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 내가 한가지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친구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나온 것인데,
작품설명을 할 때에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포장하는 것은 쓸모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하는 말이 모든 사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나의 글은 어
려운 말 투성이이며, 나 자신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말로 채우는 것은 심히 모순적인 일이다. 이번
과제로 나온 독후감은, 이전에 나 자신이 레포트를 작성할 시에 썼던 방법과는 다르게 쓸 것이다.
책을 읽으며, 또한 읽고 나서의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어떤 꾸밈도 걸치지 않은 채 써내려 가볼 예
정이다.
나는 평소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도 건축가로 활동하기 전에 화가로 활동했
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재학생 시절, 목원대학교 건축학부 라는 곳을 오기 위해 면접을 보았는데,
면접 질문으로 좋아하는 건축가를 소개해보라는 질문이었다. 기회다 싶어 나는 르 코르뷔지에 에
대하여 설명했고, 면접덕분인지 나름 괜찮은 성적으로 이 곳에 붙어 오게 되었다. 원래 사전에 생각
했던 레포트의 내용은‘건축이란 무엇인가? 에 관하여 쓰려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건축가 각 개인의 건축물, 그 건축물에 담겨있는 의미, 그리고, 건축물로 볼 수 있는 건축가의 사상
을 알아보고 싶어, 이 <집을 순례하다> 라는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
건축물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건축물들의 간단한 소개와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서술해
볼까 한다.
1. 르 코르뷔지에 <어머니의 집> (통칭 : 작은 집)
책에 있는 내용을 읽기 전에, 나는 건축물을 포함하여, 그림 작품까지도 일단 사진 이미지를 꼭 먼
저 보는 편이다. 글을 읽고, 건축물에 대해 이해하기 전에, 내가 본 첫 인상, 그리고 다 읽고, 이해
하고 나서 본 또 다른 인상의 차이가 얼마나 클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르 코르뷔지에의
‘어머니의 집’ 은 그 두 인상의 차이가 매우 커,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며 체험이라고 할 수 있
었다. ‘어머니의 집’ 외관의 첫인상은 마치 컨테이너 박스 같았다. 따스하고 아늑할 것만 같은 건
축물의 제목과는 상반된, 차갑고, 어떻게 보면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외관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음과 동시에, 시선의 방향이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이전에 ‘어머니의
집’을 비판적으로 본 것을 매우 후회했다. 집안 내부 하나하나에 르 코르뷔지에의 어머니를 위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 또한 어머니뿐만 아닌, 그녀의 애완동물, 개 혹은 고양이를 위한 부분까지 설
계가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건축물 내부를 살펴보면,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실내로 자연광을 들이
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을 엿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표현물이 바로 <리본 윈도
ribbon window> 라는 창문이다.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
<어머니의 집 외관 1> <어머니의 집 외관 2>
1924 1924
<어머니의 집 평면도, 리본 윈도 스케치> <어머니의 집에 설치된 리본 윈도>
1) <리본 윈도 ribbon window>
나 역시도 창문 이라고 하면, 그저 심심한 벽을 위해 미적으로 설치되며, 세로가 가로에 비해 길다
는 조적조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리본 윈도’는 세로 46센티미터, 가로 11미터 라는
방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이 창문 덕에 자칫하면 단조롭고, 답답할 수 있는 적은 면적의 실내를
안락하고 쾌적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의 집 전망창> <어머니의 집 내부에서 바라본 정원>
2) <외부 거실>
이러한 내부뿐만이 아닌, 처음에 차갑고 무관심해 보였던 외부까지도, 옥상과 건축물 밖 정원까지
시선이 다다르니 예전에 생각했던 내 첫인상이 완전 뒤집혔다. 따스하며 녹색 빛, 즉 자연의 색상이
었다. 빛을 받지 못하는 내부에는 수평적 창문을 이용해 자연광이 들도록, 그와 상반된 빛을 과하게
받는 외부, 정원에는 거대한 나무, 돌 벽 등을 이용하여 그늘이 들도록 설계한 걸 보니 소름이 돋았
다. 그런데 이 돌 벽을 보면 또 하나 재미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벽 중간에
마치 창문처럼 사각의 통로가 뚫려있다는 점이다. 이 통로, 즉, ‘전망창’ 은 레만 호수의 빼어난
절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보면 정원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거실, <외부 거실> 이라 칭
하는 것이 옳을 수 있겠다.
<어머니의 집의 옥상 정원> <옥상 정원 2>
3) <옥상 정원>
나에게 또 다른 충격을 준 한 가지는 바로 <옥상 정원> 이다. 나는 단지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
기 위해 설계한 것 이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책을 보니, ‘옥상 정원’ 은 굉장한 단열 효과가 있
단 것에 놀라웠다. 또한, 옥상에 단순하게 화단, 혹은 화분을 놓아 키우는 것이 아닌, 옥상 자체에
흙을 덮어 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게 한 요소들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2. 르 코르뷔지에 <작은 별장>
르 코르뷔지에 <작은 별장의 외관> 1956
작은 별장 역시, 나는 그에 대한 내용 보다는 이미지
를 우선적으로 보았다. 이름에 걸맞게 외부에서 상상한
내부는 꽤나 작아보였다. 나무에 둘러싸여 있고, 겉면
을 통나무로 만든 건축물을 보니 친환경적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어머니의 집’ 의 첫 인상과는 상반 되게,
‘작은 별장’ 은 나에게 처음부터 친근한 이미지를
주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 라는 타이
틀에 맞지 않게 이 작고 소박하게 지은 별장은 나에게
있어 큰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애초에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적 건축물, ¹<빌라 사보아>, 라던가
²<유니테 다비타 시옹> 등을 보면 친환경적이라는 느낌보다는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
기 때문이다.
