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 문학 작품과 구약성서의 병행 본문 연구(법조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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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문을 중심으로 ━
Ⅰ. 들어가는 말
지난 두 번(<신학과 현장> 15, 16집)의 연구를 통해 구약성서의 지혜서와 시가서의 주제, 형식 등이 고대 근동의 문학 작품들과 유사했음을 살필 수 있었다.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되는 법조문 또한 다른 고대 근동의 법조문들과 유사한 병행 본문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질 것이다.
현재 우리가 소지하고 있는 구약성서 5경안에는 “계약 법전(Covenant Code)”(출애굽기 20장 22절-23장 19절), “신명기 법전(Deuteronomic Code)”(신명기 12장-26장), “성결 법전(Holiness Code)”(레위기 17장-26장)등 3개의 중요한 법전을 포함하여 여러 법조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고대 근동에서도 수메르인, 고대 바빌로니아인, 고대 히타이트인, 중기 앗수르인들이 여러 법조문들을 남겼다.
이 가운데에서 특히 함무라비 법전과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법조문 사이의 유사성은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은 이 둘 모두 같은 문학적 양식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주 비슷한 규정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하여 우르-남무 법전, 에쉬눈나 법전, 히타이트 법전, 중기 앗수르 법전을 표본으로 삼아 이 법조문들과 성서의 법조문들의 유사성을 살피기로 한다.
Ⅱ. 고대 근동의 법전들
1. 함무라비 법전(The Code of Hammurabi)
1) 법전 개요
“함무라비 법전”은 기원전 1728-1686년까지 고대 바벨론 제국의 황제였던 함무라비가 자신의 정부가 표방한 법사상과 도덕적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포한 법 이론과 정치학 그리고 사회 조직에 대한 기록물이다. 1901년 프랑스의 탐험대가 페르시아의 옛 수도 수사에서 상부에는 왕이 샤마쉬 신에게서 법전을 받는 그림으로 여겨지는 부조가 새겨져 있고 이 부조 밑에는 설형문자로 전문, 282개의 법조문, 후문이 새겨져 있는 높이 2.25m의 돌기둥을 발견했다. 이 돌기둥은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함무라비 법전의 원본인 셈이다.
법조문을 살펴보면 형량을 범법자의 신분에 따라 차등을 두게 함으로써 계급적인 법제도를 인정하며 동해복수형을 준수하는 등 고대적인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나 사법(私法) 규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대의 법보다는 보다 진보된 내용을 지니고 있다.
(1) 1조-25조: 각종 위반과 범죄-무고, 거짓 증거, 부패한 재판관, 도둑질, 강도, 유괴 등
(2) 26조-99조: 재산에 관한 규정-군 복무시의 재산 관리, 전답의 양도 및 관리, 소작인에 대한 규정, 담보를 전제로 한 대여, 관개, 가축과 과수원 관리, 임대, 이자 등
(3) 100조-126조: 상거래에 관한 규정-무역, 상품의 판매와 수송, 담보, 채무, 채무에 의한 인신 저당, 금품의 위탁 등
(4) 127조-161조: 혼인 관계법(가족 관련법)-혼인의 성립과 쌍방의 권리, 간통, 혼외정사, 강간, 남편 부재 시의 재혼, 이혼, 근친상간 등
(5) 162조-177조: 상속에 관한 규정-혼수지참금, 남자의 상속, 상속권의 박탈, 과부의 재산, 첩의 딸에 대한 유산 분배 등
(6) 178조-184조: 신전 종사자에 대한 규정-여 사제
(7) 185조-194조: 가족 제도-아들의 신분 부여, 입양, 유아의 양육 등
(8) 195조-214조: 폭행 및 인명, 재산 손상에 대한 규정-존속 상해, 상해, 구타, 임산부에 대한 상해 등
(9) 215조-240조: 전문직 및 기능직 종사자-외과 의사, 수의사, 목수, 선박 종사자와 선원 등
(10) 241조-267조: 농사일과 그에 관련된 범법 규정-소와 관련된 내용, 남에게 상해를 입힌 소 주인에 대한 조치, 농기구의 절도 등
(11) 268조-277조: 임차와 임금에 대한 규정-가축과 마차의 임대, 노동자 및 기술자에 대한 보수, 선박의 임차 등
(12) 278조-282조: 노예에 대한 추가 규정-노예의 매매와 반환, 외국인 노예의 매입 등
2) 병행 본문
제1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인죄로 고소했는데 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고소인은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
무고에 관한 규정으로 출애굽기 23장 1절-3절, 신명기 19장 16-19절과 병행을 이룬다.
