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P문서대화록.hwp

닫기

대화록(Verbatim)의 의미와 작성법

CPE프로그램을 택하고 훈련을 받는 사람들은 매주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연구생들은 환자방문, 일반세미나, 대화록 반성시간, 인간관계훈련, 감독자와의 면담 등에 참가하면서 배우고 훈련을 쌓으며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면서 자기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이 모든 프로그램 중에서도 대화록 반성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연구생들은 감독자와 그룹동료들과 함께 둘러앉아서 대화록을 자세히 검토하고 분석하면서 상담사례를 깊이 연구하므로 목회적 돌봄의 자세와 상담원리와 기술들을 심도 있게 연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대화록의 의미와 유래

Verbatim이라는 영어 단어는 원래 라틴어 Verbum에서 온 말인데 그 뜻은 낱말’(a word), 한 마디 한 마디’(word for word)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본래적인 뜻을 어기지 않고 전하는 꼭 같은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오늘날 CPE과정에서 사용하는 Verbatim은 상담자가 최대한도의 기억력을 동원하여 본래적인 상담 분위기와 대화에서 별로 어긋남이 없는, 아니 거의 똑같은 상담대화와 상담 분위기 전체를 축어적으로 기록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래는 딕스(Russel Dicks)로부터 나왔다. 캐롤 와이즈 밑에서 CPE교육을 마친 딕스가 1933년 보스톤에 있는 매사츄세츠 종합병원의 원목으로 발탁되어 사역하며 첫 번째 여름을 마쳤을 때의 일이었다. CPE의 개척자요 공로자인 캐봇이 어느 날 그 병원 사회사업과 과장인 캐논 여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우리 병원에서 죽어 가는 사람과 나눈 대화와 기도문을 글로 옮겨 쓰는 사람이 있어요. 이것은 내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일이지요. 우리는 그가 이 병원에서 더 머물러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아마 그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캐봇의 이 말은 오늘날 CPE에서 사용하는 대화록의 기원이 바로 딕스에 의해서 이루어진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사실, 딕스도 우스터 병원에서 CPE연구생의 한 사람으로 사례연구방법(Case Study Method)을 모색해 본적이 있었다. CPE연구생들은 그들의 훈련기간 내내 똑같은 환자들을 돌보아 주면서 그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현상과 변화의 과정을 연구하는 혜택이 주어졌었다. 그 무렵, 살아있는 인간문헌들을 통해 사례연구방법을 심도 있게 추진해 오던 보이슨은 이 분야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CPE원생들로 하여금 연구케 하였었다: 1) 가족 배경에 대하여, 2) 초기 어린이 시절의 발달과정에 대하여, 3)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의 적응성에 관하여, 4) 질병의 원인에 대하여, 5) 일상생활에서 환자의 종교적인 활동에 대하여.

그러나 딕스는 이 심층적인 사례연구방법이 정신병원에서처럼 장기 입원환자들의 경우가 아니고, 일반 병원에서 입원환자들이 단기적으로 자주 바뀌는 곳에서는 유용치 못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딕스는 임상 훈련생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학습의 도구로써 목회적 대화의 대화록을 창안했던 것이다. 그 당시 딕스는 그가 창안한 대화록을 Note-Writing'(기록작성)이라고 호칭하며 다음과 같이 그 의미와 내용과 효능을 기술하였다.

기록작성은 면담이 끝난 후 상담자가 환자와 더불어 대화한 일체를 종이에 옮겨 쓰는 것이다. 우리가 잠시동안의 접촉이나 면담이나 상담관계를 글로 재현할 때 그것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생각하며 그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환자 앞에서가 아니라, 면담이 끝나자마자 하는 일이다... 따라서 기록작성은 상담자의 일을 점검하는 것이요, 분명히 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며, 글쓰는 이의 정서적 긴장을 이완시키는 일이요, 상담자의 작업을 기록으로 보전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룩한 일의 단점을 드러내는 새로운 적용이며, 우리가 보고들은 뜻을 찾아내려는 시도이다....과연 이것은 자기비판이요, 자기노출이며, 자기발전과 자기개선을 위한 준비이다.

우리는 기술작성에 대한 딕스의 이 설명을 통해 그가 창안한 대화록의 의미와 내용과 효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제 대화록을 작성 요령에 대해 살펴본다.

