치  자신이  그것을 

행한  것처럼  행한다면,  그  죄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삼켜지고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다.  왜냐

하면  그의  정복당할  수  없는  의는  모든  죄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혼은  오직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약혼  선물,  즉  믿음  때문에,  모든  자신의  죄로부터  풀려나  자유하게  되고,  신

랑  그리스도의  영원한  의를  갖추게  된다.  부유하고  고귀하고  의로운  신랑  그리스도가  가난하

고  업신여김을  받는  악한  창녀와  결혼하여  그녀를  모든  악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모든  좋은  것

으로  치장해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즐거운  결혼식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죄가  그녀를  저

주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모든  죄들은  그리스도위에  놓여  있고,  그  안에  삼켜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신랑으로부터  풍족한  의를  가지게  되어,  비록  모든  죄가  그녀에게  놓

여  있다  할지라도  그녀는  다시  한번  죄에  대항해  굳게  설  수  있다”(WA  7,25,26-26,10).  결

국,  모든  계명의  성취는  오직  믿음으로  이루어진다.  오직  하나님만을  경외하라는  제  1계명은 

선행을  행함으로가  아니라  믿음으로만  성취가능하다.  하나님을  송축하며  진실한  분이라고  고

백하는  것은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  1계명을  성취하는  자만이 

다른  모든  계명을  성취할  수  있다.  계명은  믿음으로  성취되고,  행위는  그  열매로  뒤따라오는 

것이다.

루터는  다음으로  그리스도의  몫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해  말한다.  이것은  믿음의 

결과에  대한  심화,  다시  말해  합일  사상  혹은  즐거운  교환이라는  경험의  심화이다.  그리스도

는  믿는  영혼에게  그  자신의  왕  및  제사장  직무에  참여하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아

버지의  참된  장자로서  (제롬  이후로  장자의  권리를  창세기  49장  3절을  근거로  주장되어)  제사

장  및  왕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왕과  제사장  직무라는  그리스도의  이중적인  직무는 

그리스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는  그것을  모든  신앙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스도인은  만물에  대하여  왕과  같은  자유가  있고,  하나님  앞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목적으로  자유로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제사장직무를  갖는다.   

2)  두  번째  부분은  겉사람(외적인  인간)에  대해  다룬다(§  19-20).  그리스도인은  자유  안에서 

값없이  하나님을  섬기는  행위들을  한다.  그리스도인은  믿음  안에서  자유를  갖고  있지만,  육신 

안에는  세상을  섬기려  하고  쾌락을  추구하고자  하는  완고한  의지가  있다.  이러한  의지는  선행

을  통하여  믿음의  영혼에  닮게  된다(롬  7:22-23;  고전  9:27;  갈  5:24).  루터는  선행의  근거를 

구원을  얻기  위한  칭의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에  대한  자발적인  사랑으로  보았다.  루터는  또

한  사람(인격)과  행위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한다.  불신앙이  행위를  악하게  만드는  것이며,  믿

음안에서의  행위만이  선하다.  왜냐하면  믿음이  칭의를  통하여  행위를  하나님  마음에  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루터는  마태복음  7장  18절을  설명하면서  “선하고  경건한  행위가  선하고  경

건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하고  경건한  사람이  선하고  경건한  행위를  한다.  그래서 

어느  경우든  사람이  모든  선행  이전에  먼저  선하고  경건해야  하고,  선행이  경건하고  선한  사

람을  뒤따라  나온다”(WA  7,32,5-9)고  말한다.

다음으로  루터는  이웃에  대한  자유한  사랑에서  나오는  선행을  다룬다.  이웃에  대한  행위의  동

기가  언급되는데,  선행이란  자기  자신과  이웃을  위해서  필요하며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

은  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심  없이  자발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이웃  앞에서  잘못된 

의도로,  즉  사랑으로  행해지지  않은  선행은  잘못된  행위이다.  그리스도는  이웃을  섬기는데  있

어  그리스도인에게  모범이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그리스도를  통


background image

-  6  -

하여  행하신  것처럼,  이웃에게  행하며  결국  이웃에게  소위  ‘두  번째  그리스도’가  된다.  그리스

도인은  비록  자유한  하나님의  자녀일지라도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어준다. 

