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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심리학 7주차 여러 발달심리 이론들” / 박노권 교수

7주

발달 심리이론들

종교심의 발달 과정을 알아보기 전에 그 기본이 되는 인간의 여러 발달과정에 대해 논의를 해 보고자 한다. 인간의 심리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달이론에 대한 연구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심리 역학에 기초하여 인간의 발달 모습을 살펴본 에릭슨, 구조주의--인간의 마음은 행동이 발생되는 정신적, 사회적, 문화적 형태의 한계 안에서 결정된다는 이론--에 기초하여 인지발달을 말하는 피아제, 도덕의 발달을 제시하는 콜버그를 논해 보고, 이들의 이론을 기초로 하여 신앙발달단계를 제시하는 파울러를 다음 주에 다루고자 한다.

* 본 강의는 에릭슨의 발달심리이론에만 한정하고자 하며, 피아제와 콜버그의 이론은 참고로 읽어주기 바랍니다.

1. 에릭슨의 사회심리 발달이론의 배경

에릭슨의 사회심리 발달이론은 서구 심리학에서 폭넓게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이미 한국 교육현장에서도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청소년 문제나 조기 교육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어김없이 그의 이론이 등장한다. 또한 교회의 신앙교육에 있어서도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이론은 신앙교육에서 중요한 인간이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1) 생애와 학문과정

에릭슨은 1902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덴마크계와 유태계인 사이에 태어났고 그후 부모의 재혼에 따라 유태계에서 생활하며 생소한 외모 때문에 이방인(비유태인)으로서 취급받았다. 미술과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였고, 20대 중반에는 비엔나에서 시작된 특수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미술과 사회분야의 과목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안나 프로이드에게 교육분석 및 기타 훈련을 받았고, 아동 정신분석 분야에서 자격증도 얻었다. 27세에 결혼한 그는 1933년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정책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주하여 보스톤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이러한 사회 역사적 변동과 문화 인종적 정체감 혼란이 후일 그로 하여금 정체감 상실 위기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 경험이 되었다. 보스톤에서 아동정신분석을 연구하던 그는 1936년 예일 대학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하였고, 2년후 사우스 다코타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삭스족과 함께 살면서 연구활동을 계속하였다. 그후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여 아동의 놀이요법연구와 유로크 인디언 어족에 관한 문화 인류학적 연구를 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에릭슨은 프로이드의 5단계의 성심리 발달이론을 바탕으로 8단계의 사회심리 이론을 만들었다. 그는 비록 프로이드의 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프로이드와 그 관심을 달리한다. 먼저 그의 주요 관심은 건강한 인격의 발달에 있다. 프로이드가 주로 정신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에릭슨은 건강한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에릭슨은 프로이드의 원본능(id)보다는 자아(ego)에 주된 관심을 갖는다.

프로이드에 있어서 원본능은 천성적인 구조로서 이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심리적인 에너지(libido)를 포함하고 있는 인격의 일부이다. 이 리비도는 생물적인 요구에 따라서 기능 하는데, 타고난 발달 시간표에 따라서 처음에는 입, 다음에는 항문, 그 다음에는 생식기와 같은 순서로 몸의 위치를 바꾸며, 쾌락의 원칙을 따라서 기능 한다.

따라서 에릭슨이 자아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인격이 성장함에 있어서 자아의 환경, 즉 사회와의 관계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인격은 프로이드의 주장과 같이 생물학적으로 기초된 성심리 발달(psycho-sexual development)보다는 일평생을 통한 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갖는 자아를 통해 인격을 형성한다는 것이 에릭슨의 주장이다. 물론 에릭슨이 프로이드의 입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인격의 형성은 일평생을 통해서 계속 형성되며 비록 어릴 적에 치명적인 상처가 있다 하더라도 훗날 좋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면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 발달이론의 성립 과정

에릭슨의 발달이론(다른 말로, 생애주기이론)은 몇 가지 단계를 걸쳐서 확정되었다. 그의 생애주기이론은 1950년에 발간된 Childhood and Society(아동기와 사회)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여덟 시기”(Eight Ages of Man)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되었다. 인간에 대한 이 여덟 가지 사회심리적 발달단계는 그로 하여금 인간발달에 대한 이론가로서의 관심을 끌게 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는 이 이론을 이용해서 1958년 루터의 젊은 날을 분석했고, 그후에 간디에 대한 연구를 했다.

에릭슨은 루터와 간디에 대한 연구에서 역동적인 종교의 지도자들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그들의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갈등은 그들 세대의 중심적인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 갈등에 대한 그들의 해결 방식이 그들 문화 내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제공하는 보편적인 원리가 되며, 때문에 이러한 영적 지도자는 그 시대의 갈등으로부터 그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정체감을 창조하는 문화의 작용자가 된다고 보았다.

1959년에는 이 이론을 건강한 인간성격을 논의하는 데다 활용했고, 1964년에는 Insight and Responsibility(통찰력과 책임)이라는 책에서, 인간발달단계에 있어서 윤리에 대한 관심을 명백히 보여주며, 덕목의 스케쥴을 제시한다. 1968년의 Youth: Identity and Crisis(젊은이: 정체성과 위기)에서 에릭슨은 정체성 형성의 역동성과 부정적인 정체성 형성 안에 표현된 젊은이의 소외에 대하여 탐구한다. 여기에서 그는 불안정한 다수는 소수(유대인, 흑인, 여성 등)에게 그들 자신의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심리 안에 억압되고 거부된 성질을 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77년에는 다시 이 발달이론을 인간의 경험과 단계적 의례화(ritualization)의 문제와 연결시켰다.