2) 상담대화록 작성요령

대 화 록

면담일: 199 년 월 일 대화록 일련번호_________

상담자: _______________ 면담시간 _____________

환자 : _______________ (남, 녀)_____세 감독교수 __________

병명 : _______________ 입원기간 ____________ 종교________

1. 사실파악과 준비(Facts and Preparation)

상담자가 병원에서 환자를 방문하게 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원목실의 부탁에 의해서 특정한 환자를 방문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그 병동 수간호사의 제안에 따라 특정한 환자를 방문하는 일이며, 셋째는 상담자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 방문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 세 번째 경우도 다시 두 경로가 있다. 하나는 상담자가 이미 방문한 적이 있는 환자를 다시 방문(장기 상담)하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상담자가 병원 복도를 이리 저리 거닐다가 열려져 있는 병실문을 통해 병실 안의 상황을 보고 방문 대상을 마음속으로 선정하여 접근하는 일이다. 바로 이 경우에도 상대방(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병실 안에서도 즉흥적으로 상담 대상이 달라질 수가 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환자방문(면담)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상담대상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나 준비도 없이 면담이 이루어지는 고로 경험 많은 능숙한 상담자가 아니라면 상담의 고전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원목실이나 수간호사의 부탁이나 제안에 따라서 특정한 환자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방문대상에 대한 사전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있어서 비교적 짜임새 있는 상담과 효율적인 상담의 확률이 높다고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초보 상담자들은 상담대상들을 미리 예견하거나 확인해 놓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상담 원리에 입각한 마음의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본란에는 상담자가 환자를 방문하기 전에 그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은 것들은 무엇이고, 이 면담을 위해 상담자가 사전에 준비한 것들은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상담자 자신의 심정은 어떠하였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환자에 대한 정보는 원목실이나, 병동의 수간호사나 간호사실 게시판의 기록들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관찰(Observation)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담자의 관찰 내용은 그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병실 안에 들어설 때 환자를 포함하여 병실 안의 전체 분위기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병실의 상황은? 즉 침대수는? 병실 안의 분위기는 어두운가? 밝은가? 꽃과 TV와 성경이 있는가?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가? 보호자가 있는가? 그의 얼굴 표정은? 환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이렇게 병실 안에 있는 다른 환자들의 모습도 관찰하고 병실 전체의 분위기와 그 인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3. 면담(Interview)

본 란에는 면담 중에 주고받은 대화를 최대한도의 기억력을 동원하여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상담도중에 일일이 기록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담이 끝난 후 기도실이나 기타 조용한 곳에서 면담의 내용들을 대충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화록은 시간이 많이 경과하기 전에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과장의 유혹을 물리치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쓸 때 본인의 성장이 증폭된다.

대화록 작성시 오른쪽 1/3 정도의 공간을 감독 교수(Supervisor)의 논평란으로 남겨놓고, 나머지 2/3의 공간을 활용하여 기록한다. 상담자는 Counselor의 약자인 C로 써서 C1, C2 순으로 표현하고, 환자는 Patient의 약자인 P로 써서 P1, P2로 표현하며, 보호자 등 제 삼자가 개입되면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표시한다.(즉, 부인이면 W1, W2로, 남편이면 H1, H2로, 어머니이면 M1, M2로, 언니면 S1, S2등으로 표시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주고받은 언어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비언어적인 표현(non-verbal expression) 즉, 침묵, 한숨, 몸짓, 얼굴표정, 눈물, 그리고 상담자나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까지도 일어났던 일 가운데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도 괄호 안에 언급한다. 이처럼 본 란에는 상담과정에서 일어났던 모든 대화와 느낌과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도로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4. 분석(Analysis)

본 란에서는 우선 상담자 자신의 모습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1) 상담자의 영향력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떻게 나타났는가?

2) 상담자로서 잘 한 것은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어떤 것인가?

3) 본인이 의도했던 상담 목표와 실제 상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대화록을 검토해 보면서 왜 대화가 이런 형태로 전개되었는지 분석해 본다. 자주 반복된 단어들과 상담 스타일은 무엇이며, 조각 조각으로 이루어진 말과 느낌과 생각들을 연결시켜 어떤 큰 흐름과 주제가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5. 신학적인 의미(Theological Meaning)

본 란에서는 다음과 같이 상담자 자신의 느낌과 생각과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는 것이다.

1) 이번 상담 경험을 통하여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으며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겠는가?

2) 이 상담 경험에 대해서 어떤 신학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또한 어떤 신학적인 해답을 줄 수 있겠는가?

3) 지금까지 상담자 자신이 갖고 있던 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면에서 도전 받고, 격려를 받았는가?

6. 앞으로의 계획과 전망(Further Plans and Opportunities)

본 란에서는 상담자가 이 환자(내담자)를 앞으로 다시 만나볼 것을 전제로 하고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 볼 것이다.

1) 언제 다시 만날 것인가?

2) 이 환자를 만날 때 나의 상담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3)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4) 이 환자를 돕는 데 필요한 자원들은 무엇일까?

