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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심리적 건강과 영성:
좋은 만남을 위하여
박 노권(목원대학교 신학대학 목회와 상담 교수)
1부
* 좋은 만남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 및 수용하는 넓은 마음
2부
I. 들어가면서
지나치게 합리적이고 이성 중심적인 오늘날 시대 흐름에 대한 싫증과 또 눈에 보이는 물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가져온 정신적 공허감 등으로 무언가 신비적이고 현실을 초월할 수 있고 자기 내면의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드려다 볼 수 있는 영성이라는 것에 대해 현대인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바람직한 영적 성숙(영성)을 위해서 인간의 감정과 심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주는 심리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근거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기독교 영성
(Christian spirituality)
종교적 영성
(Religious spirituality)
일반 영성 (Non-religious spirituality)
II. 영적 성숙을 위한 심리학적 접근의 필요성
영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물론 이것은 사람들이 영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먼저 심리적인 성숙이 있어야 하거나 모든 심리적인 갈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자마자 영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심리적 갈등과 문제들은 우리가 이러한 영적 부르심에 응답함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제한을 가할 뿐 아니라 부르심 자체를 듣지 못하도록 우리에게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많은 요소들이 인간의 전인건강을 지향한 성장을 막을 수 있다. 유년기에 있어서 성숙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던가, 충격적인 위기(가족의 사별, 이혼, 사고, 실직, 중병, 전쟁 등)도 이런 요소들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들--사랑을 주고받으려는 욕구,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 안전과 음식, 내적인 자율성을 위한 욕구,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는 욕구 등--을 충족하지 못할 때 고통을 받게 되고, 이러한 고통은 영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40대의 한 여인이 자신이 겪고 있던 심리적 갈등과 괴로움의 문제가 상담과정에서 해결되면서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는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 글의 일부분을 소개해본다.
신앙생활한지도 벌써 14년째, 처음부터 체험신앙으로 남다른 열심은 있었지만 그에 비해 사탄의 역사도 유달랐다. 열심히 기도와 말씀 읽기, 교회봉사, 금식기도, 철야기도, 작정기도, 하나님 말씀을 생명을 걸고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의 얼굴은 늘 어두웠고 가슴 속은 늘 답답하고 괴롭기만 했다... 그 때문에 나의 눈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급기야는 죽음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기도와 말씀으로만 치유할 수 없던 부분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마음을 방황의 늪 속으로 끌고 들어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알콜 중독, 무분별한 성행위, 가정과 자녀들에 대한 무책임, 특히 나는 중간에서 무수히 많은 매를 맞았다. 그리고 엄마의 가출, 계모의 등장으로 집을 쫓겨나게 되었다. 불과 7살 짜리 꼬마애가 13살 때까지 겪어야 했던 일들이었다....나의 가슴 속에 응어리 진 분노와 증오는 여기에서부터 나왔음을 결국 심리학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고 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서서히 얻을 수 있었다... 나의 마음이 서서히 무너짐을 느꼈으며 하나님은 나의 기도에 응답을 하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갖기 쉬운 오해 중 하나는 기독교 영성은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인 반면에 정신치료는 자기를 강화하고 자기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를 포기하기 전에 먼저 자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왜냐 하면 우리가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오로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의 글에서 보듯 억압을 가져오게 되고 영적 성장을 가로막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은 참 자기(true selves)가 아니라 거짓 자기이다.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거짓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이고, 심리학은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가로막는 거짓 자기에 대해 분석을 하고 참된 본래의 자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고, 진실된 자기를 또 진실된 인생을 더 깊이 경험하지 못하도록 막는 거짓 자기를 십자가에 못박는 것은 정신치료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우상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을 때, 우리는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우리 자신을 아는 일에 비로소 자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적으로는 힘이 있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정신적으로 건강해 보이지만 인간의 영적인 의미추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외관상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정신적인 성장과 영적인 성장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신적 성숙이 요구된다. 정신병자나 자기-보호막에 갇혀있는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영적성숙(예, 죄로부터의 자유함을 누림이나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고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깊어짐 등)에 이르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비록 거듭남을 경험했다 할지라도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경우에는 자기초월 능력이 손상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갖는데 제한을 받게 된다.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의 완전을 이루려면 나의 죄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인간의 사랑은 보통 조건적이며 결핍동기에서 나온 것으로서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사랑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온전한 사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치료를 해야 한다. 여기에 심리학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III. 영적 성숙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의 근거: 전인적 존재