이렇게 발전해온 에릭슨의 인간발달이론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특징들이 있다. 프린스톤 신학교의 도날드 캪스는 에릭슨 이론의 사회심리적 8단계의 특징이 단계에 기초한 이론’, ‘순환적 과정’, ‘양극적 단계’, 후성설적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필자는 캪스의 주장을 중심으로 그의 이론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에릭슨 8단계 이론의 특징

1) 단계에 근거한 이론(A Stage-based Theory)

이것은 인간 발달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도표로 그려보면,

Mature

Adulthood

 

 

 

 

 

 

 

통합:

절망과

혐오

Adulthood

 

 

 

 

 

 

생산성:

정체

 

Young

Adulthood

 

 

 

 

 

친밀감:

소외

 

 

Adolescence

 

 

 

 

정체성:정체성혼란

 

 

 

School age

 

 

 

근면:

열등감

 

 

 

 

Play age

 

 

주도성:

죄책감

 

 

 

 

 

Early

Childhood

   

자율성: 수치,

의심

 

 

 

 

 

 

Infancy

기본적 신뢰:

불신

 

 

 

 

 

 

 

위의 그림은 인간이 연대기적 순서로 올라간다는 여덟 단계의 발달을 나타낸다. 한 단계가 성공적이면 다음 단계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 단계들은 시기별로 나누어졌지만, 반드시 심리학적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특별한 단계가 그들의 생애에 있어서 유별나게 강한 영향력을 구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첫 단계에서 신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동안 이 문제에 집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역시 과거의 단계를 재경험할 수 있다고도 한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에 신뢰, 자율, 주도성, 그리고 근면에 대한 새로운 기초를 발견하기 위하여 과거의 단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각 단계들은 상호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양극의 단계(Bipolar Stages)

그의 이론의 각 발달단계는 두 개의 극--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 에릭슨은 긍정적인 극을 ’, 그리고 부정적인 극을 약함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건전한 건강은 긍정적인 힘을 완전히 획득하고 부정적인 약함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 사이의 비율이다. 만일 철저히 신뢰만 하고 불신이 전혀 없는 사람은 위험과 적대적인 요소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심리적 힘은 부정적인 극에 대한 긍정적인 극의 우세를 요구하지만, 부정적인 극은 인생에 있어서 어떤 깊이나 복잡성을 더해주는 면도 있다고 본다.

3) 순환적 과정(A Cyclical Process)

에릭슨은 첫 번째와 마지막 단계에서의 긍정적인 ’(polar)신뢰통합사이의 어의적 유사성을 언급한다. 즉, 어떤 의미에서, 발달과정은 그것이 (신뢰로)시작하는 곳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 삶보다는 세대의 순환에 초점을 맞춘다. 즉 각 세대는 지나간 세대와 그리고 계속되는 세대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수레바퀴가 둥글게 구르면서 또한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4) 후성설적 기반(Epigenetic Ground Plan)

에릭슨은 인간 내면의 고상함(the high)과 저급함(the low)은, 성숙함이 유아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그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듯이, 함께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그의 윤리적 관점은 후성설적 원리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이것은 생물학의 후성설적 원리 개념을 빌려온 것이다.

이 후성설적 원리는 성장하는 것은 기반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서부터 지체가 자라나는데, 모든 지체는 그것들이 온전히 기능을 하도록 성장할 때까지, 각 지체가 특별한 우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때 각 단계는 체계적으로 다른 모든 단계들과 연관되어 있는데, 전 단계의 적절한 발달에 다음 단계가 의존하고 있으며, 각 단계는 결정적이고 위기의 순간이 정상적으로 오기 전에 어떤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구웬 홀리(Gwen Hawley)는 어떤 단계의 갈등도 영원히 해결되지 않으며, 단계의 진전은 속도와 강도에 있어서 다양하다고 말한다.

5) 과거와 현재의 조화

정신분석계통 심리학은 성인 인격의 형성에 있어서 외디푸스 콤플렉스 시기(4-5세) 이전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때문에, 청소년기, 젊은이, 성인들의 문제를 너무 초기 아동기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삶의 목표를 제시하고 앞을 향해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과거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니버나 키에르케고르의 실존론적 불안 즉 과거뿐 아니라, 부모, 특별한 상실, 사고, 재정적 압박, 유한성에서 오는 불안 등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에릭슨의 이론은 여기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는데, 과거의 문제 뿐 아니라 현재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 예를 들어 핵가족 갈등, 외적환경의 영향 등이 인격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3. 사회심리발달 8단계

에릭슨은 생애주기 발달과정을 8단계로 나누고 있다. 여기에서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회심리적 갈등과 각 단계들의 긍정적인 모습인 덕목(virtue)을 소개하며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덕목에 대비하여 캪스(Donald Capps)가 그의 책 Life Cycle Theory and Pastoral Care(생애주기 이론과 목회적 돌봄)에서 제시하는 악덕목(Vice)을 함께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것을 도표로 그려보면,

사회심리갈등

시 기

덕 목

악덕목

영향주는관계

사회심리적

양태

기본적 신뢰:

불신

유아기

(1년)

희망

(Hope)

탐식

(Gluttony)

어머니

얻으려함

(getting)

자율성:

수치와 의심

전기아동기

(2-3년)

의지

(will)

분노

(Anger)

부모

잡고holding on, 보냄

letting go

주도성:

죄책감

놀이기

(4-5)

목표

(Purpose)

탐욕

(Greed)

가족

추구go after

things,

외디프스

근면성:

열등감

학령기

(6-11)

능력

(Competence)

시기

(Envy)

학교

만듦

(makingthings)

정체성:

정체성혼란

청소년기

(12-20)

충실

(Fidelity)

자만심

(Pride)

동료그룹

자신이 됨

(beingoneself)

친밀감:

소외

초기성인기 (21-34)

사랑

(Love)

정욕

(Lust)

결혼

상대자,

친구들

자아상실

남과나눔

(Losingoneself)

생산성:

침체

성인기

(35-60)

돌봄

(Care)

무관심

(Indifference)

자녀,

젊은이

돌봄

(taking care of)

통합성:

절망과 혐오감

노인기

(60-  )

지혜

(Wisdom)

우울

(Melancholy)

살아있는

전통

to be,

through

having been

1) 기본적 신뢰 대 기본적 불신(Basic Trust vs. Basic Mistrust)

이 단계는 출생후 1년동안의 시기로서 구강적-감각적 단계이다. 프로이드는 이 시기의 구강적 측면만 강조했으나 에릭슨이 감각적 단계를 추가했다. 이 시기의 삶의 첫 과제는 신뢰와 불신의 위기를 다루는 것이다. 막 태어난 어린아이는 돌보는 사람(특별히 어머니)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가지려고 애를 쓴다. 이때 돌보는 사람의 행동에서 일관성과 예측성, 그리고 의존성을 발견하게 되면, 어린이는 부모에 대한 기본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만약 아기가 수용적이고 따뜻한 대접을 받게되면 신뢰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이 신뢰의 결과는 다른 사람에 대한 개방적 자세, 삶에 대한 긍정적 관점, 자신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자긍심을 배우고 얻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 위기가 성공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자신, 또는 세상을 신뢰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신뢰와 불신은 어머니와 유아가 접촉하는 시간보다는 관계의 질에 의존한다.