6. 대화록의 실례들

사례 1

일 시: 1998년 0월 0일 일련번호: 1

상담자: 홍길동 면담시간: 20분

환자명: 김순애(40세, F) 면담장소: 00 병원 55병동 50호

병 명: 유방암

1. 사실파악과 준비(Facts and Preparation)

000 교수로부터 소개된 환자이다. Chart review(챠트 검토)를 통하여 아래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원 4일째(5/7입원)되는 환자로서 95년 3월 18일에 유방암 수술을 받고 계속 치료를 받았으나 이번에 가슴 부위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000 교수에게 의뢰하여 검사해본 결과 가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골수 배양치료를 추천 받았다. 그러나 그 치료를 거부함으로 본 원목에게 의뢰된 환자이다. 거주지는 광주 광역시이며 기독교인임을 미리 알게 되었다. 의뢰한 의사의 희망대로 일단은 치료를 거부하지 않도록 P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챠트를 잡고 잠시 무언기도를 하면서 암환자의 심리를 마음속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암이 재발되었다는 엄청난 진단으로 놀라 있을 환자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위로 격려 해주어야 하겠다는 마음 정리를 하였다.

2. 관찰(Observation)

병실에 들어서 보니 3인실에 3명의 여자 환자들이 누워 있었다. 그들 중에서 김순애 환자로 보이는 40세 가량의 여환자를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중노인 한 분과 노환으로 아주 여윈 할머니가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었다). 의뢰된 환자는 창가 병상이었고 남편으로 보이는 분과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분은 매우 긴장된 표정이었고 외부의 어떤 자극이 있으면 즉시 반격을 가할 기세였다.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소지품들이 무질서하게 널려져 있었다. 창틀 위 공간에 두터운 성경전서와 찬송가 합본책이 놓여져 있었고 챠트에서 기독교인임을 알았기에 의사 소통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간혹 챠트의 기록과 사뭇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면담하여 확인하기까지는 항상 긴장된다. 다행히 시선에 들어오는 성경책은 값비싼 가죽 표지에 만나주석이 달린 것이어서 신앙심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어서 다소 안심이 되었다.

3. 면담(Interview)

C1: (의뢰된 환자의 병상 위치는 직감할 수 있었지만 세분의 반응을 번갈아 살피며) 김순애씨.....? (환자의 호칭의 끝을 흐리며 만날 환자를 확인하였다)

P1: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부부는 흰가운을 입고 다가서는 C에게 놀라는 표정으로) 난데요.... 어디서 오셨는...지....(궁금한 표정으로 C의 명찰을 응시한다. 의사 까운을 입은 관계로 의사로 착각을 한 듯하다. 그리고 뜻밖의 의료적인 이야기를 하려 온 것이나 아닌지 하는 궁금증이었던 것 같다. 명찰에 원목임이 확인되었던지) 아! 목사님...

C2: 예, 이 병원의 목사입니다. 얼마나 고생이 크십니까?

P2: 목사님이 어떻게... (뜻밖의 방문에 의아해 하면서도 혹시나 고향교회 목사님이 연락을 주어서 C가 방문한 것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C3: 000 박사가 한 번 만나 보라고 해서 왔어요.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남자를 향하며) 이 분은.... 어떻게 되시는 분인가요?

P3: 애기 아빠에요.

C4: (남편 쪽을 보면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픈 당사자도 고생이지만 옆에서 간병하는 가족의 마음 아픔은 어떤 면에서는 더하지요.

H1: 뭘요(대답은 하고 있지만 뭔가 석연치 않는 말투다).

P4: (남편의 건조한 대꾸의 기분을 맞장구나 치듯이, 폭발 직전의 흥분된 표정으로) 목사님,이럴 수가 있어요? 세상에...

C5: (C도 긴장을 하면서 들을 자세를 가다듬는다)......

P5: 글쎄 3년전에 시골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래도 완벽한 치료를 위해서 서울까지 와서 유명하다는 이 병원 0 박사님께 수술을 받았지요. 박사님께서 수술이 잘되었다고 해서 나도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기뻐했지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습니다. 그 후 박사님 지시대로 한 달에 한 번 정기 진단은 물론 전적으로 박사님의 지시를 따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니까 두 달에 한 번, 반년에 한 번, 정기 진찰 기간이 늘어 났어요. 그런데 웬일입니까? 이번에 진찰 받으면서는 평소와 좀 다른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이것이 마지막 검사겠거니 하고 지시대로 검사를 했지요. 결국 왼쪽 폐에 1.5Cm 가량의 덩어리가 보인다지 뭡니까? (입술이 떨리며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C가 챠트 검토를 통해서 유방암 수술 후 폐로 전이된 것을 알았기에 그 사실로 인한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은 하고 있었다. 역시 의료진에 대한 적대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C6: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표정으로) 그래서요...

P6: (침묵)..................... 그래서 조직 검사를 한다고 수술을 했어요.

C7: (침묵)............. 그래서 그 결과는............

