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P문서종교심리학(8주).hwp

닫기

종교심리학 6주차 제임스 파울러의 신앙발달이론” / 박노권 교수

6주

파울러의 신앙발달이론

파울러의 이론에 따르면 신앙의 성장은 일평생을 통하여 일곱 번의 질적 변화를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한다. 그는 이 신앙의 단계들을 다음과 같이 6단계로 구분한다: 미분화된 신앙(0-2세) , 그리고 그후의 직관적-투사적 신앙, 신화적-문자적 신앙, 종합적-관습적 신앙, 개인적-반성적 신앙, 접속적 신앙, 그리고 보편적 신앙.

1. 파울러 이론의 신학적 배경

파울러의 신앙발달 이론은 신앙을 다루는 신학과 발달이론과 관련된 발달심리학이 교류하여 형성된 이론이다. 이는 그의 이론이 교차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학과 관련하여 파울러의 신앙발달 이론과 가장 밀접한 입장은 트레이시가 주장한 수정주의 신학모델이라고 하겠다. 이 모델은 기독교 전통과 인간 경험을 동시에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 둘 사이의 비판적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이러한 상호비판적 방법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기독교 전통과 현재의 상황과 도전이 동등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전통 신학이 보여주는 입장이나 자유주의 신학이 보여주는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전통 신학의 경우 기독교 전통, 적어도 성서는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성서만이 모든 학문적 입장의 규범이요 출발로서 다른 학문은 단지 신학의 목적을 위해서 시녀로 사용될 뿐이다. 반대로 자유주의 신학에 있어서는 현재의 상황에 지나치게 기울어짐으로써 기독교 전통에 대한 소홀함을 가져왔다. 그러나 파울러의 입장에 있어서는 기독교 전통과 현재의 상황은 둘 다 동등한 입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둘째로, 이 둘의 관계는 상호 비판적 상호관계(mutually critical correlation)이다. 전통과 상황은 대화적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해주어야 하며 서로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서가 당시의 상황과의 대화적 관계 가운데서 기록되었다면 오늘의 신학도 현재의 상황과 도전들과 대화해야 한다.

세 번째로, 이러한 신학적 노력은 항상 교회라는 프락시스(실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천 신학의 본질은 교회를 섬기는 것을 그 본분으로 한다. 교회의 말씀의 선포와 성례의 의미를 재해석하며 개개의 영혼을 돌보고 치유한다. 그리고 개인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일에 참여하며 평신도들이 이 세상 가운데서 사명을 감당하도록 뒷받침한다.

이상의 관점에서 파울러는 한편으로는 리챠드 니버로 대표되는 신학적 전통과 다른 한편으로는 피아제, 콜버그와 같은 구조주의 발달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 에릭슨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이 두 원천(신학과 심리학)을 상호 비평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현대 심리학은 브라우닝의 지적과도 같이 단순히 과학적인 상태를 넘어서서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차원까지 나아가며 이로 인해 신학과의 관계 정립이 필연적이 되었다. 즉, 현대 심리학은 설명적인 학문의 영역을 넘어서서 해석적 학문의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이제 심리학은 신앙의 현상에 대해 신학과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입장을 갖게 된 것이다.

1) 제0단계(영아기와 미분화된 신앙)

이 단계는 태어나서 네 살까지로 원천적 신앙(primal faith), 미분화된 신앙(Undifferentiated faith), 는 단계 이전의 신앙(pre-stage)이라고 불리운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아직 신앙의 단계라고 부르기에는 이르며 오히려 신앙의 기초가 되는 덕목들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뢰나 불신, 희망과 좌절, 용기와 비겁 등은 비록 신앙과 동일시되지는 않지만 장차 신앙을 이루는 기초가 된다는 뜻이다.