에릭슨이 이 시기를 인생의 초기단계 중 가장 비중 있게 취급했던 이유는 발달 특성으로서의 기본적 신뢰감이 인생 후기에서 갖게되는 사회적 관계에서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물과 대인적 신뢰감이 결손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의자에 안심하고 앉는다든지 사람을 처음 사귀거나 같이 자리에 동석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감의 중요성과 함께 상대적 불신감 또한 전혀 쓸모 없는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에릭슨은 어느 정도의 불신감이 충실한 성숙함을 만들어내는 필요 요건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 두 요소 사이의 균형 중 신뢰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세해야만 정상적인 발달이 된다.

캪스가 제시하는 이때 나타나는 악덕목 탐식(gluttony)은 포식하기 위해 지나치고도 물릴 줄 모르는 욕망으로, 지나친 과식이나 과음이 대표적인 예이다.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일중독, 알콜중독 등은 여기에서 연유된다고 한다. 이것은 유아 시절 젖을 먹는 과정에서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다. 이 두려움은 불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유아들은 지금 필요한 것 이상으로 먹으려 한다.

사실 유아들은 잘 먹었을 때 행복을 느끼고, 배고플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그들이 취하는 것들과 행복을 연관시킨다. 이때 탐식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으로, 무차별적인 신뢰를 갖는다. 이것은 탐식과 중독이 긴밀히 관계되어 있음을 잘 설명해 준다.

이 탐식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희망이다. 우리가 진실한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으며, 따라서 지금 여기서 과도하게 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희망적인 사람은 세상을 대하는데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라 구별을 할 수 있으며, 또한 건전한 불신을 구사할 수 있다.

2) 자율성 대 수치심 및 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

2-3세의 초기 아동기로,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프로이드가 말하는 항문 근육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근육들도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다. 두 발로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이때는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어떤 물건을 잡거나 놓거나 던지기도 한다. 특히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자율성에 대한 표현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내가 할 꺼야” “안해라는 말을 함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한다. 이때 이들은 서로 상충되는 감정--협력하고자함과 내 마음대로 하고자 함, 유순함과 공격성, 복종과 고집--속에서 투쟁하게 된다.

이때 수치는 다른 사람이 그의 행동을 인정치 않을 때 생기는 경험으로 예를 들면, 배변과정에서 자기 통제의 상실감, 보행시도중 근육의 무능감, 자기주장에 대한 과잉 통제 등의 자율성 확보의 과제 해결이 실패하게 되면 수치를 느끼게 된다. 이때 수치심을 너무 많이 느끼는 어린이는 수치심을 주는 자들에 대하여 커다란 내적 분노나 반항을 일으키게 된다. 의심은 지나친 자기-통제에서 나타나는데, 타인과의 상호행동에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대신에 미리 이런 만남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 의해 거부됨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율성이 결여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유아발달에는 사회적인 기대나 압력과 자신의 의지 사이에서의 조절과 적응력이 발달 특성을 결정짓게 된다. 사실 유아에게 있어서 통제와 조절의 가능성은 심리적인 노력이나 능력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신체적 능력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교사와 보호자에게 있어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유아의 신체적 발달, 즉 준비된 성장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강압적이거나 무리한 배변, 보행, 식사, 언어 훈련은 실패에 따른 부정적 발달특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유아와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강요하거나 전문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보모나 교사에 의한 집단 탁아 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 쉬운 조건들이 된다.

캪스가 말하는 이 시기의 악덕목인 분노는 여러 형태를 띤다: 신체적 남용(때리기, 상처 입히기), 언어적 남용(소리지르기, 모욕주기, 신랄한 빈정거림), 그리고 자신에 대한 남용(자신을 차는 것). 이런 태도는 일반적으로 상처 입은 자아에 대한 공격적인 방어이다. 분노(가게 하는 것letting go”)는 상처 주는 상대방에게 나는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가게 하는 것보다 분노를 침묵으로 잡아두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너무 많은 수치심을 주는 부모에 대해 비밀스런 분노를 간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것이 폭발하기도 한다: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에서 이러는 것에 대해 나는 너를 미워한다로 바뀐다. 그러나 예수가 성전에서 돈 바꾸는 자들에게 보여준 격렬한 분노도 과연 악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것은 절제를 통한 분노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이때 덕목인 의지는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통제되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보이는 반응은 자존심을 빼앗기지 않고 우리의 상처난 자아를 회복시키는 올바른 방어이다.

3) 주도성 대 죄책감(Initiative vs. Guilt)

대략 4-5세의 어린이 시기로, 자신과 타인의 성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성인의 역할을 상상하고 한쪽 부모와 경쟁관계를 느끼게 된다는 프로이드의 외디푸스 컴플렉스의 시기에 해당된다. 이 시기의 특징은 능동적이며 운동적으로 되기 위해 어떤 일을 만들어 나가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언어나 행동에 있어 공격적인데, 남자아이의 경우는 남근적-공격적(phallic-intrusive)이며,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물건을 낚아채서 꼭 잡거나 사랑스럽거나 매력적인 태도를 통해서 자신의 성적 내지는 공격적인 태도를 나타내려고 한다.

이 단계의 어린이는 인간관계가 부모와 더불어 다른 식구들에게까지 확대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자신의 호기심이나 공격적 행위를 적절하게 제한하지 못하면 범법자 취급을 받게 되는데, 이때 죄책감이 생기게 된다. 주도성이 너무 지나치게 될 때 이것은 다른 사람들, 특히 부모나 형제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느끼고 공격적이거나 적대적이 됨으로, 여기에서 죄책감이 생기는 것이다. 즉, 이들은 부모로부터의 전적인 연합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도성과 여기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죄책감사이의 갈등을 겪는 것이다.