P7: (침묵) 그 결과는 아직 안나왔어요. 그러나 그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해요? 이번 조직검사는 그 덩어리가 유방에서 전이된 것인지 아니면 폐 자체에서 생겨난 것인지를 알아 보는 것이라는데요 뭐............ 수술후 몇 년 후에 다시 덩어리가 생겼다는데 그것이 어디 에서 생겨났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항암 치료에 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최신 개발한 치료 방법이라는데 골수에서 액을 빼서 그 것을 몇 주간 동안 배양해가지고 그것을 다시 내 골수에 주입한다는 것입니다. 성공률도 30-40% 밖에 안된답니다. 그런데 목사님, 나 그것 안할래요........... (의료진에 대한 심한 적대감과 불신감의 표현이었다).

C8: 그것 참.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자매님에게 일어날 수가 있었을까(혼자말처럼 중얼거리며)..

P8: 다른 사람들은 웬만하면 수술후에 항암치료를 다 하드구만.... 왜 나만은 지금까지 방치해 두었는지.... 원.... (깊은 한숨을 쉰다. 우리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주변에서 무관심하듯 서성대던 남편은 이 대목에서 함께 화가 치밀어 올랐던지 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가 버린다).

C9: 자매님의 마음을 알듯하네요. 후속 치료를 철저하게 받지 못해서 매우 화가 나 있군요. 나래도 그런 상황이 되면 화가 나겠지요. 의사의 멱살이라도 잡고 화풀이를 할 기분이 들겁니다.

P9: ..........(어떤 반응을 기다렸으나 뭔가 생각해 보는 듯하였다).

C10: 0 박사가 그렇게 밉지요? 그럼 밉고 말구요.

P10: (한참동안 창밖으로 보낸 시선을 거두지도 않은채) ... 뭐 미워하면 뭘합니까? 그분인들 나를 언제 봤다고 특별히 미워가지고 이렇게 되도록 했겠어요? 내 팔자지요.

C11: 자매님. 팔자라는 것이 이 세상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침묵).....

P11: (심각하게 생각하고 나서) 목사님, 내가 죄를 많이 지은 것 같아요. 예수 믿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됩니다. 그런데 남편 벌이로는 생활이 어려워 내가 생활전선에서 뛰었지요. 그러느라고 사실 교회생활을 잘 못했어요.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벌받은 거에요.

C12: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군요.

P12: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요, 목사님.....

C13: 뭐가요? (사실 P의 병에 대해 묻는 것인줄 알면서도 비의료인인 내가 뭐라 말할 수가 없어서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반응을 보기 위하여)

P13: 그 덩어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가 나쁜 것인 것만은 틀림없지 않아요? 그렇다면 나는 끝이지 않아요?

C14: 글쎄요.... 자매님 말대로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요?

P14: 자꾸만 잘못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C15: 자매님. 매우 불안해하시는 군요? ....... 그것은 자매님의 생각이지요. 자매님. 좀 더 좋은 쪽으로 생각을 돌려 볼 수는 없을까요?

P15: ........... 목사님. 목사님 말씀대로 생각을 바꿔 보려고 해 봐도 불안해요. 그리고 항암치료는 하기 싫고만요. 성공률도 그렇고 또 항암 치료가 얼마나 힘든다던데.......항암치료 안받고 하나님께 맡겨 버릴래요..... (잠시 창 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내가 죽으면 어린것들하고 저 사람은 어떻게 해요....

C16: (어깨에 손을 얹으며 C도 한숨을 쉰다)......... 몇 살 짜리 들인데요?

P16: (한숨을 내어 쉬며) 국민학교 3학년하고 6학년, 둘이에요.

C17: 그 아이들을 지금은 누가 보살피고 있나요?

P17: 친할머니가요(눈에 눈물이 고인다).

C18: 자매님. 그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애이는 듯 아프겠습니다. 어느때 보다도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인데......... 그러나 자매님, 우리의 생각의 영역을 좀 넓혀 봅시다. 자매님이 그 아이들을 언제까지 보살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0년, 20년, 아니 30년, 우리 인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자매님이 그 아이들의 영원한 엄마가 될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자매님은 자녀들과 남편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부터 걱정만 하고 있을 거예요?

P18: (눈빛이 좀 달라지는 느낌을 준다) 목사님, 나 이제 이번에 건강만 해진다면 정말이지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봉사 열심히 할거로구만..... 그런데 그렇게 될까요?

C19: 자매님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니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있으시군요. 그 믿음이 자매님을 오늘의 늪에서 건져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일은 하나님만이 아시고 또 하실 수 있는 것이니까 그 분에게 부탁을 드려야지요. 자녀들의 문제, 남편의 일들을 모두 말입니다.

P19: 목사님, 저를 위해서 기도 좀 부탁드려요.

C20: 우리 기도할까요?

