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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칼 로저스(Carl Rogers)의 내담자 중심 상담
1. 생애
로저스는 1902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는 모두 엄격한 정통 기독교 신자였다. 그 영향으로 로저스는 위스콘신대학교 2학년 때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에 그는 20세의 나이로, “우리 세대에 세계를 복음화하자”라는 표어로 북경에서 열린 세계기독교학생연합회 주최의 집회에 미국 대표의 한 사람으로 참가해 그 곳에서 6개월을 보냈다. 이때 서로 다른 지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로저스의 인간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때의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그는 “나는 그 때부터 비로소 양친의 사상이자 나의 사상이기도 했던 편견들로부터 벗어나, 오직 나만의 목표와 가치, 목적, 철학 등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라고 술회했다.
위스콘신대학을 졸업한 후, 로저스는 얼마동안 뉴욕에 있는 자유주의적 성향의 유니온신학교에서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연구했다. 그러나 종교적인 구속에 환멸을 느껴, 2년만에 신학교를 그만두고, 콜롬비아대학의 사범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그 곳에서 임상 및 교육심리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12년 동안 뉴욕 로체스터에 있는 아동지도센타에서 일했는데, 이때 그의 치료법의 경향은 이전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요법에서 ‘내담자중심 요법’(client-centered therapy)으로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그후 오하이오주립대학, 시카고대학, 위스콘신대학 등에서 심리학을 강의했으며, 1963년에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WBSI(Western Behavioral Science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1968년에는 인간연구소(Center for the Studies of the Person)를 설립해 집단감수성 훈련그룹, 대인관계 등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지속했다. 1974년에 로저스와 그의 동료들은 ‘내담자중심상담’을 ‘인간중심상담’으로 고쳐서 부르고 그의 상담이론을 상담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교육, 사회사업, 종교, 조직개발 심지어 국제관계에까지 적용하려고 노력하였고, 그는 1987년에 생을 마감했다.
칼 로저스는 정신분석요법이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요법에 대한 반동으로 내담자 중심 상담을 개발하였는데, 본질적으로 내담자 중심의 접근방법은 인본주의 상담의 한 분파이다. 로저스는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심리치료법의 탁월성을 광범위하게 인정받은 사람이다. 프로이드를 제외한다면 로저스만큼 목회상담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인본주의 심리학을 포괄적으로 취급하기보다는 로저스의 접근방법만을 다루고자 한다.
2. 주요개념들
1) 인간이해
내담자 중심상담은 프로이드와는 달리 인간 본성 속에 본질적인 부정적 경향이 있다는 견해를 거부한다. 여러 다른 견해들은 인간성을 논하면서 인간본성은 사회화되지 못하면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이요 자신의 자아나 타인들에 대해 파괴적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로저스는 인간을 깊이 신뢰한다. 그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발전하려 하며 자신의 기능을 완전히 발휘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깊은 내면에는 적극적인 선을 소유한 존재라고 평가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신뢰받을 만하며, 동시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협동성을 가지며 건설적이므로 그들이 갖고 있는 공격적인 충동들을 통제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인간 개개인은 자아실현을 향하는 능력을 천부적으로 받아 태어났다고 보는 철학적 견해 때문에, 상담자는 상담과정에서 우선적인 책임을 내담자에게 둔다. 즉 내담자는 상담자의 지시를 단순히 따르기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모습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단능력을 능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인간이 때때로 비정한 살인의 감정, 이상한 충동과 반사회적 행동을 나타내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인간본성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고, 그 개인의 유기체적 경험들(organismic experience)과 자아(self) 사이의 부조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상담의 목표
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내담자로 하여금 ‘충분히 기능하는 인간’(fully functioning person)이 되도록 도울 수 있는 분위기를 준비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담자의 현재 쓰고 있는 가면 뒤에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위협에 대항하기 위하여 위장수단을 개발하여 가면처럼 표면을 가리워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장난이나 농담을 하면서 타인들에게 진실한 자기를 숨기려하며, 다른 사람을 속이려고 애쓰는 동안에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어, 본래 타고난 자기와 다른 가면적인 인간이 되어버린다.