제8조: 만일 어떤 사람이 정부 관리나 신전 소유의 소나 양을 훔쳤다면 훔친 가축의 3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하며 평민 소유의 소나 양을 훔쳤다면 훔친 가축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그러나 만일 그 도둑이 훔친 가축에 대해 부과된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
도둑질에 대한 규정으로 출애굽기 20장 15절, 신명기 5장 19절, 22장 1절-4절, 레위기 19장 11절-13절과 유사하다.
제14조: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가정의 식구를 유괴해 노예로 팔았다면 그는 사형에 처한다.
유괴에 관한 규정으로 출애굽기 21장 16절과 신명기 24장 7절의 내용과 유사하다.
제21조: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집 벽에 구멍을 뚫고 침입해 강도질을 했다면 사형에 처한다. 이 경우 처형은 구멍 바깥에서 집행될 것이며 죄수의 시신은 그 구멍 안에 묻는다.
강도질에 관련된 내용으로 출애굽기 22장 2절-3절과 병행된다.
제117조: 만약 어떤 사람이 채무를 변상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나 아내 혹은 자신의 아들, 딸을 채권자의 노예로 팔리는 경우에 채권자는 이들을 3년이 넘도록 노예로 계약할 수 없고 4년이 시작되는 때에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채무에 의한 인신 저당에 관련된 내용으로 출애굽기 21장 2절-11절, 신명기 15장 12절-18절과 유사하다.
제120조: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곡식을 곡물 창고에 보관했다가 그 곡식이 손상되었거나 도난당한 사실을 발견하고 신전에서 이 사실을 선서하면 곡물 창고 주인은 잃어버린 곡식 가치의 2배를 맡긴 곡식 주인에게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맡긴 재산의 손실에 관련된 내용으로 출애굽기 22장 7절-8절과 병행된다.
제129조: 만일 어떤 한 사람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침하다가 잡히면 두 사람을 묶어 강물에 던지는 시련법(ordeal)을 시행한다. 그러나 여자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용서한다면 왕은 그녀의 상대자를 용서할 수 있다.
간통 법에 관한 내용으로 신명기 22장 22절에 언급되어 있다.
제130조: 만일 어떤 사람이 혼기에 달해 약혼하고 아직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한 여인을 강간하다가 잡히면 그 남자는 사형에 처해져야 하지만 여자는 무죄가 되어야 한다.
강간에 관한 내용으로 신명기 22장 23절-27절과 병행을 이룬다.
제132조: 만일 어떤 사람의 아내가 다른 사람과 동침했다고 고소를 당했지만 현장에서 잡힌 것이 아닌 경우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녀 자신이 강물에 던져지는 시련법이 선고된다.
간통죄 판별에 관한 내용으로 민수기 5장 11절-31절과 유사하다.
제144조: 만일 어떤 사람이 나디투 여사제와 결혼했는데 여사제인 아내가 남편에게 노예를 주어 그 노예 여자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는 그 노예 여자와 결혼할 수 없다.
제145조: 만일 어떤 사람이 나디투 여사제와 결혼했는데 여사제인 아내가 남편의 아이를 낳을 노예 여자와 사전에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그 남자는 그 노예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노예 여자의 법적 지위는 나디투보다 열등하다.
제146조: 만약 나디투 여사제와 그녀의 남편의 아이를 낳기로 계약한 노예 여자가 자신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나디투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디투는 그녀를 집에서 부리는 종의 신분으로 나추거나 낙인을 찍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나디투는 그 노예 여자를 팔아서는 안 된다.
제147조: 만약에 나디투 여사제와 그녀의 남편의 아이를 낳기로 계약한 노예 여자가 아이를 낳지 못 했는데도 나디투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면 나디투는 그녀를 팔아도 가하다.
일련의 이 조항들은 노예 여자를 씨받이로 사용하는 내용으로 창세기 16장 1절-15절(사래가 여종 하갈을 아브람에게 주어 이스마엘을 낳게 함), 창세기 21장 9절-21절(사라가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쫓게 함)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제154조: 만일 어떤 사람이 그의 딸과 동침한다면 그는 도시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근친상간에 관한 내용으로 레위기 18장 6절-18절, 20장 10절-21절, 신명기 27장 20절-23절에 동일한 주제들이 언급된다.
제195조: 만일 어떤 사람이 그의 부친을 구타했다면 그의 손을 절단해야 한다.
존속 상해와 관련된 내용으로 출애굽기 21장 15절에 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언급된다.