우리의 모든 형편과 처지를 살피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

이 시간 당신의 딸 김순애 자매의 억울하고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사정을 굽어 살펴 주옵소서. 우리가 험악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나며 살고 있습니다. 이 자매도 주신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자매님 혼자로는 견디기 어려운 벽에 부딪혀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 자매님의 비탄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그의 분노를 진정시켜 주옵소서. 자매의 엄청난 이번의 발견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임을 먼저 받아 드리게 하소서. 그리고 이런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오늘도 일하시는 섭리를 발견할 수 있는 믿음의 눈을 열어 주옵소서. 그리고 자매의 질환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하던지 간에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하나님의 그 뜻에 순종할 수 있는 큰 믿음을 주옵소서. 자매의 자녀들과 남편의 문제도 우리 주님께 맡기옵니다. 그들의 가정에 은총의 손길을 내려 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P20: 목사님,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나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C21: 그렇지요. 자매님 대단합니다. 잘 이길 수 있을 겁니다.

P21: 목사님, 감사합니다.

C22: 항상 위를 보며 삽시다.......... 또 들려도 될까요?

P22: 그럼요. 자주 와 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출입문까지 배웅을 한다).

C23: 내일쯤 다시 올께요.

P23: 살펴가세요.

4. 분석(Analysis)

1) 본 상담은 전체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환자에 대해 그 감정을 진정시키고 환자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도록 하려는 대화를 진행하다가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끝부분에 가서는 목사가 교인에게 설교하려는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C18, C19). 상담전 마음 준비에C는 환자의 놀라 있는 마음을 이해해 주고 위로하려고 했던 의도와는 좀 다른 결론에 이른 느낌이다.

2) 그러나 환자 자신이 자신의 실존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다소의 신앙심이 있음으로 인한 결과로 보여진다(P10, P11, P13, P15).

3) 2차적인 암재발 상황에서 절망 속에 있고, 의료진을 향한 적개심으로 가득한 환자에게 그 자신의 실존으로 시선을 돌리게 유도한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보나 과연 이렇게 했다고 해서 그 환자의 근본적인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게 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4) 상담의뢰자의 의뢰 목표를 향해 환자의 마음을 다소나마 정리해 준 것 같다(P18, P19...).

5) 이번 상담 관계는 처음부터 목사 대 교인 관계였기 때문에 환자가 C에 대하여 전폭적인 신뢰관계에서 출발하였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C가 무슨 말을 해도 수용하는 자세를 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 C의 느낌은 한 영혼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이처럼 순진하고 추종적인 교인들에게 책임 있는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사이비가 아닌 정직한 상담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C11에 대한 P11의 대답, C15에 대한 P15에서 C의 권유대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흔적, P18에서 신앙적인 결단, P19에서 기도 부탁 등등...).

5. 신학적인 의미(Theological Meaning)

이 상담을 통해서 환자에게 인간의 한계상황을 보게 할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의미 있었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자매에게 인간의 한계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볼 수 있게 하여 하나님 앞에서의 존재임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했다. 인간 한계의 벽에 부딪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고 거기에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난 후 우리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항복한 그 다음에 전혀 다른 저쪽 너머에서 찾아오시는 구원의 손길을 바라다 볼 수 있는 마음이 바로 신앙이라고 볼 때 이 상담에서 그런 면이 다소 반영되었다고 본다.

6. 앞으로의 계획과 전망(Further Plans and Opportunities)

환자를 다시 방문해야 하겠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어떤 모양으로든지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하겠다. 계속 치료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앙적인 결단이 필요할 것 같다. 치료 포기는 하나님께 대한 우리 인간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직무 유기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행위도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은사요 축복이니 이것을 100%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할바 도리이기 때문이다.

* 다음의 사례 둘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며 분석해 보자.

사례2

일 시: 1998년 11월 10일 일련번호: 1

상담자: 김 00 면담시간: 20분

의뢰자: 윤 00 (여, 9세) 지도교수: 박노권

문 제: 학급에서 교우관계 종교: 기독교

1. 사실 파악과 준비

1학기 중간쯤 같은 조의 남학생인 유KJ라는 아이의 횡포에 못 이겨 엄마인 나에게 딸이 하소연해 왔다. 딸에게 네가 상대를 안하면 괜찮을 거라고 다독거리며 학교에 보내곤 했었다. 그래도 너무 힘들어 하기에 내가 학교 급식 당번인 날 그 남자아이를 교실 복도로 불러내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 뒤 그 아이는 우리 딸에게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런데 2학기 들어서 다시 그 아이와 그 조의 다른 남자아이들 두 명이 모두 심하게 장난치고 욕도 많이 하고, 그 조의 학습 태도면 에서도 선생님의 지적을 많이 당해, 그 조가 벌로 청소하는 날이 많아졌다. 딸은 그 조의 반장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하루 종일 신경이 날카로운 모양이다. 점점 학교 가기를 싫어해서 어느 날 인가부터 아침마다 등교하기 전에 하는 축복기도에서, 잘 참아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오늘 마침 시간을 내서 얘기를 하자고 하니 딸이 무척 좋아했다. 딸은 엄마와 얘기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내가 너무 바빠 저녁 식사시간에 가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는 정도로 대화시간이 짧으니 좋아할 수밖에. 오늘은 그 마음을 위로하고 진지하게 하나님께 의지하는 자세를 갖도록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마음먹었다.