이때 캪스가 말하는 악덕목인 탐욕에는 한계가 없다. 이것은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 이상을 성취하려는 것이다. 이때 어린이는 한계가 없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한다. 그러나 보통 부모의 반응은 거기에 가지 마” “들지 마라. 너는 그것을 깨뜨릴거야” “어른이 말하는데, 방해하지 마라등이다. 그러므로 주도성이 발달되는 이 단계에 있어서 어린이는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한 영역을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제한을 벗어날 때 그들은 잘못을 했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때 덕목은 목적이다. 이것은 가치 있는 목적을 직시하고 추구할 수 있는 용기로 한계를 모르는 탐욕을 깨뜨리게 해준다. 이것은 어떤 한계 내에서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남을 짓밟거나 남의 재산이나 안녕을 파괴하지 않는다. 탐욕이 나는 그것을 가져야겠어. 나에게 줘라고 한다면, 목적은 흥미 있는데,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이지?라고 접근을 한다.

4) 근면성 대 열등감(Industry vs. Inferiority)

이 단계는 초등학교 시기로, 성적 충동이 잠복기로 들어가며, 인간관계도 가족에서 학교라는 사회로 넓어진다. 이제는 사회에 의하여 성인과 같은 기능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술을 습득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요구를 받는다. 따라서 근면이란, 학업을 시작하면서 작업의 원칙을 익히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쾌락이나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는다. 더 이상 노는 것만을 즐기는 어린이가 아니라 무엇을 만듦으로서 인정을 받고 스스로도 뭔가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갖기를 원한다. 이런 사회적인 수단들을 다루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은 건강한 자기 평가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학습결과나 도구를 다루는 기술이 친구들에 비해 뒤떨어져서 바람직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할 때 열등감이 생긴다. 열등감은 동료들 사이에서 사회적 신분이 낮아진 것을 의미하며 교사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처지를 의미한다. 만일 이런 단계에서 갈등이나 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적절하지 못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경쟁이 저지되었다면 열등감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유능한 형제들에 비해 자신의 능력이 뒤떨어졌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열등감은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때 캪스가 말하는 악덕목인 부러워함(envy)이란 그것이 물질적 소유가 되었든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이 되었든, 남이 가진 것에 대해 소유를 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바램이나 욕망이다. 학생들은 나의 기술과 남의 기술을 비교하는데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늘 뛰어난 소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부러워함은 아이들로 하여금 종종 인생이 불공정하다는 강한 느낌을 갖게 한다: 왜 그 아이는 스마트하고 나는 이렇게 바보 같지?그래서 때로 이 부러워함은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도 한다: 그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으면 좋겠어

부러워함은 무능력의 감정을 만들기에 이것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에 반대되는 덕목은 능력(competence)이다. 능력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며 타인에 의해 위협을 당하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정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5) 정체성 대 정체성 혼란(Identity vs. Identity Confusion)

이 단계는 청소년기에 해당되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표현된다. 생리적인 변화와 성기관의 성숙, 그리고 피아제가 말하는 인지의 발달이 일어남으로 여러 가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어린이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도전 받으면서 질적으로 다른 자기 이해가 생겨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새로이 생겨난 감정들과 능력에 의해 발생한 기본적 질문임과 동시에 사회에 의해 주어지는 질문이다. 이때 정체성이란 일관성 있는 자아가 되는 의식이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와는 달리 자신 속에 여러 다양한 자아들이 내재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또한 다양한 그룹으로부터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는데, 이때 자신의 일관성이 없음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려면 이들을 잘 선별해서 자신의 내면성과 일관성을 이룰 수 있는 잠재적인 요소들을 선택해야한다. 이때 선택되지 않은 자아들은 거절하게 되는데, 이것들은 우리의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한다. 물론 이것은 도덕적 의미에서 나쁜 정체성은 아니고, 우리 자신이 될 수 없다고 우리가 부정해버린 정체성이다. 비록 이런 거절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나 자신의 의식을 갖는 경험은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고, 처음으로 살아 생동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의 나의 모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다소 경멸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때로 이런 생동감은 황홀경의 경험을 갖게도 한다. 여기에서 에릭슨은 일관성 있는 자아가 되는 것에 대한 인식과 인식의 궁극적인 근거가 되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 사이에 중요한 연결을 시도한다. 에릭슨에 따르면, 모세가 하나님에게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를 물어봤을 때 하나님의 대답이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이다”(I am that I am)이라고 대답하는데, 이것은 "Who am I?"(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하는 우리가 I am that I am"(나는 나다 곧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다)라고 대답하는 하나님 안에서 우리 자신을 궁극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내가 나 되는데 실패하게 되면 정체성이나 역할의 혼란이 오게 된다. 이러한 혼란은 영웅이나 인기 탤런트에게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화시킴으로 야기되기도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랑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고 그 상처로부터 혼란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면서 쉽게 사랑에 빠짐으로써 진실한 사랑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청소년기 심리학적 문제들에 대한 연구에서 정체성 혼란의 본질에 대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체성 혼란은 어떤 경우에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병리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의 정상적인 위기라고 그는 말한다. 정체성 혼란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외디푸스 콤플렉스 이전 단계에서의 발달적 어려움이다. 에릭슨의 외디푸스 이전 발달단계--신뢰와 불신, 자율과 수치--는 관계대상 심리이론들과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데, 관계대상 이론의 심리학자인 클라인, 위니코트 등도 자아가 건강하고 굳건하고 응집력 있는 정체성의 발달을 갖기 위해서는 외디푸스 콤플렉스 이전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그러나 에릭슨은 더 나아가서 또 다른 요인들을 인식한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 매우 분화되고 자동화된 사회에서 사는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혼란,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압력을 주는 성, 직업, 정치, 이념 등의 복잡한 문제들 등의 사회적 요인들이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한다.

캪스가 말하는 이 시기의 악덕목인 교만은 기만, 자만심, 그리고 자기만족의 형태를 갖는다. 이것은 특히 의상이나 신체적 매력에 대한 뽐냄을 말하며, 전통적으로 허무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교만은 지나친 자기 존중, 자기 중심, 자아에 대한 터무니없는 심취, 때론 종교적 우월성으로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이것이 잘 나타나는 이유는 이때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청소년기는 교만과 정당한 자아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자아 정체성은 일관성이 있는 통합적인 자아이지 결코 과장된 자아가 아니다.