상담과정에서 가면적인 자신의 겉사람이 벗겨져버리면 가면 뒤에 숨겨진 참인간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로저스는 점차 자기 완성을 지향하여 성장해나가는 인격의 특성을 다음 네 가지로 기술하고 있다. ① 자신의 체험에 열려짐, ② 자신의 독특한 능력을 신뢰함, ③ 자신의 독특성에 근거하여 자신을 평가함, ④ 성장하려고 즐겨 자신을 헌신함. 바로 이 네 가지 특성이 내담자중심상담의 기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1) 체험에의 개방
체험에의 개방은 현실을 왜곡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을 점점 더 실재 그대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신념이 경직화되지 않고, 새로운 지식과 성장에 계속 열려져 있어 애매성까지도 용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체험에 개방된 사람들은 현재의 순간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으며, 새롭게 자신을 체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2) 자기의 독자성(organism)을 신뢰함
상담의 목표중 하나는 내담자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 상담의 초기 단계에 내담자는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여 거의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제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자신 속에 내재해 있음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담자에게 충고와 대답을 구한다. 그러나 내담자들이 차츰 자신들의 체험에 개방되어 나갈 때 그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3) 자기의 독자성에 근거한 자기 평가
자기 신뢰와 관련해서 자기의 독자성에 근거하여 자기 평가를 내린다는 의미는 존재의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더욱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내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의 인격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타인들의 평가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자기완성을 지향하는 사람은 자기의 내면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들은 타인의 보편적인 평가를 자기의 독자성에 근거한 자기평가로 대체시킨다.
(4) 성장과정으로서의 자아개념
성취로서의 자아의 개념에 반대되는 성장과정으로서의 자아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내담자는 상담하러 올 때 결과적인 성취의 개념을 갖고 올 수 있다. 즉 성공적이요 행복한 상태를 성취하기 위한 모종의 방법을 찾아오는 것이 사실이나 그들은 결국 성장은 계속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직된 실체를 구하기 보다 내담자들은 상담하는 동안 자신들의 갖고 있는 지각과 신념에 계속적으로 도전을 받아 새로운 체험과 수정에 개방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보듯 상담자는 내담자를 위한 특수한 목표를 선택하지 않는다. 내담자중심이론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개념은 상담자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보다, 내담자 스스로가 상담관계 속에서 상담의 목표를 명확히하고 명백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상담에서 내담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특수한 목표를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담자 자신이 스스로의 길을 찾게 한다는 개념은 말하기는 쉬워도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독자성에 합당한 방향을 따르도록 격려해 주려면, 상담자는 내담자를 신뢰하고 존중할 뿐만 아니라 용기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특별히 내담자가 선택하는 목표가 상담자가 바라는 목표와 다를 때는 더욱 그렇다.
3) 상담자의 기능과 역할
내담자 중심상담에서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에게 어떤 것을 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상담의 기교를 수행하는 자로서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존재방식과 태도를 갖고 상담에 임하는 자로서 특징지을 수 있다. 내담자와의 인간대 인간의 만남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실 상담자에게는 특별한 역할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상담자는 협조적인 관계를 조성하여 내담자로 하여금 이제까지 인식하기를 거절했거나 왜곡시켜온 삶의 영역을 탐구하는데 필수적인 자유를 경험하게 해주는 일을 한다.