먼저 미분화된 원초적 신앙의 경우 신앙의 방식은 무의식이라는 방식을 이용한다. 아직 언어나 사고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무의식이라는 채널을 통해서 신앙은 전달되고 체득된다. 파울러는 이 단계를 설명하면서 정신 분석학의 발견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이 시기를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프로이드처럼 결정적인 시기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으나 후일의 신앙 발달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인 만큼 특별한 관심을 부여한다. 더구나 이때의 경험은 대부분 무의식의 세계에 저장되므로 훗날 좀처럼 깨닫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우리의 행동이나 삶의 방식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이 시기는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을 제공하는 사람(주로 어머니)과의 상호성의 관계와 신뢰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통해서 신앙을 형성한다. 만일 주된 돌봄자로부터 신뢰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불신과 절망과 같은 자질들이 인격의 밑바닥에 자리하게 된다.

2) 제1단계(직관적 투사적 신앙, intuitive-projective faith)

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로 이 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상력의 사용에 있다. 어린이들은 아직 환상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며 환상의 세계를 실재의 세계로 여기며 주로 자신의 감정을 사용하여 세상을 대한다. 따라서 아직 세상과 자신이 구분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나 대상이 자신과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한다. 아직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방식이 아닌 감정적이고도 도덕적인 범주들이 사용된다. 즉, 사랑, 미움, 두려움, 선함, 악함 등의 감정들이 주로 선호된다. 특히 상상력의 사용은 가장 중요한 도구이며 이 때 얻은 이미지들은 오랫동안 영향을 끼치게 된다. 논리적인 가르침이 어떤 사물에 대한 뼈대와 부분들 간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상상력은 그 사물의 전체적 그림에 관여한다. 그러므로 비록 상상력이 그 표현에 있어서 불명확하고 모호하기는 하지만 논리에 의한 지식 못지 않게 오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특히 신앙의 중심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강조를 두어야 한다. 이때 이야기식 말하기(story-telling)가 가장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그 전달하는 방식과 어린아이들의 배우는 방식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요셉을 색동옷 입은 아이로만 기억한다거나 야곱은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로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이들의 신앙은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며 그들의 신앙적 행동, 태도, 본보기 등은 이들의 신앙 형성에 강력하고도 영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모가 여전히 가장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자기를 의식하는 시기로서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이기적이 된다. 이는 부정적 의미에서의 이기적이 아니라 아직까지 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처음으로 성과 죽음을 의식하게 되며 자신이 속한 문화나 가정이 가진 금기사항(타부)도 깨닫게 된다.

3) 제2단계(신화적-문자적 신앙, mythic-literal faith)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시기로서 많은 경우 청소년 시기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성인들까지 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도 있다. 이 때 어린이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야기나 신앙, 관습 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이 시기의 어린이들에게는 소속감이 중요한 욕구이다. 이때는 피아제가 말하는 구체적 사고가 가능하므로, 자신의 경험을 순서적인 일렬의 사건으로 정리하게 되며,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 이는 인간 관계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 시기에 상호 공정성을 중시하는 도덕의 개념을 갖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화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의 사고가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문화 인류학과 비교 종교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공동체가 궁극적인 실체를 기술하고 그 실체와의 관계에서 일상의 삶을 정의하는 설화를 말한다. 공동체는 신화를 제공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사회나 심지어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해석적인 틀을 제공하며 이로써 공동체를 형성하며 공동의 정체를 창조한다. 하나님을 바라보되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상징이나 신앙을 문자적으로 바라보기에 문자적이라 명한다.

4) 제3단계(종합적-관습적 신앙, synthetic-conventional faith)