<빌라 사보아의 입면전경> <유니테 다비타 시옹의 입면전경>
<작은 별장의 평면도> <작은 별장의 입구>
1) <평면도>
‘작은 별장’ 의 평면도를 보기 전, 이 건축물에는 매우 흥미로운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입
구가 마치 배 갑판의 승강구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실내에 있는 창문을 열면 지중해가
보이는데, 이것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물 자체를 ‘바다에 떠있는 선박’ 같이 표현 하려
고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평면도를 보면, 불과 4평 밖에 되지 않는 넓이에 책장, 침대, 옷장, 심지
어 화장실까지 온갖 사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혹은, 생각 없이 설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은 별장은 고심 끝에 설계하고, 건축된 것
을 알 수 있다.
<좌측 – 작은 별장 안에 있
는 르 코르뷔지에> <우측 –
작은 별장의 배치도>
2) <주변 환경>
‘작은 별장’ 의 평면도를 처음 봤을 때는 ‘왜 별장 안에 샤워 시설과 부엌이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글을 읽고 나서 그것은 괜한 걱정 이였단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별장
외부 스케치를 보면 별장 바로 옆에는 ‘불가사리 식당’ 이라는 당시 르 코르뷔지에가 자주 갔던
식당이 있었고, 별장 앞쪽에는 ‘간단한 샤워 시설’ 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인간을
위한 건축’을 건축의 기본요소로 삼으며 추구했지만, ‘자신이 사는 집’ 에는 관대했던 것이 아
닐까 싶다.
마리오 보타 게리트 토머스 리트벨트
<리고르네토의 집> <슈뢰더 하우스>
1976 1924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건축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건축이란,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선자는 건축가, 혹은 설계자를 칭하고, 후자는 거주자를 포함
한 그 밖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건축가들은 아름답고 편리한 내부를 설계함으로써 거주자에게 선물
을 주고, 또한 아름다운 외부를 설계함으로써, 지나가다 그 건축물을 보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
나는 이 <집을 순례하다> 라는 책 안에서 인상 깊게 본 건축물이, 모두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
품 이였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집은 거주하기 위한 기계’, 여기서 ‘기계’ 라는 차가운
단어에 비해, 그는 거주자가 평소 불만이 쌓일 수 있는 사소한 부분 하나 까지 신경을 쓰는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 책 안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말고도, 게리트 토머스 리트벨트의 <슈뢰더
하우스> 라던가, 마리오 보타의 <리고르네토의 집> 역시 딱딱하고 단조로워 보였던 첫인상과는 다르
게 건축가의 사상이 넘치고 배려가 가득했던 작품이었다. 이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는데, 건축은,
그러니까 건축물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안에 사용자가 존재하기
에, 건축이라는 행위는 의미가 생겨나는 것이다. 아무리 외관이 아름다운 건축이라 한들, 그 안이
편리하지 못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온다면, 그것이 어떻게 좋은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의 최대 장점을 꼽으라고 하면, 특정한 건축물을 소개할 때, 평소 논문에서 볼 수 있던 딱딱한
어투가 아닌, 마치 여행기행문같이 자연스러운 어체와 더불어 작가가 직접 답사를 갔을 때의 지극
히 주관적인 감정 등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갈 때마
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으며, 책의 제목 그대로 마치 내가 그 집을 실제로 순례하고 있는 것 같
았다. 각각의 건축물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한편으론 아쉬웠지만,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더 많
은 건축물들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이 책 안에 있
는 건축물들은 꼭 한번 답사를 가볼 예정이다. 이렇게 위대한 거장들의 건축 이야기를 들을 수 있
어서 재밌었고, 책을 추천해주신 교수님, 또한 이러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이 책의 작가 분께 매우
감사드린다.
첨 부 자 료
<어머니의 집 외관 1>
<어머니의 집 외관 2>
<어머니의 집 평면도, 리본 윈도 스케치>
<어머니의 집의 리본 윈도>
<어머니의 집 전망창>
<어머니의 집 내부에서 바라본 정원>
<어머니의 집의 옥상 정원>
<옥상 정원 2>
<작은 별장의 외관>
<빌라 사보아의 입면전경>
<유니테 다비타 시옹의 입면전경>
<작은 별장의 평면도>
<작은 별장의 입구>
<좌측-작은 별장 안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
<우측-작은 별장의 배치도>
마리오 보타 <리고르네토의 집>
게리트 토머스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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