왜냐하면  성서에는  이웃을  자발적으로  섬기는  모범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마리아,  바울,  그

리스도).  그리스도인은  세상  당국에도  복종하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함이다(롬 

13:1이하).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도록  하는  모범이  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모범을  뒤따라  이웃의  자리에  서고,  그  동료가  구원에  이르는  것을  바랄  뿐이다. 

그리스도인은  교회  및  다른  인간적인  규정들로부터  완전히  자유하지만,  이웃이  하나님에게  적

대적으로  행동하지만  않는다면  그  이웃을  위해  그러한  규정들을  따른다.  인간에  대한  그리스

도의  사랑은  그리스도인에게로  옮겨가며,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와  종이  된

다.  이것으로  그리스도인은  자유한  동시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신  안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이웃  안에서  산다.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을  통하여  이웃 

안에서  산다.  그리스도인은  믿음을  통하여  자신을  넘어  하나님께로  가며,  그는  다시  사랑을 

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자신  아래로  온다.  하지만  그는  항상  하나님과  그의  사랑  가운데  머문

다.  ...  보라  이것이  참되고  영적인  그리스도인의  자유이다”(WA  7,38,6-13).

4.  작품의  특징

1)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독일어본과  라틴어본이  동시에  비텐베르크의  그루넨베르크

(Johannes  Rhau-Grunenberg)에서    출판되었다.9)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자들  간에는  루터

가  어떤  언어로  먼저  작품을  썼는가에  대해  논쟁하기도  한다.  이미  오래전에  마우러(W. 

Maurer)는  독일어본이  원래  처음  쓰여진  것이고,  그  이후에  자세하게  라틴어로  번역된  것이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쉬톨트(B.  Stolt)는  독일어본과  라틴어본을  비교하여  “라틴어  본은  독

일어판을  기초로  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루터는  중세의  설교작성  방식을  따라  먼저  라

틴어  개념으로  내용을  설계한  후에  식자층을  위해  라틴어판을,  일반  대중을  위해서는  기본사

상을  강조한  독일어판을  각각  작성했다는  것이다.10)  그녀는  또한  루터의  “그리스도인의  자유” 

작품은  수사학적인  규칙에  엄격하게  따라  작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루터  권위자인  쉬

바르츠(R.  Schwarz)는  독일어  본이  나온  후에  루터가  라틴어판을  작업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이  오늘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11)

하지만  루터의  두  판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이  신학적인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학적 

표현  양식과  분량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식자층이  사용하는  언어가  라틴어였기  때문에 

루터는  라틴어판에서는  신학적으로  보다  정밀한  표현을  시도했고,  일반대중을  위한  독일어본

에서는  내용을  보다  평이하게  간단하게  서술하였다.  라틴어본에는  독일어본에  없는  서론과  부

록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어판과  라틴어판은  몇  부분이  많이  길거나  짧은  내용으로  되어  있거

나  생략되었다는  점  외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동일한  내용전개가  두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있다.  언어와  논증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독자가  다르다는  점에

서  비롯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독일어본이  라틴어본의  영향력을  능가했다는  사실이며,  또한 

9)  (라틴어)  EPISTOLA  LVTHERIANA  //  AD  LEONEM  DECIMVM  SVM  =  /  MVM  PONTIFICEM.  // 

TRACTATVS  DE  LIBER  =  /  TATE  CHRISTIA  =  //  NA.  //.  //  Vuittembergae. 

      (독일어)  Von  der  Freyheyt  //  eyniß  Christen  //  menschen.  //  Martinus  Luther.  // 

Vuittenbergae.  //  Anno  Domini  //  1520.  //   

10)  Cf.  한인철  역,  『그리스도인의  자유』,  4.
11)  독일어본과  라틴어본의  생성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R.  Rieger,  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  De  libertate  christiana  (Tübingen,  2007),  5-12  참조.


background image

-  7  -

독일어판이  문체에  있어서도  힘차고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2)  루터의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교황  레오  10세에게  보내는  공개서한(Epistola  Lutheriana 

ad  Leonem  X.  summum  pontificem)과  구성상  하나로  되어  있다고  앞서  언급하였다.  사실 

루터는  이  공개서한을  10월  말에  라틴어로  먼저  썼고,  후에  공개서한을  모든  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독일어로  번역하였다.12)  이  서신에는  한편으로는  지상에서  사탄의  지배와  권력의  중심

인  교황제도와  교황청에  대한  용감무쌍한  공격과,  다른  한편으로는  레오라는  개인적인  존재에 

대한  형제의  사랑으로  목회상담적인  섬김  사이에서의  긴장이  엿보인다. 