2. 관찰

오늘 엄마하고 상담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 요청에 딸은 뛸 듯이 기뻐했다. 컴퓨터와 책으로 가득한 방에서 하기로 하고, 앉은뱅이 책상에 90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니 딸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이 빠지는 듯하더니 마침내 말문이 터졌다.

3. 면담

C1: (조심스럽게 딸의 표정을 살피며) 00아, 요즘 학교생활 어때?

P1: 학교 가기 싫어요. 유KJ만 그런게 아니라, 우HJ하고 권HS까지 욕하고 때려요. 다른조 남자아이들은 별로 안 그러는데 우리 조 남자아이들은 세 명 다 나빠요. 엄마, 나 너무 힘들어요.

C2: 1학기 때는 한 아이만 그런 것 같더니, 이제 세명 모두 그러니, 얼마나 속이 상할까? 참 힘들겠다.

P2: 쉬는 시간에도 소리지르고 까불고 복도에서도 뛰어 다녀서 그 날 반장한테나 선생님께 지적받고 X표를 많이 받아 우리 조가 청소하는 날이 너무 많단 말이에요. (00이네 학급은 6조로 나누어 각 조마다 반장이 있고 일주일에 하루씩 반장이 돌아가며, 그 날 반장이 아이들의 학교생활 태도를 칠판에 조별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태도가 가장 안좋은 조가 벌로 청소를 하게 되어있다.)

C3: 니네 조반장 노릇하려면 정말 힘들겠구나.

P3: 반장 노릇을 안할 수도 없어요. 수업시간에도 하도 장난을 많이 해서 장난하지 말라고 말리다 보면 뭘 배웠는지도 모르고 그 시간이 다 끝나 버리는 때도 있어요. (거의 울듯이 하소연한다) 엄마, 나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 줘요.

C4: 00아, 너 1학년때도 너 괴롭히는 남자아이 때문에 속상해 하던 일 기억나니? 그때 마침 우리가 이사를 해서 이 아파트로 오면서 전학했잖아. 근데 이 학교에 와서도 너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었잖아. 그때 어떻게 했지?

P4: 1학년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지요.

C5: 그런데 또 그런 아이가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P5: 그럼.... 걔네 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던가 경찰서로 보내버려요.

C6: 글쎄, 경찰 아저씨가 잡아갈 것 같지 않은데. 그냥 학교에서 서로 사이 좋게 지내라고 하실 거야.

P6: 다른 조 반장이랑 나랑 바꿨으면 좋겠어요. 순하고 얌전한 아이들만 있는 조로 보내주셔요.

C7: 선생님께 직접 얘기해봤니?

P7: 얘기하려다 말았어요.

C8: 왜?

P8: 말해봤자 소용없을 거예요.

C9: 엄마가 아침마다 기도해 준 뒤로 어땠니? (얼마 전부터 아침 등교 전에 해주던 기도의 제목을 그 문제로 삼고 아침마다 기도해 오고 있었다.)

P9: 남자애들이 그럴 때마다 화가 났지만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기도해주신 것이 생각나요. 그래서 참게 돼요. 하지만 참는게 너무 힘들어요. 가슴에 뭔가 꽉 눌리는 것 같아요. 막 소리 지르고 싶어요. (거의 울면서 말한다) 엄마, 막 소리지르면 안되나요?

C10: 가슴이 너무 답답하면 소리가 지르고 싶을 거야.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자꾸나. 잘 참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정말 잘 참게 해주셨네. 잠깐, 너 이런 얘기 아니? 온실 속의 화초는 바깥에 내놓으면 비바람이 불 때 꺾어지고 살아남지 못하지. 하지만 비바람이 부는 곳에서 자란 화초는 비바람이 불 때마다 힘겹긴 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어떤 곳으로 옮겨 심어도 잘 자랄 수 있단다. 그만큼 강해진거지.

P10: 엄마, 그럼 내가 가는 어떤 곳에도 그런 남자아이들이 항상 있을까요?

C11: 아마도 그럴거야. 참기만 하는 건 정말 너무 힘들거야. 이겨내야지.

P11: 그럼 엄마, 나 태권도 도장에 보내 주세요.

C12: 태권도 배워서 뭐하게?

P12: 힘을 길러야 남자아이들이 나를 우습게 안 볼 것 아니예요?

C13: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운동을 하는 목적은 건강한 정신을 기르려고 하는 거지, 남에게 힘 자랑하려고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 우리 00이가 그런 남자아이들 속에서 이겨내려면 팔의 힘보다 마음의 힘을 기르면 어떨까?