(1) 상담에서 내담자의 경험
내담자는 상담자를 찾아올 때 부조화(incongruence)의 상태에 있다. 즉 내담자의 자아인식과 현실에서의 경험 사이에 불일치를 갖고 내담자는 상담하러 온다. 예를 들면, 대학생이 장래에 세계적인 핵 물리학자가 되고자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그런데 대학에서 그의 성적은 보통이하여서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꿈은 실현 불가능이 되었을 때, 그 대학생이 되려고 하는 이상적인 자기 개념(ideal-self concept)과 그의 성적에서 보여주는 실재적인 자기 모습(actual-self)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있어, 자신감을 잃고 불안에 빠지며 드디어는 상담자를 찾아오게 된다. 즉 내담자의 자아개념은 이상적 자아를 상정하지만 그의 경험을 통해 인식되는 실제적 자아 사이에 불일치가 있음을 인식할 때에 내담자는 상담상황 속으로 들어온다.
내담자는 처음에 상담자가 분명한 대답이나 지시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마술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는 전문가로 상담자를 본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찾는 기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근본적인 무기력과 무능력을 느끼며 결단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관리할만한 능력이 없음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교훈을 통하여 탈출구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담자 중심상담에서는 내담자는 곧 자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장본인이 자기 자신임을 배우게 되며, 상담관계를 통하여 더 깊은 자기이해를 얻을 수 있는 자유를 배울 수 있게 된다.
상담 초기에서 내담자의 행위와 감정을 특징 지운다면, 극단적으로 경직된 신념과 태도, 내적인 폐쇄성, 진실성의 결여, 자신의 감정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감각,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어 보여주기 싫어함, 자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인격의 분열과 단편화, 친밀감에의 공포, 모든 부정적 감정들과 문제들의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상담자가 조성하는 상담 분위기 속에서 내담자는 안전감과 신뢰감을 가지고 자신의 현상세계의 숨겨진 부분들을 찾아 낼 수 있다. 상담자의 진실성(조화), 내담자의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임, 내담자의 타고난 독특성을 깨닫는 능력 등으로 내담자는 차츰 방어의 벽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면서 가면적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참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상담이 진행되어 나가면서, 내담자는 점점 더 완전하게 자신의 감정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제 내담자는 이제까지 너무 부정적이어서 자기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받아들이기를 거절하던 감정들, 공포, 불안, 죄책, 수치, 미움, 분노 등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는 덜 위축되고, 덜 왜곡시키며, 자아에 관련하여 서로 모순되고 혼동되는 감정들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담자는 모든 내적 경험에 더 개방적이 되어가며, 덜 자기 방어적이고, 현재의 순간에 자신이 느끼는 그것에 더 깊은 접촉을 시도하며 과거에 매어 있지 않고, 덜 결정론적이 되며, 더 자유스럽게 결단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된다.
(2) 상담관계의 핵심으로서 상담자의 자세
세 가지 상담자의 인격적 특성, 또는 태도가 상담관계의 중심을 이루고, 상담과정의 핵심을 이루는데, 그것은 조화, 무조건적 적극적 존중, 그리고 공감이다.
A. 조화 (Congruence, 또는 진실성, 순수성)
세 가지 상담자의 자세의 태도 가운데 조화는 가장 중요하다. 조화는 상담자가 진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내적 갈등의 모습을 이해하고(반드시 극복했다는 뜻은 아님) 그리하여 내적 통일을 이루고 진실하다는 말이다. 상담자는 거짓된 가면을 결코 쓰지 않으며, 그의 내면에서 경험하는 체험과 그 체험의 외적인 표현이 일치하며, 내담자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과 마음자세들을 있는 그대로 개방하여 표현한다. 진실성 있는 상담자는 자발적이요, 자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정들과 마음자세들에--긍정적이든 부정적인 것이든--개방적이다.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들일지라도 표현하므로서(그리고 받아들임으로서)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사이에 솔직한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인간 대 인간관계를 통하여 상담자는 내담자의 성장뿐만 아니라, 상담자 자신의 자기완성을 수행해 나간다.
