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P문서건축을 향하여.hwp

닫기

건축을 향하여

1502002 강수연

어떤 주택이 살기 좋은 주택일까, 어떤 건물이 소위 잘 만들어진 건물이고 또 아름다운 것일까. 건축을 공부하면서 이런 추상적인 질문이 늘어났다. 건축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시에 대해서도 관심이 늘어났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여행하기 좋은 도시’, ‘아름다운 도에 비해 왜 우리나라의 도시(서울, 부산 등등)는 우리가 해외에서 느끼는 것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것들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 전반적인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거기에는 저자들이 생각하는 도시의 의미, 나아가야할 방향등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문득 궁금해졌다. 근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그는 어떤 도시계획을 했던 것이고 또 왜 그렇게 계획을 했는가. 내가 맨 처음에 본 책은 건축을 향하여다 이 책은 그의 저서 프레시지옹과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잡지 에스프리 누보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잡지 에스프리 누보의 내용을 처음으로 엮은 책이기도 하고 또 건축이라는 단어에 도시계획가 르 코르뷔지에’,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아닌 이론가 르 코르뷔지에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읽음으로서 그의 건축 사상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또 내가 그동안 궁금해 왔던 건축의 근원적인 질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의 개요는 이렇게 시작된다. 엔지니어의 미학과 건축’. 처음 봤을 때에는 왜 갑자기 엔지니어?라는 물음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읽으면서 이 책은 엔지니어 예찬론인가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동시에 법칙과 조화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 때까지는 이 단어들이 책 전체를 지배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밑에는 건축가가 상기해야 할 세 가지 교훈에 대해서 나온다. 뒷장에는 보지 못하는 눈의 챕터로 시작되면서 적용 사례, 비유 등이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장의 편지로 마무리 된다.

우리의 눈은 빛 속에서 형태를 보기 위해 만들어졌다.첫 번째 교훈 볼륨맨 첫 번째 문구이다. 건축의 3요소라고 배워왔던 빛, 공간, 형태에서 빛의 중요성을 이런 문학적 문구로 풀어서 굉장히 깊게 다가왔다. 저 문구는 단지 그가 소위 을 위해 저렇게 미학적으로 쓴 것은 아닐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기 전에 나에게 이란 그저 늘 상 존재하는 것이였다. 그도 그럴게 요즘은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밝은 빛을 얻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자연광과 인조등과의 구분이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늘 상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산소도 같았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느낀 어려운 것이였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였다. 설계 과제를 하면서는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내 지난 설계를 돌이켜 보면 그저 평면 그리고 입면 올리고 마무리 디테일 조금 잡고 하는 것이 끝이었다. 빛은 그저 조명의 역할이었다. 내가 읽었던 여타 다른 건축 책에서도 빛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르 코르뷔지에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저런 문구를 시사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저 문구우리는 빛을 보기 위해 애를 써야해!라고 받아들였다. 우리의 눈은 빛 속에서 형태를 보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최대한 그 형태, 볼륨을 살려야 한다. 이 빛은 볼륨을 통해 숙련되고 정확하고 장엄하게 모아야 한다. 부차적인 양식은 그저 양식일 뿐이다. 그 이상 이하 아무것도 아니다. 양식은 귀부인 모자의 깃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저 문구를 통해 그 시대와 지금 시대에 나처럼 형태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평면을 올리고 마는, 빛은 그저 조명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비판을 한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표면이다. 첫 단락부터 현대적 건물에서 야기되는 커다란 문제점들은 기하학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여기서 그가 얼마나 지적사고를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르 코르뷔지에 4평의 기적이라는 전시를 갔다 온 적이 있다. 거기에는 그의 스케치, 데생, 수채화 등 여러 미술적 사고를 볼 수 있었는데, 수학에 관련된 얘기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다. 또 그가 수학을 중요시했다는 얘기는 다른 책에서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의외였다. 그는 표면을 빛 아래 장엄하게 모은 볼륨을 감싸는 무언가라고 지칭했다. 여기서부터 나와의 사고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나는 그저 평면을 그리고 입면을 올린다음 어떻게 하면 예뻐 보일까’, ‘멋있어 보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빛 아래 정확하게 모은 볼륨을 최대한 살린 표면을, 입면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이다. 지난 설계에 입면을 디자인한다고 그냥 왠지 멋있을 것 같은 장식을 넣고 빼고 지우고 했는데 이제는 그처럼 볼륨을 살리는, 추상적인 가 아닌 수학적 비를 통한 를 추구한 디자인을 연습해야겠다.