제196조: 만일 어떤 사람이 귀족 계급(최고 신분 계급)에 속한 자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에게는 눈을 멀게 하는 형벌이 선고된다.
제197조: 만일 어떤 사람이 자유인(두 번째 신분 계급)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에게는 뼈를 부러뜨리는 형이 선고된다.
제198조: 만일 어떤 사람이 평민(세 번째 신분 계급)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리면 은 18온스의 벌금에 처한다.
제199조: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노예(네 번째 신분 계급)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리면 노예 값의 절반의 벌금에 처한다.
제200조: 동일한 신분 계급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이를 부러뜨렸다면 동일하게 이를 부러뜨린다.
일련의 이 조항들은 상해에 관련된 내용들인데 동일한 신분 계급에 속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 상해에 대해서는 동해복수법이 시행되었으며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상해에 대해서는 상해보상법이 준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해 복수 법에 대해서는 레위기 24장 19절-20절, 출애굽기 21장 23절-25절, 신명기 19장 21절에 언급되어 있다.
제209조: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딸을 때려 그녀로 유산하게 했다면 6온스의 벌금에 처한다.
상해 유산에 관련된 내용인데 출애굽기 21장 22절-23절에 언급되어 있다.
제251조: 받는 버릇이 있는 소를 잘 단속하지 않은 평민 소유의 소에 의해 귀족이 받혔다면 소 주인은 은 18온스를 배상해야 한다.
농경문화 속에서 흔히 있게 되는 짐승에 의한 상해 보상에 관련된 내용인데 출애굽기 21장 28절-36절에 언급되고 있다.
2. 우르-남무 법전(Laws of Ur-Nammu)
1) 법전 개요
“우르-남무 법전”은 기원전 2113-2096년에 우르 제3왕조의 통치자였던 우르-남무가 반포한 법전으로서 현재까지 발견된 법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대 근동 지방의 법전이다. 니푸르에서 발견된 첫 번째 사본에서는 서문과 5개의 법조항만이 판독이 가능했으나 우르에서 두 번째의 점토판이 추가로 발견되어 57개의 법조항 가운데 부분적으로나마 판독이 가능한 법조항은 40개에 이르게 되었다. 살인, 강간, 상해, 노비관계, 결혼, 위증 등 여러 영역에서 “함무라비 법전”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으나 상해에 관한 규정 중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주로 동해복수법이 준수되고 있음에 비해 “우르-남무 법전”에서는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상해보상의 원칙이 준수된다.
2) 병행 본문
제4조: 만일 한 남자의 아내가 자신의 요염함을 이용하여 한 남자를 유혹해 그와 동침했다면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석방시킬 것이다.
간음에 관련된 내용으로 레위기 20장 10절에 유사한 주제가 등장한다.
제5조: 만일 한 사람이 처녀나 다른 사람이 소유한 여종의 순결을 빼앗았다면 그 남자는 은 5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강간에 관한 내용으로 신명기 22장 28-29절과 유사하다.
제10조: 만일 한 사람이 자신의 아내와 어느 한 남자와의 부정을 의심해 그 남자를 고소했다면 그를 시련의 강으로 데리고 가서 무죄를 증명할 것이고 만일 그의 무죄가 입증되면 그를 데려간 자는 은 3세겔을 그 남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제11조: 만일 한 사람이 자신의 아내의 부정을 의심해 고소했다면 그 여인을 시련의 강으로 데리고 가서 무죄를 증명할 것이고 만일 그녀의 무죄가 입증되면 그 남자는 그녀에게 은 1/3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간통죄와 그 죄의 판별에 관련된 내용으로 간통죄는 출애굽기 22장 22절과 간통죄 판별은 민수기 5장 11절-13절의 “의심의 제의”와 병행된다. 이 내용은 함무라비 법전 129조, 132조와 유사하나 우르-남무 법전에서는 무죄가 입증되었을 때의 보상까지 언급한 점이 상이하다.
제15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타인의 발을 절단시켰다면 은 10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제16조: 만일 한 사람이 격투 중에 곤봉으로 다른 사람의 수족을 부러뜨렸다면 은 1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17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구리칼로 타인의 코를 잘랐다면 은 2/3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19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타인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은 2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상해에 관련된 내용들로서 함무라비 법전 195조-200조의 내용과 유사하나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주로 동해복수법이 준수되는 데에 반해 우르-남무 법전에서는 보상법이 준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약성서 병행 본문은 함무라비 법전 195조-200조의 병행 본문을 참고할 것.
제25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증인으로 나섰다가 그가 진술한 내용이 위증으로 밝혀지면 그는 은 15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제26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증인으로 나서 법정 선서를 한 후에 진술을 거부한다면 그 사람도 그 소송에서 소송당해야 한다.