대개의 경우 청소년들의 개인의 경험이 이전의 시기에 비해 크게 확장된다. 가정을 넘어서서 학교, 일터, 또래 집단, 거리, 대중매체 등이 그들의 삶의 자리에 들어온다. 이제 다양한 집단을 경험함으로써 신앙은 정리되며 종합되어야 한다. 이 시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논리적 사고의 성숙에 있는데, 추상적이고 가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대부분의 신학적 개념들이 이해된다. 이러한 사고의 성숙은 관점 채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의 느낌, 생각, 관점, 기대에 민감해지며 이것이 자신의 신앙이나 도덕, 정체 형성의 기초가 된다. 그러기에 이 시기의 신앙은 동조의 신앙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자기 자신의 깊은 반성이나 선택, 또는 비판 없이 암시적으로 형성된 신앙이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 정체로서 이는 내가 누구냐?라는 질문이다. 어린이와 어른간의 전이적인 단계에서 오는 자기 혼란, 그리고 여러 상황에서 다가오는 자기 역할의 정체(identity)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자기의 경험 영역이 크게 확장됨으로 인해서 여러 환경에서 자신의 모습이 각각 다르게 나타남을 경험하면서 이로 인해 괴로워한다. 왜 나는 여기서는 이런 모습, 저기서는 저런 모습을 가질까? 왜 나는 자신 있는 모습을 갖지 못할까?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이러한 관심에서 주위의 중요한 사람의 기대에 호응하려고 애쓴다. 아직 신앙에 대해서는 깊은 인식이나 반성 없이 수용한다. 관습적이라는 표현에서 파울러가 콜버그에 의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콜버그에게 있어서 관습적이라는 의미는 자기의 도덕적 판단이 자신의 집단에 의존한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파울러의 신앙 역시 자기가 속한 종교적인 집단에 의존하고 있음을 말한다. 집단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므로 아직 자기의 신앙을 객관적이고도 반성적인 관점에서는 바라보지 않는다.

5) 제 4단계(개인적-반성적 신앙, individuative-reflective faith)

대개 청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나타나며 이전의 신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신앙의 성장에 관한 한 신앙의 거듭남이라 할 수 있다. 이전 단계까지의 신앙이 주위에 의지한 신앙이라면 4단계의 신앙은 자신의 신앙, 또는 자주적인 신앙이라 할 수 있다. 3단계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체 문제로 인해 몸부림친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은 신앙에도 나타나서 청년기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깊은 반성이 일어나며 자주적인 신앙을 가지려는 노력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제는 남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을 가지려 한다. 청소년기까지의 신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신의 신앙이라기 보다는 남에게 또는 자기가 속한 기관에 의존된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부모의 신앙이요, 주변 사람의 신앙이요, 교회의 신앙이다. 그러나 이 시기가 되면서 스스로 신앙을 가지려고 애쓰며 자신의 신앙에 대해 반성하며 자주적인 결단에 의해 실존적인 신앙을 가지려고 한다. 자신의 헌신, 삶의 스타일, 신념, 태도에 대한 책임을 심각히 결정하고 감당해야 하기에 대부분의 경우 깊은 갈등과 고통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신앙이 남에게 의존되어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요, 자기 신앙의 공백 현상을 느끼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3단계에 머물러 일평생 신앙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3단계에서 4단계로의 전이가 힘든 이유

신앙발달단계에 있어서 3단계에서 4단계에로의 전이가 가장 힘이 든다고 파울러는 보았다. 교회의 경우 많은 청년이나 대학생들이 신앙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갖거나 교회를 떠나게 되고 아니면 다른 신앙의 집단에 참여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 받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로서 교수방법을 지적할 수 있다. 많은 교회 교육의 경우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을 사용함으로 개개인의 고민이나 갈등과 분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고민이나 갈등, 또는 회의는 신앙의 성숙을 위한 몸부림이라기 보다는 신앙의 성숙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신앙문제로 갈등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신앙이 살아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성장하려고 애쓴다는 증거로 이해하여야 한다. 리차드 니버가 신앙의 성장은 영원한 정신과 마음의 혁명이며 끊임없는 삶의 혁명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갈등과 고민이 없는 신앙은 좋은 신앙이 아니라 죽은신앙이 될 수 있다.

지나친 전통 중심의 교육,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 개인의 참여나 고민이 허용되지 않는 획일적 교육방식은 자칫 개인의 신앙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개인은 다음 단계의 신앙으로 나아가려는 고뇌나 갈등 내지는 회의에 대해 자칫 이러한 노력이 마치 불신앙의 결과처럼 부정적으로 비춰질 때 신앙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더구나 이들의 시기에 대한 독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많은 교회가 이들을 성인 그룹과 합류시켜 버림으로 인해 더욱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렵다.