인간의 심리적인 면들과 영적인 면들을 서로 분리시키게 된다면, 즉 영(spirit)이란 것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는 인간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한다면 전인으로서의 인간은 단지 일부분만이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면, 하나님을 찬양한다고 할 때, 우리의 몸과 마음과 감정이 함께 하는 것이지, 심리적인 감정이 없이 오직 영으로만 찬양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와 영적인 차원에 대해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될 때 이것은 영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1. 이분법적 사고의 문제점
극단적으로 영적환원주의와 심리적 환원주의의 예를 들 수 있는데, 여기에서 영적환원주의는 모든 것을 영적인 측면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널리 알려진 아담스(J. Adams)이다. 그는 기질적이 아닌 모든 심리적 문제들의 원인을 개인이 지은 죄 때문이라고 본다. 즉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영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문제들을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제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죄를 들추어내어 그것을 고백하고 회개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그는 본다. 물론 그는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에 성공한 여러 예를 들고 있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죄로 보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영적환원주의 경향과는 다르게 정 반대로 심리적 환원주의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생각으로 모든 문제들을 심리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프로이드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심리적인 견지에서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종교도 인류의 우주적인 강박증적 신경증, 그리고 유아신경증에 비유하면서 심한 심리-환원주의적 견지에서 보았다. 종교에 대한 프로이드식의 설명은 우리로 하여금 그 경험의 심리적 토대들을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고, 우리로 하여금 잘못된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도 줄 수 있지만, 경험 자체를 설명해준다고 볼 수 없으며, 우리에게 그 경험의 본질이나 의미 혹은 가치에 대한 어떤 것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심리환원주의가 또한 갖고 있는 문제이다.
2. 심리-영성의 전인적 접근
심리와 영성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그럼 이 둘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성경에 보면 몸, 혼, 영과 같은 개념들이 있는데, 이것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인적인 개념에서 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성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점은 구약성서에 잘 나타나 있는데, 구약에서는 영육의 분리가 아니라 영육합일체로서의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우리는 영을 소유하거나 혹은 몸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육체화된 영인 것이다. 이것은 신학적인 논쟁이 예상되지만 간단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구약 초기에는 아브라함, 요셉 모세 다 죽어 장사지냈다고만 나오는 것에서 보듯이 죽음이후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러다가 스올 사상이 나오는데, 이곳은 육은 땅에 가고 영은 하늘로 가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이다. 지금 우리는 이원론적으로 영육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당연시 되지만, 당시는 이런 구분이 없었다. 그냥 죽으면 가는 곳으로 영육의 구별이 없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에도, 몸과 마음 사이에는 긴밀한 상호 관련성이 있다. 정서상태라든지 인지작용과 같은 심리학적 변인들이 뇌의 화학작용을 변화시키고 계속해서 몸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외상(trauma)이나 세포조직의 손상과 같은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변화들 또한 뇌의 화학작용을 바꿀 수 있으며, 따라서 정서 상태나 사고 작용 그리고 다른 심리학적 변인들을 수정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음과 몸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병에 걸린다는 것은 우리의 몸이나 신체기관의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전인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 심리학에서는 대부분 인간의 초월적 요소인 영성에 대하여 소홀히 취급해왔지만, 칼 융의 개성화를 통한 자아실현, 아브라함 마슬로의 절정경험을 통한 자아실현, 아사지올리(Robert Assagioli)의 보다 높은 자아실현, 제랄드 메이의 명상심리학, 빅터 프랭클의 의미요법, 클라인벨의 영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초인격 심리학적인 접근 등은 영성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으며, 이런 이론들은 심리학과 영성과의 조화를 강조하며 기독교 영성의 폭넓은 이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융의 이론은 심리-영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영적 성장과 관련된 그의 견해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은 개성화(individuation, in-dividuation 즉, “나눌 수 없음”이란 뜻으로 의식과 무의식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융은 이 개성화를 자아-의지(ego-will)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묘사하면서, 그것을 종교적 과정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적 경험이 없이는 인간이 삶의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고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심리와 영성을 통합해서 보게 하는 융의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에 있어서 상징이 하는 중요한 역할을 발견한 것은 종교생활에서 상징과 예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듯 융에게 있어 영성과 심리학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론 융의 내면화된 하나님은 전적으로 어디에나 계시는 하나님이신 반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내재적이지만 동시에 초월적이기도 하다. 