위증에 관련된 내용으로 신명기 19장 16절-21절과 병행을 이룬다.
3. 에쉬눈나 법전(The Law of Eshnuna)
1)법전 개요
“에쉬눈나 법전”은 기원전 19세기 고대 바벨론 시대에 에쉬눈나를 통치했던 다두샤에 의해 반포된 법전이다. 발굴 당시 이 법전은 아카드어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현재 60 여개의 법조문이 판독되어 있다. 법조문에는 일용품들의 값, 마차와 배의 임차, 일꾼들의 품삯, 결혼, 이혼과 간음, 강간과 폭행, 짐승이 사람을 위해했을 때의 처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2) 병행 본문
제12조: 대낮에 타인의 밭에서 곡식을 취하다가 잡힌 사람에게는 은 10세겔의 벌금을 물리되 밤중에 타인의 밭에서 곡식을 취하다 잡힌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제13조: 대낮에 남의 집에 침입했다가 잡혀 온 사람에게는 은 10세겔의 벌금에 처하고 밤에 남의 집에 침입했다가 잡혀 온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밤과 낮의 범죄에 차등을 두어 처리하는 이러한 법조문은 출애굽기 22장 2절-3절과 병행을 이룬다.
제17조: 어느 한 사람이 신부를 취할 때에는 그의 장인의 집에 신부의 몸값을 치러야한다.
신부의 몸값을 언급한 이 법조문은 상황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출애굽기 22장 16절-17절과 유사하다.
제31조: 만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여자 노예의 순결을 빼앗았으면 그는 은 1/3미나를 지불해야 하며 그 여자 노예는 본래 주인의 재산으로 남는다.
여자 노예에 대한 강간을 언급한 이 법조문은 레위기 19장 20절-22절과 유사하다.
제36조: 만일 한 사람이 그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는데 그 재산이 도둑이 들어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보관인은 재산을 맡긴 자의 재산을 물어줘야 한다.
제37조: 만일 한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는데 그 재산이 도둑이나 기타의 원인으로 보관인의 재산과 함께 사라졌을 때 보관인은 신전에 가서 자신의 무죄를 고백할 경우 재산을 맡긴 자는 보관자에게 재산의 반환을 요구하지 못한다.
재산의 보관과 관련된 이 조항은 출애굽기 22장 7절-15절과 유사하다.
제42조: 만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코를 다치게 하거나 자르면 그는 은 1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눈을 다치게 했다면 은 1미나, 이빨과 귀는 1/2미나, 얼굴을 구타했을 때는 은 10세겔을 각각 지불해야 한다.
제43조: 만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절단했다면 은 2/3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44조: 만일 한 사람이 언쟁 중에 다른 사람의 손을 부러뜨리면 은 1/2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45조: 만일 그가 다리를 부러뜨렸다면 은 1/2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46조: 만일 그가 .....를 부러뜨리면 은 2/3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47조: 만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타하면 은 10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상해에 관련된 내용들로서 함무라비 법전 195조-200조, 우르-남무 법전 15조-19조의 내용과 유사하나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주로 동해복수법이 준수되는 데에 반해 우르-남무 법전이나 에쉬눈나 법전에서는 보상법이 준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약성서 병행 본문은 함무라비 법전 195조-200조의 병행 본문에 언급된 레위기 24장 17절-21절, 출애굽기 21장 23절-25절, 신명기 19장 21절을 참고할 것.
제53조: 만일 소가 다른 소를 들이받아 죽였다면 양쪽 소 주인은 살아 있는 소 값과 죽은 소의 고기를 나누어 가질 것이다.
받는 소에 의해 다른 소가 죽게 된 경우를 적시하고 있는 이 법조항은 출애굽기 21장 35절과 정확하게 일치된다.
제54조: 만일 황소의 주인이 자신의 소가 습관적으로 잘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소 주인에게 고지하였으나 그가 그 소의 뿔을 제거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그 사람이 죽게 되면 황소의 주인은 은 2/3미나를 지불해야 한다.
제55조: 만일 황소가 노예를 뿔로 받아 죽게 되면 황소 주인은 은 15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받는 버릇이 있는 소를 잘 관리하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 사고에 관한 이 조항들은 출애굽기 21장 29절-32절과 유사하다.
4. 히타이트 법전(The Hittite Code)
1) 법전 개요
“히타이트 법전”은 기원전 1450-1200 사이에 존재했던 히타이트 제국의 법적 견해를 드러낸다. 1893년 후반기에 고고학자들은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금의 터어키 중심부의 하투사스에서 10,000여개의 점토판을 발견했는데 이 점토판 가운데 “히타이트 법전”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 법전은 1915년에 이르러서야 판독되었다.