* 4단계로의 전이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

상당한 수의 성인들은 이 전이의 과정을 넘기지 못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정적 신앙의 모습을 갖게 된다. 먼저 신앙을 포기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즉, 기독교 신앙이 자신에게 더 이상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기독교 신앙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신앙이 전달되고 해석되는 내용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반대로 신앙의 경직화 현상이 나타난다. 자신의 실존적인 신앙을 갖는 노력을 포기할 경우 공동체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반성 없는 신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신앙의 모습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신앙은 자신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신앙 공동체에 많은 어려움을 준다.

* 이 시기의 특징

이 단계는 아직 이분법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는 단계인 만큼 지나치게 성숙한 사고나 신앙을 요구하는 교육 방법은 초기에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후기로 갈수록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대화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신념, 신앙체계를 형성하려고 하기에 이건(Kieran Egan)은 이 단계를 철학적 단계라고 명명한다. 이 단계를 신학화의 단계라고도 할 수 있으며 신앙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신학적 체계를 갖추도록 도전하고 격려해야 한다. 어느 시기보다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설명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때는 상징들을 개념적인 의미로 바꾸기에 비신화화’ (demy- thologization)의 단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단순히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그 개념적인 의미를 찾게 됨으로써 상징이 갖는 고유의 특성은 의미를 상실케 된다.

6) 제5단계(접속적 신앙, conjunctive faith)

대개 30대 중반 내지는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이 시기는 신앙의 내적인 성숙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단계에서 나타난 여러 삶의 갈등과 역설들이 포용되기 시작하며 이제는 이분법적인 태도가 아니라 대화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자칫 이를 타협이라고 볼 수 있으나 타협이라기보다는 인정과 포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 자신의 신앙적 입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면서도 결코 폐쇄적이지 않으며 다른 입장과 가능한 한 대화하려고 애쓴다. 자신의 내면의 깊은 소리를 듣기 시작하며, 자신의 배경과 환경을 넘어서서 관심의 폭이 넓어지며 삶의 좌절과 부정적 현실이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속한 집단(부족, 가문, 종교적인 소속, 국가 등)에 제한 받지 않고 도덕적으로 헌신하는 모습이 보인다.

성서적 공동체 형성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은(지도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이들은 교회로부터 소외당하기도 한다. 이들이 갖는 개방성이나 포용성이 교회 자체의 전통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7) 제6단계(보편적 신앙, universal faith)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단계로서 파울러는 이 단계에 관한 설명을 주로 문헌에 의존하고 있다. 극히 발견하기 어려운 단계이며 영원에 대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모든 존재를 포함하며 온전히 자신의 신앙에 따라 사는 모습을 나타낸다. 파울러는 이 단계에 속한 사람으로서 본 회퍼, 마틴 루터 킹, 테레사 수녀, 간디 등을 들고 있다. 물론 이들이 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신앙에서는 모든 인간적인 조건들은 별 의미가 없으며, 위의 예에서 모든 종교의 사람들이 포함된 것처럼 종교적인 차이까지도 중요하지 않다. 대신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믿는 절대적인 선 또는 진리에 따라서 삶을 살아간다.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자신의 삶 속에 실천하는 신앙을 말한다.