P13: 마음의 힘이 뭐에요?

C14: 마음이 넓어져서 웬만해도 화가 나지 않는거야. 화가 나지 않으면 참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가슴이 답답할리도 없겠지.

P14: 참 그거 좋겠네요. 마음이 넓어지도록 예수님께 매일 기도해야겠어요.

C15: 잘 참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도 들어주셨으니까, 마음이 넓어지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면 예수님도 더 좋아하실거야. 원수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으니까.

P15: 엄마, 빨리 기도해 주세요.

C16: (딸과 나는 두 손을 같이 붙잡고 기도했다.)

예수님, 우리 00이네 반에서 제일 짖궂은 아이들을 같은 조로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이들이 어서 더 자라서 장난도 덜 치고 여자아이들도 덜 괴롭히게 도와주세요. 또, 그때까지 우리 00이가 더 넓은 마음을 가져서 화를 안내고 대할 수 있도록 마음의 참 평화를 내려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기도하던 중 딸의 아픔이 전해져서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P16: 근데 엄마, 왜 울었어요?

C17: 00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고 생각하며 기도하니까,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라.

(이때 딸의 아래턱이 흔들리며 눈물이 고였다. 아주 고통이 깊었던 것 같다.)

P17: 엄마, 고마워요.

C18: 참, 00이 대단하구나. 잘 이겨낼 수 있을거야. 우리 또 얘기하는 시간을 갖자꾸나.

4. 분석

1) 초등학교 2학년 아동의 심리를 읽어주려고 애는 쓰는 데 아이는 크게 공감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끝에 기도한 뒤로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2)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전개방법이 어쩐지 결론을 향해 유도 질문을 하는 것 같게도 보인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문제의 해결점에 이르도록 하는 기술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3)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도피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심정이 상식 이상의 해결방법에 드러나고 있다(P5 경찰서). 아이의 상식 선에서의 해결방법이 눈에 띄기도 한다(P11 태권도). 이때 아이의 시각을 조정하는 C의 대화방법이 너무 교훈적이고 상식적이어서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4) 시각을 조정하기 위해서 쓴 예화(C10 화초)가 논리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 아이가 그 예화를 얘기하는 엄마의 의도를 잘못 인식한 것 같다. 그러니 태권도 시켜 달라고 한 것 같다. 아이의 연령 수준에 맞지 않는 예화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5) P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에 대한 적당한 해결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어서 섭섭하지만, 마음의 힘을 길러서 이겨내야겠다는 C의 대안 제기에 흔쾌히 공감하는 P의 반응을 보고 다소 안심이 되었다.

6) 인간적인 여러 방법들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께 의지하고자 하는 결론에 다다른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7) P에게 엄마로써 자꾸 가르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가도록 하는 상담 기술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5. 신학적인 의미

이 상담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사고과정을 짚어보았다. 역시 인간적인 어떤 방법보다도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상담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해도, 결국 CP가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최고의 공감대를 이루고, 하나님을 신뢰하는데서 이미 마음의 평화가 임한 것 같다. 상담하는 동안 언제 그렇게 우울했었느냐는 듯이 그렇게 기뻐 보일 수가 없었다. 상담 후에 아이가 적극적으로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해나가는 것을 볼 때, 문제가 해결된 건 없지만 믿고 기도한 것은 이미 이룬 줄로 알라는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6. 앞으로의 계획과 전망

매일 아침마다 그 문제를 놓고 아이와 함께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떤 상담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전적인 의지라는 것을 상담자로서 먼저 인식해야겠다. 내담자에게 강요나 억지로 설득하지 않고, 또 적절한 예화를 들 수 있도록 하려면 성경적인 지식과 성경 속의 예화들을 경우에 따라 정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례 3

일 시: 1998년 10월 28일 일련번호: 1

상담자: 이KS 면담시간: 20분

내담자: 정MY 면담장소: 정MY집사의 집

1. 사실파악과 준비

같은 교회에 다니는 정MY집사는 2개월 정도 교회에 출석치 않고 있으며, 자녀들은 교회학교에 보내고 있다. 밝고 명랑하나 자아가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출석치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 친분은 없으나 장기미출석 교인이므로 권면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2. 관찰

전화로 방문을 예고하고 오후 8시 30분경 방문했을 때 응접실에서 다림질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TV를 보고 있었다.

3. 면담

C1: 안녕하세요? 집사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P1: 어서 오세요. 정말 오랜만이지요. 앉으세요.

C2: 순이야 잘있었니?(순이는 집사님 딸이다) 선생님 보고 인사도 안해? 씩씩하게 인사해봐.

D1: 안녕하세요 (멋쩍어 하면서도 반가운 느낌을 주는 인사이다.)

C3: 집사님. 저번 주일은 과천 갔다 오셨다면서요?