이에 반대되는 덕목은 충실(fidelity)이다. 교만은 단지 자신에 대한 충성이지만, 충실은 타인에게 진실됨으로써 자신에게도 진실해지는 것이다. 신앙적으로도 나 중심에서 하나님 안에서 중심적인 자아로 전환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나 중심인 교만은 신앙에 대한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6) 친밀감 대 소외(Intimacy vs. Isolation)

이 단계 이후로 에릭슨은 프로이드의 이론을 넘어서서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을 정립하고 있다. 사춘기가 끝나면 초기 성인기에 접어드는데, 이 시기는 바로 그 사람의 인생 모습(life style)이 결정되는 때이다. 인생 모습이란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친구를 가까이 사귀며, 어떤 직업,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면서 노동과 여가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려 하는가, 또한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여 어떤 형태의 가정 생활을 영위하는가 등을 의미한다. 이 시기는 여태까지 키워온 자아정체를 기초로 가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이다. 이 같은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심리적 조건은 바로 친밀감이다.

친밀감이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솔직해지고, 그를 위하고 싶어지고, 좋아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간에 애정과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감을 느낀다. 친밀한 관계에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서로 함께 변화해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친밀감을 통하여 서로 애정적 그리고 지적 자극을 주고받음으로써 더욱 행복해짐을 느낀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친밀감이란 올바른 자아정체가 형성된 다음에라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친밀한 관계 형성은 각자가 자신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라고 생각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결혼생활을 통하여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친밀감의 능력과 더불어 성숙된 남성적 혹은 여성적 자아정체라는 심리적 속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혼이 점점 증가하고 부부 폭력도 증가하며, 이혼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부가 매우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것은 위에 말한 것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결혼 자체가 친밀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결혼이라는 것은 가족을 떠나 완전히 남남끼리 만나서 함께 살게 되는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서 초기 성인기의 대표적인 한 과제이며,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친밀감이 형성되는 또 하나의 장은 직장생활이다. 직장에서 직원들 사이에 친밀한 유대와 우정이 생기며, 상사나 선배를 섬길 줄 알게 되고, 공식적 및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하여 집단에 대한 동일시와 애정이 담긴 동료애가 형성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대인관계에서 친밀감의 강도가 덜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하고, 자기 개방을 덜한다. 여자들은 동성애간이나 이성간에나 모두 친밀감을 잘 나타내는 반면에, 남자들은 주로 이성관계에서만 친밀감을 나타내고 동성간에는 충분히 발휘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소외감은 자신의 자아가 상실되거나 타인의 자아가 위험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접촉을 두려워함으로써 생긴다. 이 단계에서 개방성과 상호성이 없다면 자연히 닫힌 정체성에 의한 소외감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캪스가 말하는 악덕목인 정욕은 통제되지 않은 욕망으로, 성적 욕망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은 적대적인 경향을 띠게 되는데, 여기에는 상대방 안에서 자신을 잃고자 하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친밀감의 행동이 아니다. 비록 친밀감으로 위장을 하지만 실제로는 심각하게 소외시키는 행동이다. 이것은 성욕에서 두드러지고 권력욕, 명예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나눔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사랑으로 극복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실한 만남을 방해하는 모든 장벽을 허물 수 있고, 이 사랑 안에서 더 이상 과거의 나가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7) 생산성 대 침체(Generativity vs. Stagnation)

이 시기는 성인기로써, 이전까지의 단계가 자아정립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이 단계는 정립된 자아를 통해서 이웃과 세계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실천하는 단계이다. 생산성의 우선적인 관심은 자녀를 생산하고 잘 가르쳐서 다음 세대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게 후성설적인 톱니바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계획이나 목표를 성취하는데서 벗어나 이웃과 세계, 생태학적 위기에 대해서까지도 사랑을 가지고 돌보려는 성숙한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에는 스스로의 결함이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다음 세대를 잘 양육하거나 교육하지 못해서 생산적인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치게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인간과 세계에 대해 신뢰가 없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측면이 곧 침체성으로 나타난다. 침체성은 사람들을 돌보거나 양육하려는 동기와 열정이 결핍돼서 형식적으로만 이런 책임을 감당하려고 한다. 자녀를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고만 하지 다음 세대를 위한 마음으로 사랑하지 못할 때 부모는 침체성에 빠진 사람들이다.

인본주의 심리학(마슬로, 로저스, 펄스)에서 말하는 건강한 자아의 모습이란 인간의 기본적이고 자연적인 관심인 자기실현(self-actuali- zation)을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에릭슨이 말하는 생산성의 개념은 인본주의 심리학이 말하는 단순한 건강이론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대해 시카고 대학 신학부의 브라우닝은 에릭슨의 이론이 더욱 심오함을 세 가지를 가지고 주장한다. 첫째로, 이것은 계속되는 세대에 생식적인 문제뿐 아니라 폭넓은 돌봄에 관심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지 자신의 아이들 뿐아니라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것은 상호성의 원리와 양립하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진실로 가치 있는 행동은 그것을 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서 상호성을 고양한다. 이 상호성은 다른 사람을 강화시키는 만큼 또한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을 강화시킨다.라고 재구성한다. 이러한 에릭슨의 상호성(mutuality)이론(또는 동등한 배려)은 '세대에 기초한 이론'위에 세워졌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어른들은 또한 자신 안에 있는 필요들을 채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아들이 어른들의 따뜻하고 인정하는 얼굴을 보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어른들도 유아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유아가 음식물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어머니는 젖을 빠는 아이들로부터 기쁨을 얻는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는 바로 그 행위 안에서 부모들은 그들 자신의 가르치는 본능”(teaching instinct)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셋째로, 에릭슨은 Gandhi's Truth라는 책에서, 생산성의 이론을 확장하고, 자기 희생을 포함하는 것으로 황금률을 재해석하는데, 진실한 행동은...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을 준비에 의해 지배된다. 이것은 비폭력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행동이다.즉, 상처를 받을 준비 다시 말해 자기 희생에 대한 자리를 그의 이론 안에 넣고 있다. 상처를 입음”(getting hurt)은 분명히 상호성을 넘어가는 것이다. 비폭력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더 정당하고 상호적인 행동을 가질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이 고통받고 상처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한 상호성과 정의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으로, 그런 사람은 기꺼이 비폭력적 행동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에릭슨의 이론은 인본주의 심리학이 말하는 자연적 본능에 기초한 정신적 건강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

브라우닝은 에릭슨의 이러한 돌봄의 개념을 논하면서, 에릭슨의 성인기(중년)의 성숙성의 에너지는 단지 중년이라는 단계에만 머무르는 성장의 단계와 목표가 아니라, 인간 삶의 전 영역에 적용되어야 할 삶의 에너지이며 인간의 종교적이며 또한 윤리적 존재가 될 수 있는 심리학적 이유를 제공해주는 핵심적 원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시기의 악덕목인 무관심은 의지의 상실과 싫증냄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우리의 생각과 정서와 영혼이 인생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의해서 압도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저항해야할 다른 악덕목들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남을 돌보지 않는 행위이다. 무관심은 나는 정말 관심 없다. 나는 돌보야하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인생 중반에 이른 사람들은 이제까지 많은 것을 경험해 왔는데, 앞으로도 똑같은 일만 계속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래서 불의나 침체된 결혼,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한 다른 이의 공격 등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종교적 삶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내적으로 심오한 공허감을 가질 수 있다.