3. 파울러 이론의 평가

파울러의 이론은 신학을 비롯한 여러 심리학을 사용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콜버그의 이론적 틀을 기초함으로써(훗날로 가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인간 이해까지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상이 아니라 점차로 개선되어 가는 인간과 세계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전적 타락과 같은 전통적인 죄 이해는 상대적으로 약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스승 니버가 주장한 죄인으로서의 인간 이해나 에릭슨이 말하는 인격의 부정적 측면들이 시간이 갈수록 소홀히 다루어진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파울러가 볼 때, 죄는 일차적으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미래의 가능성의 완성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향성이다. 자신의 신앙발달 이론 구조로 볼 때에는 어느 한 단계에 정체되어 영구적으로 머무르거나 단계의 성장을 방해하는 힘들이 바로 죄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신앙의 발달에 있어서 끊임없이 라고 부를 수 있는 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발달 가능성을 전적으로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정체시키거나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성장하려는 의지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전적 타락을 주장하는 전통적 개혁 신학의 죄 이해에 대해 수정할 것을 요구하며, 피아제와 콜버그를 중심으로한 발달 심리학적 죄 이해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구원이란 온전함”(wholeness), 완성” (complete- ness)의 의미를 경험케하는 것이라 한다. 현대인들은 그들 자신과 자신들의 삶에 있어서 건강하고도 온전한 영상(picture)을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병리학적 연구들(정신분석학을 가리킴)은 현대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연구들은 단편적이 된 현대인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대신 발달 심리학자들은 병리학적 연구에서 도래한 분류와 분석적 용어들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우리의 불편함(dis-ease)은 죽음에 이르는 병(sickness unto death)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건강에 이르는 병(sickness unto health)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파울러에게 영향을 준 신학자 니버의 경우 전통 신학의 입장을 따라서 인간의 전적인 타락을 주장하지만 파울러는 죄란 주어진 하나님의 뜻을 어기게 하는 가능성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이것은 구조주의 발달 심리학의 영향으로 인한 새로운 죄 이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신학적 해석은 전통 신학을 현재의 상황과 도전에 대해 응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단순히 전통 신학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과학적 탐구들이 주장하는 인간 이해의 결과에 기초해서 전통 신학을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 과학적 탐구들은 무조건적으로 인간의 타락과 무능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구원의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이는 경험적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는 전통적 신학은 현대의 상황과 도전이 들려주는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1981년에 신앙의 발달단계가 출판된 이래 그의 이론은 본격적으로 기독교 교육을 비롯한 여러 실천 신학의 영역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그의 신학과 일반학문을 종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위에서 본 바처럼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적 신학의 상황에서 그의 이론이 갖는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단일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 강요했다. 이로 인해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신학적으로 하나되는 장점(?)을 가졌으나 다른 신학이 등장할 때마다 교회는 분열을 경험했다. 이제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수용되는 신학적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파울러의 신앙이론은 교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오늘날 실천 신학의 발달은 신학과 일반 학문간의 광범위한 대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파울러는 제학문간 대화에 앞장서서 신학과 심리학과의 대화를 상호 보완적으로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정리:  발달 심리이론 도표

연 령

피아제(J. Piaget)

파울러(J. Fowler)

    콜버그

에릭슨(E. Erikson)

유아기

(0-2)

감각운동기

sensori-motor

미분화된 신앙

primal faith

 

0-1 기본적 신뢰

     불신

1-3 자율성 대

     수치심, 의심

4-5 주도성 대

     죄책감

초기

아동기

(2-6)

전조작적 사고기

preoperational

직관적-투사적신앙

intuitive-

projective faith

전관습적 단계

1.타율적도덕성

heteronomous morality

2.도구적 교환

zestrumental exchange

 

아동기 

(7-12) 

 

구체적 조작기 

concreteoperational 

 

신화적-문자적신앙 

mythic-literal faith 

6-11 근면대 열등감 

      Industry vs. 

      Inferiority 

청년기

(13-20)

형식적 조작기

formal operational

종합적-관습적신앙

synthetic-

conventional faith

관습적 단계

3.상호적인인간 관계

mutual interpersonal

relations

4.사회조직과 양심

social system

andconscience

정체성 대 정체성    

혼돈 

Identity vs. 

Identity Confusion 

 

초기 

성인기 

(21-35) 

 

개인적-반성적신앙

individuative-

reflective faith

친밀감 대 고독 

Intimacy vs. 

Isolation 

 

성인기 

(36-60) 

 

접속적 신앙 

conjunctive faith 

후관습적 단계

5.사회계약, 개인권리

socialcontract-

individual rights

6.보편적윤리 단계

universal ethical

principle

생산성 대 침체 

Generativity vs. 

Stagnation 

성숙기

(61-  )

 

보편적 신앙 

universalization     faith 

통합 대 절망, 혐오 

Integrity vs. 

Dispair and 

Disg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