순수성을 지닌다는 것은 상담하는 동안에 상담자의 분노, 좌절감, 좋아함, 매력, 관심, 권태, 귀찮음 등 모든 감정을 쏟아놓아야 하는 것을 뜻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상담자는 모든 감정들을 충동적으로 털어놓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노출 역시 합당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내담자를 대하는 행동을 다르게 할 때 상담은 장애를 받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상담자가 내담자를 싫어하거나 비난하면서도 겉으로는 용납하는 체 한다면 상담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상담자의 조화 또는 순수성은 완전해야 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전부냐 무냐의 범주에 속한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과정에 속한 것이다.
B. 무조건적 적극적 배려(또는 긍정적 존중, 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상담자의 돌봄은 무조건적이어서 내담자의 감정, 사상, 그리고 선악간의 행동의 가치 평가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용납하는데 어떤 조건들을 부가함이 없이 존중하고 온정미 있는 수용을 하여야 한다. 이것은 “네가...한다면 너를 수용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나는 너를 현재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이다. 그리고 내담자가 자기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소유하고 표현하더라도 상담자의 용납이나 존중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상담자는 내담자를 가르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내담자의 모든 행동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조건적 적극적 배려의 개념도 역시 전부냐 무냐의 범주에 속한 것은 아니다. 조화에서와 같이 이것은 계속적인 과정에 속하는 것이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수용하는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담자의 인격변화는 가속될 수 있는 것이다.
C.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공감적 이해의 목표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자신에 더 가까이 접근하여 자기의 감정들을 더 깊이 그리고 더 강열하게 체험하게 하고, 내담자 내부에 잠재해 있는 부조화와 부조리를 인식하여 해소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에 몰입되어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자 자신의 감정처럼 감지하는 것을 말한다. 내담자가 경험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미 깨닫고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있음을 내담자에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아직 희미하게 감지하고 있는 경험의 의미를 분명히 해 줄 수도 있다. 정확한 공감은 명백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서 덜 분명하고, 덜 명백한 내담자의 내적 경험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도와서 현재 그가 부분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그의 감정영역에까지 도달하게 해준다.
공감은 “나는 너의 문제가 무엇임을 이해한다”는 식의 단순한 객관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내담자를 평가하여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감은 내담자와 함께 내담자를 깊이에서부터 그의 주관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담자와 인격적으로 일체감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자는 자신의 독특성을 상실해서는 안된다. 로저스는 믿기를 상담자가 내담자의 사사로운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체험을 내담자 자신이 보고 느끼듯이 파악할 때, 상담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건설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3. 상담의 과정과 방법
상담의 과정은 로저스의 저서들마다 시기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1961년 저서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관하여」에 나타난 상담의 과정을 요약하고자 한다.
1) 1 단계: 경직된 경험의 상태에 있는 개인은 자발적으로 상담하러 오기가 어렵다. 이 단계에서의 대화는 피상적이며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를 기꺼이 할 수 없다.
2) 2 단계: 첫 번째 단계에서 내담자가 자신이 충분히 수용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면, 가끔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나 그 감정들이 아직은 과거의 객관적 경험의 하나로 묘사된다.
3) 3 단계: 제 2 단계에서 약간 느슨해지고 유동적으로 된 태도의 변화가 방해받지 않고, 계속 자신이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되면, 보다 많은 감정들과 사적인 표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경험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객체로서의 자기와 관련된 경험들을 표현한다.
4) 4 단계: 3단계에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내담자가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수용되고 이해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되면 보다 자유로운 감정의 흐름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전에는 생각하기를 부인하던 감정들이 그대로 표현된다. (아직 이 단계에서는 표현에 두려움이 있고, 또 문제에 대한 자기 책임의식이 약간씩 나타나기도 한다.)
5) 5 단계: 4단계에서 내담자가 자신이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고 느낄 때, 내담자의 유기체적 유동성의 자유가 증가된다. 따라서 감정들이 지금 현재의 느낌 그대로 표현된다.
6) 6 단계: 지금까지의 단계와는 구별되는데, 전에는 부인했던 감정들을 즉각적인 현재의 감정들로 수용한다. 이제까지의 객체로서의 자아가 사라지고 현실적이 된다.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대처해 갈 수 있게 된다.