무관심을 깨뜨리는 돌봄은 성인이 책임져야할 젊은이들에게 희망, 의지, 목적, 능력, 충실, 그리고 사랑을 가르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돌봄은 아이들이 그들의 덕목을 발달시키도록 하게 하는 성인의 덕목이다. 덕목들은 밖에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만들어지는 내재적 힘이다.

8) 자아통합 대 절망감 및 혐오감(Integrity vs. Despair and Disgust)

노년기에 속한 단계로, 이 단계는 인간의 모든 갈등이 조화롭게 통일되며 성숙한 경지에 도달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첫째로, 자신의 삶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삶을 만족과 감사로 받아들이며,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받아들이고 죽음으로 끝나는 생애주기를 초월하려는 궁극적 관심까지도 갖게 한다.

둘째로, 세대와 세대간의 계속성에 참여하는 일이다. 전 단계의 생산성이 타자에 대한 돌봄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자아통합은 이전 세대와 동지의식을 갖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위해 시공을 달리해서 몸바쳐 일한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셋째로, 유년기의 순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젊은 날의 자만심이나 방어벽이 성숙함으로 흡수되어 거짓이나 위선이 노숙한 순진성’(senile childishness)으로 순화되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부터 지혜가 터져 나오고 만인을 공감케 하는 기지가 넘쳐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런 통합과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대극이 혐오감이나 절망감이다. 자신을 향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하거나 염세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고, 타인을 향해서는 아무리 값진 일을 해낸 인물이라도 경멸하려 든다. 이것은 자신의 후회스러운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려는 것이다. 노인층이 차지하는 인구비례수가 낮았던 과거에는 노인이라는 신분 자체가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장수는 큰 축복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노인인구의 비례가 높고 장수가 보편화되어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혐오감이나 절망감은 늘어갈 요소가 많다. 이 단계는 자신의 삶을 보람있게 평가할 수가 없어서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면 자신을 혐오하거나 절망감으로 보복하는 시기이다.

이때 나타나는 악덕목인 우울은 종종 고독과 거부로 인해 오는 세상에 대한 싫증이다. 이것은 절망이라는 이름 하에 나타나는 여러 감정들에서 보여지는데, 슬픔, 의기소침, 불평, 자기경멸, 타인경멸 등을 들 수 있다. 우울은 잃어버린 대상에 대하여 감정 부여를 하지 않음으로 생겨난다. 프로이드가 제시했던 것처럼, 잃어버린 대상에 대해 감정부여를 하지 않을 때, 그것은 분노나 원망으로 바뀌어진다.

우리가 이전에 관심과 정열을 갖고 투자했던 세계(사람들과 모든 사물들)가 이제는 혐오스럽게 취급된다. 우울의 적대적인 형태에서, 우리는 상실한 대상에 대해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상실에 대해 방어를 하게 된다.

이러한 우울을 깰 수 있는 덕목은 지혜이다. 지혜는 죽음의 면전에서 삶에 대한 초연한 관심이다. 지혜에도 욕망이 있을 수 있으나, 이전의 욕망의 대상을 이제는 멀리서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대해 돌아서지 않으면서도 세상에 대해 포기하는 것이다. 지혜는 우울증의 슬픔을 알지만, 슬픔의 대상에 대해 방어적인 공격을 하지 않는다.

2. 피아제의 인지 발달이론

인지발달의 4단계

1) 감각운동적 지능 단계(sensorimotor intelligence stage, 0-2세)

이 단계는 언어를 사용하기 전이며, 환경에 대한 적응을 모두 감각적 운동과 활동에 기초한다. 배가 고프면 빨고, 손발을 사용하는 등 환경에 반응하는 반사활동의 시기이다. 이때는 자아, 타자의 구별이 없다.

2) 전조작적 표상 단계(pre-operational representation stage, 2-7세)

아동들은 점점 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어 행동을 지향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감각 운동 활동에 의존하는 바가 적어진다. 그러나 실제적인 논리적 조작이 아직 일어나지 않으므로 이 단계를 전조작적 사고 혹은 직관적 사고라 말한다. 이 단계에서 새로운 특성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특히 언어발달과 사회화는 대표적인 특성이다. 언어의 사용은 감각운동기 때부터 시작하여 세계로부터의 자기 구분을 더욱 가능하게 도와준다. 또 언어의 습득은 지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피아제는 언어는 지적 발달에 본질적인 세 가지 중요성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첫째,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활동의 사회화가 닥쳐올 것을 미리 말해 주는 것이다. 그들은 외부의 것에 대하여 이름 붙이고, 기억하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단어가 내면화된다. 아동들은 내적 상태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활동이 내면화된다. 이전까지는 순전히 지각적이고 운동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정신적 실험에 의하여 행동하게 됨을 말한다.

이들의 대화와 단체놀이 면에서 발견되는 특성은 아동들에게는 아직도 자기 중심성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피아제는 이것을 집단 독어라고 표현한다.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도덕적인 판단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아동들은 이기적이거나 비도덕적이다. 그들은 아직도 사물에 대한 느낌이나 관점이 대부분 자신에게 제한된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의 관점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두 개의 다른 관점을 동시에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언어의 발달로 상호 의사 교환이 가능하게 되므로 사회화가 가능해지며, 이런 아동들에게는 규칙성을 갖는 놀이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언어의 상호 작용은 근본적으로는 집단 독어이기 때문에 진정한 사회성은 획득되지 못한다. 규칙성이 있는 놀이도 실시는 되고 있으나, 이 놀이도 진정한 규칙에 따른다기보다는 유동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규칙이다.