이  서신의  어조는  본래  의도와  일치하게  온건하였다.13)  루터는  사과할  용의가  있었고,  자신이 

교황  개인에  대항할  어떤  악의도  없으며  교황이  자신을  언쟁이나  다툼을  원하지  않는  존재로 

여길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루터는  교황청의  부패한  삶이  아니라  그릇된  가르침에  초점을  맞

추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교황에게  순응할  태세가  있음을  확언

한다.  복음의  자유를  가르치는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자신의  가르침을  취소하는  상황만  아

니라면,  교황청과  화해를  진심으로  원하였다. 

5.  나가는  말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루터가  쓴  작품가운데  걸작에  속한다.  리츨(Albrecht  Ritschl, 

1822-1889)은  이  작품의  라틴어판을  “루터의  종교개혁  프로그램  자체”라고  보았다.  덧붙여 

“우리는  ...  종교적인  자유에  대한  루터  사상의  내용  없이는  가톨릭의  이상에  대항한  그리스도

인의  삶의  복음적  이상을  전혀  밝혀낼  수  없을  것이다”라고  보았다.14)  또한  저명한  가톨릭  교

회사가  로르츠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종교개혁자의  모든  작품가운데  가장  경건한  작품”이

라고  평가했다.  또한  “루터의  작품가운데  이보다  더욱  가톨릭  교인들을  슬프게  하는  작품은 

없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교회의  개혁을  위하여  루터라는  매우  평범치  않은  그리스도인으

로서의  능력이  교회  안에서  달성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이  작품의  가치를  평가했다.15)  이  작품이야말로  루터에게  있어  (그가  교황  레오  10세에

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쓴  것처럼)  “그리스도인  삶의  전체  요약”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  작품이  갖는  의미와  성공은  1520년에서  1525년  사이에  출판된  인쇄수량만으로도  추측가능

하다.  불과  짧은  이  기간  동안  20개의  독일어  판(그  가운데  한  개의  저지독일어  판,  라틴어로

부터  번역된  한  개의  독일어  판이  있음)과  8개의  라틴어  판이  출판되었다.  루터의  이  작품은 

종교개혁에서  자유라는  말이  중세  가톨릭  교황교회의  구속하는  권력  앞에서  하나님  말씀의  자

유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구호가  되도록  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그리스도인의  믿음의  본질을  자유로  표현한  핵심적인  작품임에도  불구

하고  자유에  대한  루터의  사상을  부분적으로  오해하거나  왜곡되게  해석하여  종교개혁이  상이

한  방향으로  전개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세상적인  지배질서로부터  자유를  요구하고  나서거

나,  루터의  겉사람과  속사람의  차이를  통일적으로  이해하지  못하여  영적인  차원에만  몰입하는 

12)  서점상은  투기의  목적으로  독일어로  된  공개서한을  이전에  별도로  인쇄하여  출판했다.  그래서  루터

는  독일어판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위해  새  헌사를  써야  했는데,  1521년  츠빅카우의  시장이  된  뮐
포르트(H.  Mühlphordt)가  그  대상이  되었다.

13)  Cf.  한인철  역,  『그리스도인의  자유』,  2-3.  -  이  공개서한은  루터  편에서  볼  때  교황과의  화해를  위

한  마지막  시도였다.  그러나  이  서한과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교황으로부터  어떤  반향도  얻어내지 
못했고,  그  이후의  관계에서도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그래서  학자들  중에는  이  서한이  교황에게 
전해졌는가에  회의를  표하기도  한다.

14)  Christian  Danz,  Einführung  in  die  Theologie  Martin  Luthers  (Darmstadt,  201̂̂3),  54-5  재인

용.

15)  J.  Lortz,  Die  Reformation  in  Deutschland  (Freiburg,  1982),  232-3.


background image

-  8  -

현상들이  대표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