7) 7 단계: 이제는 상담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이다. 상담 장면이나 딴 곳에서도 새로운 감정을 즉시 그리고 충분히 느긋하게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행동의 분명한 준거가 된다. 자아와 유기체의 경험들 사이의 불일치성이 최소화되고 일시적이 된다. 그리하여 개인은 자유를 경험하며 충분히 기능 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이 내담자중심 상담의 특성은, 첫째, 상담의 과정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내담자의 책임과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수용적인 상담관계가 부각되고 있으며, 상담의 과정에서 상담자가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내담자도 자신을 수용할 수 있고, 개방적일 수 있다는 원리를 시사한다. 셋째, 수용적인 상담관계의 분위기에서 내담자가 자신을 자유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문제 해결책을 스스로 찾게 된다.
4. 평가
1) 공헌
오늘날 상담자교육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배적인 상담방법은 내담자중심상담일 것이다. 그 이유중 하나는 이 방법이 갖고 있는 안전성이다. 이 상담방법은 적극적인 자세로 들음, 내담자의 본래적인 독특성에 근거함, 내담자와 함께 이야기함 등을 강조한다. 상담자는 특별히 내용과 감정을 동시에 반영하고, 메시지를 명확히 정화하며, 내담자를 도와 자신의 자원들을 발굴해내게 하며, 내담자를 격려하여 가지 힘으로 해결해 나가게 한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상담자를 지시적인 위치에 놓아서 해석하고, 진단하고, 무의식 세계를 탐색하고, 꿈을 분석하고, 더 급진적인 인격 변화를 시도하려는 여러 가지 상담 모델들보다 훨씬 안전하다. 사람들이 상담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에 제한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내담자중심 접근방법은 찾아오는 내담자들이 정신적으로 해를 덜 받게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담자중심 상담에서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자신에게 귀기울여 들어주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방법을 따라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평가되고 판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본래의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행위를 자유스럽게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자기에 대해 자기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깨달아 상담의 진로를 바로 그들 자신이 결정해 나간다. 상담자는 거울과 같이 행하여 내담자의 심층에 있는 감정들을 반영시켜준다. 그렇게 해서 내담자는 전에 부분적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자아 구조의 요소들에 예리하게 초점을 맞추어 자기의 모든 체험들을 차츰 자기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치료방법은 로저스의 주요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2) 한계
내담자중심 상담방법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사람들에 의해 이 방법의 약점이 나타난다. 즉 단지 내담자에게 귀를 기울여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상담관계 형성의 전제조건과 상담 자체를 혼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담자들은 너무 내담자 중심이 되어서 자신의 인격과 독특성을 상실해 버리고 내담자에게 아무런 인격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상담방법이 단순히 듣고 반영하는 기술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이 방법은 상담자가 상담관계 속에 가져오는 일련의 태도에 근거한 상담으로 상담자의 진실성이 상담관계의 힘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상담자가 만일 비지시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과 스타일을 상담에 침투시킬 수 있다면, 상담자는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내담자를 일방적 인간이 되지 않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내담자중심 상담은 부드럽고 안전한 방법이 될 수는 있으나 내담자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방법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제 그에 대한 비판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① 내담자중심 요법은 우리들이 우리들 자신이 궁극적인 힘과 유일한 주인들이라고 가정한다. 말하자면, 모든 권위가 우리 안에 있다는 철저히 인본주의적인 접근방식이다. 비츠가 말했듯이, “사람이 그의 자기(자기실현화에서의)를 경배하거나 모든 인간을 경배하는 것은, 기독교적인 용어로, 무의식적인 이기주의의 일반적인 동기로부터 작동되는 단순한 우상숭배이다.” 기독교적인 전통에서 자신을 자기 자신의 존재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인 반역 행동이라고 보여진다.