“히타이트 법전”은 어떠한 범죄에 대한 처벌보다는 손실에 대한 보상을 선호했고, 사형에 처하기보다는 신체적 처벌을 선호했으며 점차적으로 이 신체적 처벌보다는 벌금을 더 선호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이 법전에는 예전의 법조항을 설명하고 난 후에 “그러나 지금은........”라는 형식을 취한다.
히타이트 법전의 병행 본문은 “신명기 법전”과 “성결 법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병행 본문은 다음과 같다.
2) 병행 본문
제193조: 만일 결혼한 남자가 죽었다면 그의 형제가 미망인과 결혼해야만 한다. 만일 그의 형제도 죽었다면 그의 아버지가 그 미망인과 결혼해야 한다. 만일 그의 아버지도 죽었다면 그의 형제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이 그 미망인과 결혼해야 한다. 이러한 위임은 죄가 될 수 없다.
소위 시 형제 결혼제도(수혼 제도 혹은 계대 결혼제도)에 대한 규정으로 신명기 25장 5절-25절, 창세기 38장, 룻기 4장과 병행을 이룬다.
제195조: 만약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형제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형제의 아내와 동침했다면 사형에 처한다. 만약 어느 한 사람이 딸을 가진 부인과 결혼하고 나서 그 의붓딸과 동침했다면 사형에 처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장모나 처제와 동침했다면 사형에 처한다.
근친상간에 대한 규정으로 레위기 18장 6절-18절과 기술적인 용어의 사용까지 병행을 이룬다.
5. 중기 앗수르 법전(The Middle Assyrian Code)
1) 법전 개요
“중기 앗수르 법전”은 기원전 1115-1077경 앗수르 제국의 황제였던 디글랏빌레셀에 의해 편찬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의 앗수르 제국 정부의 사회적 관심사-특히 법적인 죄와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목표로 한 사법적인 개혁 프로그램-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1903년 독일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이라크의 앗수르 지역에서 설형문자로 기록된 이 중기 앗수르 법전의 일부가 발견되었다. 아마도 원래의 중기 앗수르 법전은 함무라비 법전과 유사한 문학적인 양식을 띤 4000행으로 구성된 보다 긴 법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구약성서의 “계약 법전”, “성결 법전”, “신명기 법전”에서 이 중기 앗수르 법전의 법조문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2) 병행 본문
제8조: 만약에 어떤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한 여인이 그의 고환 가운데 하나를 상하게 했다면 손가락 한 개를 절단해야 하며 만일 치료 후에 보니 다른 한 쪽의 고환도 상하게 되었다면 두 눈을 멀게 해야 한다.
싸움 중에 있게 되는 남성 생식기의 손상에 관한 내용으로서 신명기 25장 11절-12절과 유사하다.
제20조: 만약에 어떤 남자가 다른 남자와 동침했다면 소송 절차를 거쳐 거세시킨다.
남성 동성연애에 관한 규정으로 레위기 20장 13절과 병행된다.
제47조: 만일 어느 한 남자나 여자가 마약이나 마법적인 물건을 준비했다가 자신의 소유물 속에서 발견되게 되면 소송 절하를 거쳐 사형에 처한다.
무당이나 기타 사교(邪敎)를 금지한 내용으로 출애굽기 22장 18절, 레위기 20장 27절, 사무엘상 28장 3절에서 유사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Ⅲ. 나오는 말
이와 같이 구약성서의 법전들과 고대 근동의 법전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내용, 형식, 기능 면에서 대략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병행들은 바빌론과 이스라엘의 문화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고 공유된 가치를 가진 두 문화가 동일한 법적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데 있어서 동일한 과정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단순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구약성서의 법전들이 주로 종교(예배)와 관련된 내용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에 반해 고대 근동의 법전들은 민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형법에 관해서 고대 근동의 법전들이 주로 조건문을 앞세우는 결의적(casuistic)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성서의 법조문에서는 필연적(apodictic) 형식을 취하고 있거나 비록 그 조항들이 결의적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필연적인 것이 깃들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법조문은 아주 엄격하게 개인들에게 임무를 부과하고 있는 조약 규정으로 이해되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이스라엘에 있어서는 계약과 율법이 분리될 수 없었음을 암시한다. 결론적으로 고대 근동의 법전들은 정의를 목적으로 했다면 히브리인들은 유일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삶이 목적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