세 번째 교훈은 평면이다. 책을 보면 항상 맨 첫 단락에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이 있는데 건축은 양식과 관련이 없다는 말을 자주 쓴다. 각 시대 마다 그 시대의 양식이 있다. 단순히 이오니아, 코린트 등등이 양식이 아닌 것이다. 거기에는 그 시대의 평면 양식이 있고 구조 양식이 있다. 한국의 한옥도 그러한 양식의 일부인 것이다. 한국 건축의 역사 수업시간에 한옥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진정한 한옥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 한옥을 한옥답게 만드는가.이다. 한옥에는 보일러가 있으면 안 되며 현대적 표현이 들어가면 한옥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한옥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양식일 뿐이다. 그 시대의 가치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양식이지 지켜야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책에서 관습을 지키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 한다. 양식의 고집역시 일종의 관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평면을 생성원에 비유하였다. 공간과 볼륨의 관계가 올바른 비례로 되어있다면 마음은 고도의 질서를 느낄 수 있고 이것이 건축이라고 그는 정의한다. 평면에서 그는 절대적인 질서, 수학적 사고를 요구한 것이다. 평면은 모든 것을 압축한 것이다. 앞선 2가지의 교훈이 평면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는 평면은 기본이며 심지어 평면이 없으면 조잡함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수학과 평면 작업을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가장 차원이 높은 것 중 하나로 평가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고 동시에 평면에 그토록 심오한 비례와 질서가 있는 줄은 몰랐다.

질서가 지배하는 곳에서 행복이 생겨난다. 그래서 그는 엔지니어들을 존경했다. 훌륭한 토지 분할 체계를 확립한 덕분에 노동자들의 주거 지역조차도 훌륭한 건축미를 지니게 되었다. 즉 단순 주택뿐 아니라 도시계획에서도 중요한 것, 기본적인 것 은 평면인 것이다. 그가 계획한 탑형 도시 배치를 보았다. 얼핏 봐서는 ctrl + c, ctrl + v를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각되는 질서, 배치다. 간격 역시 모두 일정하며 수치 역시 정확하다. 그의 도시계획은 그 당시 매우 획기적이었을 것이며 지금의 도시계획 역시 모두 그의 도시 계획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가 앞서 얘기했던 나의 궁금증을 다시 곱씹어 보면 그의 도시 계획에 회의감이 든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아파트 단지의 빽빽함 보다는 단독 주택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 그가 한 도시 계획은 주택 단지 보다 살기가 좋았고 획기적이었던 것이다. 그의 계획안을 보면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즐기고 멀리 떨어진 자연을 조망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보고 있자면 정말 그가 계획한 평면이 우리의 삶을 진보시키는 평면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나는 도시의 미학은 골목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안을 인용한 현대의 도시 계획에서는 골목은 모두 사라지고 그저 아파트 단지의 복도만 남았을 뿐이다. 태양광 대신 형광등이 달린 복도와 엘리베이터 뿐이다. 그가 설계한 도안은 고층 건물과 고층 건물 사이를 녹지로 만들어서 고층 건물의 발코니에서 바라보면 넓은 자연을 조망할 수 있게 계획하는 등 각각의 세대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많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바라보는 자연뿐이다. 예전 도시들을 보면, 당장 예전 한국만 보아도 마당에는 나무가 있고 방문을 열고 나가면 높은 하늘이 있었다. 옛 도시에서는 자연은 그저 바라보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것이었다. 자연과 소통하며 교류를 촉진했던 골목 없이 복도와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 우리의 처지인 것이다. 그는 엄격한 질서, 배치를 중요시 여겨 자연을 단지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여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는 단순히 질서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측량을 통해 질서를 부여했다. 작업의 확실성과 효율성을 위해 척도를 택하고 모듈을 정했다. 모두 인간적 척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건축가들이 지금 것 사용하는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는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인간의 신체에서 조차 비례와 질서를 연구하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그가 디자인한 입면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또 어떤 비례가 적용되어있는지 그려진 삽화가 있다. 모두 내가 익히 알고 있었던 공식이며 비례다.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몰랐다. 탁상공론이었던 것이다.

그는 책 후반부에서 여객선, 비행기, 자동차 등을 예로 들면서 이 모든 것은 질서와 비례라는 것을 강조한다. 나는 여태 저런 것들을 타고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교통수단에서까지 질서와 비례를 찾아내는 그가 존경스럽다. 그는 그리스 신전에서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저 알고만 있었다. 그가 거기서 어떠한 영감을 받았으며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질서와 비례, 배치를 통해 영감을 얻었으며 또한 질서와 비례, 배치를 통해 새로운 질서와 비례를 얻었다. 그는 건축을 할 때 뿐 아니라 일상에서 늘 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를 단지 위대한 건축가라고만 정의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다.

흔히들 르 코르뷔지에를 현대 건축의 거장, 아버지라고 많이들 표현한다. 현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것도 그가 만든 것이니 그럴 법 하다. 하지만 그가 정말 거장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필로티의 법칙을 만들고 자유로운 파사드를 적용했으며 모듈러를 만든 것은 그가 그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 발표한 것뿐이지 그가 거장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닌 것이다. 그가 거장으로 있을 수 있던 이유는 일상속의 지적인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러한 사고가 필요하다. 건축은 건축이고 수학은 수학이고 일상은 일상이다.라는 사고가 아니라 일상은 풍부한 조화와 질서이며 일상에서의 모든 것이 영감이 될 수 있고 배울 점이 있다.라는 점을 매 순간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