P2: 예. 집안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왔어요.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C4: 잘 알지요. 집사님 교회 안 나오셔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구요. 이사 오셨는데 한 번 와 뵙지도 못했고 해서, 보고 싶어서 한 번 왔어요

P3: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가 집사님 왜 오신줄 다 알아요. 집사님도 요 근래 교회가 조금 시끄러웠던 걸 알지요? 나하고는 특별히 문제가 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면 덕이 되질 않아요. 교회에 나가는 이유가 뭐예요? 말씀에서 위로와 평안을 얻고 교제 가운데 기쁨과 정을 나누는 것 아녜요?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C5: 물론이지요. 세상에서 상처받은 심령이 위로받고 쉼을 얻는 곳이 교회고 성도간의 교제지요.

P4: (약간 흥분된 억양으로) 근데 싸매주고 안아주지는 못할지언정 00집사는 교인들에게 다니면서 이말 저말 하고 다니고 그 이야기들이 다 돌아서 내 귀에 다 들어와요. 00집사가 누구에게나 남의 험담을 하지만 막상 내 이야길 그렇게 하니까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교회를 안가는 건 아니구요. 얼마 전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는 느낌이 와서 교회와 아파트 친구들 모임도 다 끊고 조심하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그런 분란이 생겨서 내가 피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상담자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교회도 크게 재미도 없고 나가야 할 의미가 없어요. 내가 어떤 친구를 전도해 보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그 복잡한 데를 왜 나가냐구 그러더라구요. 교회는 정말 복잡해요.

C6: 집사님. 교회는 완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완전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더 많지요. 그래서 우리를 위해 그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기 까지 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닮아 가려고,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기도하고 은혜를 구하기도 하잖아요?

P5: 대표기도 시켜 놓고는 이러쿵저러쿵 하질 않나. 헌금에 대해서도 그렇고...십일조 안냈다고 전화하질 않나.. 너무 웃기는 것 같애. (표정이 서운하면서도 불쾌하기까지 했다.)

C7: 집사님, 기도 잘 하시는데요. 난 더 못하는데요 뭘. (웃음) 집사님, 그리고 십일조 얘기는... 십일조는 우리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니까 말라기에 있는 축복을 빼앗길까봐 00집사님이 말씀하셨을 거에요. (더 차분한 분위기로 이끌려고 노력하면서) 집사님! 우리 교회 기둥이 00집사님과 정집사님인데 집사님이 안 나오시면 너무 허전하게 느껴져요. 난 교회에서 집사님 뵙고 싶어요.

P6: 난 말씀을 많이 읽지만 가슴 벅찬 희열로 와 닿지 않아요. 난 신앙도 맹목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분별력있게 믿었으면 해요. 하나님도 가정을 소중하게 보시는데 교회에서의 활동시간이 가족 간의 화목을 깨는 것 같아 싫기도 하구요. 아마 내가 믿음이 아직 약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스스로 나가고 싶어질 때까지 그냥 놔두세요. 집사님, 억지로 권하면 난 반발심이 생겨요.

C8: 중요한 얘기지요. 가족의 소중함은 하나님께서도 귀히 보시고요. 다만 집사님이 예수님의 자신을 버리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의 자녀이심을 잊지 마세요. 교회에서 하나님만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지 말라고 하시지만 사람이 모인 곳이라 서운함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속에서 하나님과 내가 점점 가까이 하게 되고 큰 사랑을 깨닫게 될 때는 우리의 생활사는 정말 작게 보이지요. 나도 죽일 수 있는 포용력도 생기게 되고요. 집사님을 빠른 시간 내에 교회에서 뵐 수 있는 것을 기대하고 믿을께요(손을 잡으면서).

P7: 그래요. 내 마음의 연단이 끝나면 나가야지요. 나도 예수님을 떠나지 않아요. 다른 곳으로는 더욱 안가구요. 내 마음이 뜨거워지도록 기도를 부탁드릴께요.

(함께 기도하면서 마음이 온화해 짐을 느꼈다.)

P8: 1층까지 바라다 드릴께요. 안녕히 가세요.

C9: 집사님, 교회에서 뵐께요. 편히 쉬세요.

4. 분석

내담자의 성격이 너무 강하고 교인들 간의 인간관계에서 실망을 느낀 부분이 크므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상태인데, 상담자가 말씀과 마음의 상태를 연결시키지 못하여 말씀의 인용이 별로 없었다. 내담자의 불만을 충분히 들어주기는 했으나, 상담자가 의도하고자 했던 교회출석의 부분은 한 번의 권면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5. 전망과 계획

두 세 번 더 심방하도록 하며, 개인적 친분까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이다.

* 위 두 사례를 1) 공감적 이해의 수준은 어떠한가? 2) I-Message의 사용은? 3) 훈계조인가?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가? 4) 성경의 사용은? 등 상담기술과 과정을 생각하면서 분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