이렇듯 피아제는 아동들의 행동과 사고를 자기 중심성이라 특징 지웠다. 즉 아동들은 다른 사람의 역할과 견해를 고려할 줄 모른다. 그는 누구나 자기와 같은 방법으로 생각하며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남도 생각한다고 믿는다. 그는 자기가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자기 중심성은 자아의 발달을 제한한다. 그의 언어와 행동은 거의 자기 중심적이어서 대부분이 비사회적이다. 이제 이러한 상태의 아동들이 또래 집단의 사고와 부딪힐 때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조절하기 시작한다. 이때 자기 중심적 사고는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허물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6-7세가 되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래 집단의 사회적 상호 작용은 자기 중심성을 무너뜨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전조작적 사고가 차차 무너짐에 따라 논리적 사고가 발생되게 된다.

3) 구체적 조작 단계(concrete operational stage, 7-11세)

어린이가 7세가 될 때부터 어린이의 사고 형태는 매우 빠른 변화를 가져온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는 점차로 사라지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고를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 논리적 조작이 발달한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협동심이 발달한다. 한 마디로 말해 참된 사회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구체적 조작기의 사고는 전조작기의 사고를 질적으로 능가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계열화나 분류와 같은 도식들이 나타나며 인과성, 공간, 속도, 시간 등의 질적으로 개선된 개념들이 발달한다. 따라서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들은 전조작기의 사고보다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의 지적 활동을 획득한다. 그러나 이것은 높은 수준의 논리적 조작과 같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이라는 용어는 아동들의 사고 형태를 적절히 묘사한 말이다. 어린이들은 구체적인, 즉 실제적이고 관찰 가능한 사건의 문제 해결만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설적이거나 순수 언어적인 문제에는 그의 논리를 적용시킬 수 없다. 따라서 구체적 조작기는 전논리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의 과도기적 형태를 띠는 것이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이런 자기 중심성으로부터의 해방에서 근본적으로 또래 집단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이제 규칙성을 갖는 게임놀이가 시작되고 집단 속에서 정당한 경쟁 정신도 싹튼다. 이런 능력은 사회화와 도덕적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

4) 형식적 조작 단계(formal operational stage, 12세 이후)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형식적 조작의 사고가 발달한다. 전 단계의 사고 방식인 구체적 조작적 사고기에서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체계화할 수 있고, 포괄적이며 철저하여 모든 사고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 조작기에서는 사건들을 분류하거나 한꺼번에 여러 가지 사건을 연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언어적이고 한층 복잡한 가설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것을 풀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형식적, 조작적 사고는 날개를 가진 것 같은 자유로운 사고 방식이다.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진 청소년들은 경험적인 사건을 초월해서도 사고할 수 있으며 이념적 상태나 규칙적인 규범도 형성할 수 있다. 청소년기 때에는 이렇게 완전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때문에 친구나, 부모, 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가혹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난다.

이때 나타나는 지적 초월은 개인의 삶에 새로운 종류의 사고를 가능케 한다. 구체적 조작기의 어린이들의 사고는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 눈앞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만 사고할 수 있었으나, 청소년기 때에는 삶을 초월한 것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형식적 조작이 가져온 새로운 능력이다. 인지 구조의 발달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하여 청소년기, 청년기에서 거의 절정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평가

구조주의가 지니는 학문적 의미가 그렇듯이 피아제의 이론은 성인과 아동의 인지적 차이는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차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의 인간 이해에서는 성인의 인지적 능력이나 특성이 항상 완전한 상태이거나 표준적 상태로 인정되어 왔고 아동은 미숙하거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따라서 피아제의 이론이 시사하는 것은 각 단계에 있는 인간은 그의 인지적 기능과 가치가 독자적임과 동시에 동등한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특정한 단계에 있는 인간이 다른 단계에 있는 인간을 배타시 하거나 자신의 단계에 맞추려는 강요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발달을 위한 교육과 양육의 책임은 단계별 특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동반적 촉진자로서의 노력에 의하여 수행된다 할 것이다.

3.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

도덕성은 대부분의 종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콜버그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에 대하여 연구하였고, 피아제의 방법에 따라 도덕 판단의 발달 단계를 6단계(각각 두 단계로 이루어진 세 가지 수준)로 분류하는 가설을 세웠다. 이 6단계는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분류한 것이다.

도덕발달 6단계

1) 전관습적 단계(pre-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선악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해석이 신체적이거나 감각적인 행동의 결과에 의하여 된다. 따라서 이 해석은 세력을 가진 사람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대체로 아동기가 해당되며,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발달이 고정된 일부 성인들도 포함된다. 아동의 생활에서는 성인들이 쾌감과 괴로움을 주는 도구가 되며 규칙 또한 그들에 의해서 주어진다. 그러므로 규칙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다만 규칙은 즐거움과 괴로움을 주는 행동이 무엇인가를 지적해 주는 역할만 할뿐이다.

(1) 1단계: 타율적인 도덕성(heteronomous morality, 2-6세)

벌을 피하기 위해 복종하는 단계로,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보상과 벌을 통해 선악을 구분한다. 그러므로 권위와 권력에 복종하는 것은 기본적 도덕 질서를 존중한다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거나 무조건적인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는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구성할 수 있고 연관시킬 수 있는 도덕적 판단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전도덕적 단계이다.

이 수준에 있는 여인은 남편이 임신 때문에 화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는 임신의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해서 낙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그녀는 천벌에 대한 두려움 혹은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타인들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낙태에 반대할 수도 있다.

(2) 2단계: 도구적 교환(zestrumental exchange, 7-12세)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단계로, 아직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점이 다름을 알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식하고 고려하지만, 아직은 효율적으로 이기적 혹은 실용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네가 나에게 잘해 주니까 나도 너에게 잘해 줄 것이라는 식이다. 이런 정도의 사고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규율과 안내와 명령이 요구되어진다.