② 자기-지식을 넘어서는 앎에 대한 다른 방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로저스는 부인한다. 내담자중심 요법과 같은 이론들에서는 “종교와 도덕 모두에서 삶의 진리란 개인의 내면적인 주관성을 통하여 묵상되어진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독교전통은 언제나 신적 계시와 성경의 권위, 그리고 또한 분별하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해왔다.
물론 내담자중심 요법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 되려는 우리들의 경향성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전통에서 진정한 자아는 부분적으로 관계--하나님과, 이웃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라는 면에서 정의되어진다. 의미감과 개인적인 만족감은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로서 정신적 유산과 역사, 그리고 전통에 대한 강한 의식에 의하여 잠재적으로 풍부해진다.
③ 초기 프로이드의 모델의 생물학적이며 결정주의적인 강한 가정들에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로저스는 인간경험에 대한 매우 인간적이며, 현상학적이며, 그리고 긍정적인 관점을 강조하였다. 내담자중심 요법은 현대 미국의 환경이 갖고 있는 허용적이며 실용적인 사고틀을 구현하고 있다고 자주 말해진다. 즉, 내담자중심 요법은 개인의 우선성을 강조하며 그리고 현대적 자기도취주의에 공헌하며 현대사회에서 의미 또는 가치의 어떤 공통된 의식을 결여하게 하는데 공헌하였다고 자주 비판을 받는다.
④ 내담자중심을 강조함으로 가치중립을 해야한다고 로저스는 강조한다. 이것은 신학적으로 인간의 부패성과 불완전성을 부인하는 사상이다. 이것은 인간의 무능과 구세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부인한다. 그리고 내담자중심 요법에 있어서 개인적인 선택의 자유와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독교전통은 우리들의 자유에 대한 어떤 한계점들을 말하고 있다. 즉 인간은 악과 자기-기만, 그리고 죄에 속박된 자로 묘사된다.
또한 참된 자기란 “한 인간이 되어져가는”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잠재적으로 있으며, 끝없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로저스는 강조하는데, 이는 매력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을 극단적으로 해석한다면, 로저스의 자아란 그것의 충동들과 감각에 의해서만이 정의되어지는 형체 없는 실재로 변해버릴 수가 있다. 기독교의 전통에 따르면, 참된 자아들이란 단순히 드러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면서 행동함으로써 형성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⑤ 마지막으로, 로저스의 공감,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조화 등 3요소는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것만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기 부정이나 죄의식 등으로 성장에 방해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적인(치료자도 유한한 인간이므로 어떻게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 가기는 하지만) 긍정적 존중이 치료와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설적 상담을 위한 ‘직면’ 또는 ‘대결’의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는다. 내담자중 많은 사람은 ‘애정에 찬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용기와 배려를 지닌 상담자를 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약하고 혼란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치료자가 먼저 나서서 솔직하게 그들과 대면해서 그들 행위의 결과를 깨우쳐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이 아담스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그는 죄가운데 있는 인간이 “용납되어야만”하며 훈계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며, “상담자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명백하게 해야만 한다”고 하는 로저스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상담에서는 권면적인 요소가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책임이 용납의 관념에 의해서 모르는 사이에 침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는 판단은 옳지 않지만, 상담을 하면서 도덕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성경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으므로, 상담을 하면서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목사인 목회자가 어떻게 죄악된 행동을 “용납”할 수 있는가? 그는 죄악된 행동에 대하여 적절한 기독교적인 대답을 주기로 서약한 사람이다. 따라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담자 앞에서 죄악된 행동을 용납하는 것은 그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내담자들의 생활 속에 권면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진정 내담자의 말을 관심 있게 듣고 적절하게 대답하는 경청이 중요하다면, 도움과 충고와 가치 판단을 회피하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에 관해서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을 적용해야한다고 아담스는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많은 학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윤리 기준을 제시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성경과 전통에 당연히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돈 브라우닝은 이것을 긍정하면서도 오늘날 상황에 애매모호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학과 심리학(일반문화)의 비판적 대화를 통해 오늘 상황에 맞는 윤리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