여인은 남편에게서 호의를 얻기 위해서 혹은 좀더 즐길 수 있는 활동에 더 자유롭게 참여하기 위해서 낙태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또 그녀는 신 혹은 남편이 임신에 대해서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낙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2) 관습적 단계(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가족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가치 있게 지각된다. 이처럼 개인의 기대나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며 충실하려는 것은 그 대상과 동일시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이 수준의 특성은 집단을 귀하게 여기고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어 사회화의 속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수준에서는 자신의 가치의식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집단에서의 소속감이 그 의식을 강화시켜 준다. 연령적으로는 청소년의 특성에 비교된다. 자신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만족을 얻는다. 때로는 극단적인 희생과 고통도 역할 정의와 역할 수행을 위하여 지불한다.

(1) 3단계: 상호인격적 관계(mutual interpersonal relations, 13-20세)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착한 소년, 좋은 소녀라는 표준에 맞추어 행동하려고 한다. 좋은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돕는 것이며 또한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행동이다. 이들은 좋거나 옳은 것 혹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고정 관념화된 이미지와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한다. 비로소 행동이 동기에 의하여 판단되는 때이며 좋은 뜻으로 한 것이다라는 말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초월적인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형식적, 조작적 사고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 질적으로 새로워진다. 따라서 호혜적으로 상호인격적 관점에서 나, 타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직 나와 너의 관계를 넘어서는 사회적 관점은 나타나지 않는다.

여인은 주위 사람들의 기대때문에, 혹은 단순히 남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한편 낙태를 반대하는 그녀의 결정 역시 착한 소녀가 됨으로써 신을 기쁘게 하는 것처럼 외부의 고려에 좌우될 것이다.

(2) 4단계: 사회조직과 양심(social system and conscience, 21-35세)

법과 질서를 지향하는 단계로, 이때 올바른 행동은 규칙에 대한 존중과 교회나 국가처럼 정당하게 구성된 권위에 대한 존중을 요한다. 3단계는 개인 상호간의 제한된 관계였으나, 4단계는 그것들을 포함하고 더나아가서 전체적인 사회 조직과 질서의 관점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 권위와 사회질서를 중요시하다가 단지 사회적인 틀에 맞추게되는 경향도 있다.

이 수준에 있는 여인은 낙태를 원하지 않겠지만 남편이 명령하게 되면 그의 권위를 받아들여서 낙태를 할 수도 있다. 또 여인은 낙태가 교회의 도덕적 기준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낙태를 거부할 수도 있다.

3) 후관습적 단계(post-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일정한 타당성을 갖고 있는 도덕적 가치와 원칙을 따르려고 하게 된다. 이전의 단계들이 사회제도에 대하여 적절한 지각을 갖게 되는 편이라면, 이 수준에서는 모든 제도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찾아내고자 하는 관심을 갖게 된다. 현재의 사회적 제도가 최상의 것인지를 질문하게 되며 때로는 그 사회적 규범을 초월하여 스스로 양심에 비추어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기존 관습을 거슬릴 수도 있는 높은 수준의 원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자기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의 존엄에 관심을 갖는 원리이다.

(1) 5단계:사회 계약-개인적 권리(social contract-individual rights, 36-60세)

4단계에서는 법을 질서유지라는 관점에서 보았지만, 5단계에서는 법 배후에 있는 정신, 즉 개인의 복지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려는 관점에서 보게 된다. 계약의 개념으로 법이 이해됨으로 계속적으로 법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새롭게 제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법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자유로운 합의와 계약이 더 근본적이고 도덕적 의무라는 의미에 대하여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4단계에서는 다수가 찬성하는 법이 민주적인 법이라고 이해되고 소수는 나쁜 것이라는 근거로 법을 준수하나, 5단계에서는 소수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공리적인 원칙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동등성의 원칙이 주장되어, 여성이나 장애자나 소수에 대한 책임 의식이 생긴다.

이 단계에서의 낙태에 관한 결정은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여인은 임신한 아이로 인해서 남편과 아이들에 대해 이전에 행했던 헌신을 다하는 것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낙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그녀는 성행위를 한 결과로서 갖게 된 그 아이를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양육해야 한다는 묵시적인 계약을 한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낙태를 거부할 수도 있다.

(2) 6단계:보편적 윤리 단계(universal ethical principle, 61세 이후)

도덕 판단을 보편적, 우주적 원리에 따르는 단계로, 이 단계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원리는 매우 추상적이며, 이 원리에 대한 자료는 도덕 철학으로 상당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제한적으로 얻어진 것이다. 콜버그가 장기적으로 연구했던 피실험자들 중 어떤 사람도 이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 단계는 십계명과 같이 구체적인 도덕 규칙이 아니라 성서의 황금률과 같이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개념을 채택한다. 이 원리들은 보통 정의, 평등, 개인에 대한 존경 등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개개인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 자, 즉 개인들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칸트의 윤리나, 모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정의의 법 아래서 극단적인 사랑과 비폭력 행동의 보편적 원리 위에서 행동했던 간디나 마틴 루터 킹의 진실된 도덕의 형태를 말할 수 있다.

도덕발달론의 특성

첫째로 도덕발달 단계들은 불변의 연속성(invariant sequence)을 이루고 있다. 극단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은 반드시 순서에 따라 각 단계를 거쳐간다. 전 단계를 순서대로 거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건너 뛸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도덕의 발달은 다른 모든 발달처럼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진행되므로 하룻밤 사이에 지고의 도덕 군자로 변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둘째, 단계들은 계층적 통합(hierarchial integrations)을 이루고 있다. 낮은 단계는 높은 단계의 도덕적 추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높은 단계는 낮은 단계의 도덕적 추론을 포괄하고 이해한다. 단계의 이동은 도덕적 추론을 구성하고 있는 일련의 인지적 구조가 재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낮은 단계의 사람은 바로 윗 단계의 추론에 관심이 끌리게 되는 인지적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발달은 인지적 불균형(disequilibrium)이 생성될 때 발생한다. 도덕적 난관에 부딪쳤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인지적 판단이 서지 못한 상태를 불균형이라 한다. 이러한 딜렘마적 상황에서 현재의 인지적 판단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새로운 인지적 구조로 전환하여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발달의 특성이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 잘 적응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는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

콜버그의 단계들은 목회와 교육을 통해 윤리적 발달을 양육하고자 하는 목표를 조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길리건(Carol Gilligan)은 소년 소녀의 도덕적 발달에 서로 상이성이 있음을 발견하고, 콜버그의 이론이 주로 남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