즉 하나님의 구원에는 우리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월성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융의 하나님 이해에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그가 심리학과 영성의 조화에 대해서 나름대로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IV. 심리학적 접근의 공헌
기독교 영성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은 처음부터 그 한계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영성이란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심리학은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경험이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하나님 이미지는 다룰 수 있어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계시된 하나님을 말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성은 위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심리학적 접근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심리학 특히 인본주의 심리학의 자아실현, 자기배려, 자기존중에 대한 주장은 더욱 효과적으로 전통적인 이웃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신학과 심리학의 유비
신학 |
심리학 |
죄 |
갈등 |
구원 |
수용 |
성장 |
자아실현 |
그리고 대상을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통합된 대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계선 인격구조를 가진 사람은 신앙생활에서도 때로는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하나님으로 때로는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 하나님으로 양극화된 신앙의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에 따라 아주 만족스럽고 이상적인 하나님으로 경배하다가, 하나님이 그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에는 큰 좌절과 절망감을 느끼고 신앙을 과소평가 한다. 결국 하나님을 언제 어느 때나 그를 항상 사랑하시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분으로 안정되게 믿는 것에 어려움을 갖는다. 이러한 심리구조를 설명해주는 심리학의 도움으로 올바른 영성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회심의 체험이 있고 신앙생활에 열정이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잦은 죄책감과 우울증, 열등감의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더 깊은 영적 훈련을 위해 기도를 하고, 성경을 보고, 집회에 열심히 참석을 해도 여전히 그들 내면에서 들리는 “좀 더 잘해봐, 아직 충분히 않아”라는 음성 때문에 영적인 좌절을 맛보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낮은 자존감은 인간관계를 굴절시키고, 삶의 순수한 동기를 파괴하며,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초래하고, 그리고 참된 신앙생활을 방해할 수가 있다.
심리학은 바로 이런 낮은 자존감의 원인들을 규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의 완전주의적 양육방식과 방치, 거절, 학대 등의 경험은 유아의 무의식 속에 깊이 기억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낮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해준다.
또한 낮은 자존감은 사고의 왜곡을 불러와 모든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한다. (예를 들면, 한 여자가 나를 싫어한다고 했을 때 모든 여자가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잉일반화). 결국 하나님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신앙생활도 강박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남들보다 성경을 많이 읽고 기도를 열심히 하거나 봉사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늘 열등감에 시달리고 만족이 없게 된다. 늘 "아직도 부족해"라고 생각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사고의 왜곡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중 하나는 REB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이다.
이러한 낮은 자존감은 그 뿌리가 깊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적 통찰력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영적인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일반 심리학의 한계는 분명히 지적해야하나, 영성에 있어 장애가 되는 자존감의 문제를 분석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심리학의 도움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영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을 신체, 심리, 영성의 전인적 존재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V. 심리적 통찰력을 활용한 영적 성숙의 방안
1. 성숙에 이르는 5가지 단계
1) 자신을 이해하기: 낮은 자존감의 문제를 직면하라
2) 자신을 수용하기: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3) 하나님의 관점으로 자신을 보기: 자신의 자존감을 상향 조정하라
4) 완전주의 성향의 탈피: 자신에게 현실적인 요구를 하라
5) 자신을 개방하기: 지원그룹을 활용하라
2. 심리적 건강이란?
1)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어떠한 갈등 들이 있었는지 분석을 하는 것
2) 인간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갖는 것:
남성과 여성의 성격 차이, 노인과 젊은이의 사고 차이, 철학과 신앙이 서로 다름을 이해 함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자기중심적인 틀에서 모든 것을 보려는 자기애적 인격 장애에서부터 치유되는 것.
3) 유연성있는 경계선을 자신의 삶에서 그을 줄 아는 것
4) 자신의 삶에서 치유적인 경험을 하고, 남에게 좋은 학습 모델이 될 수 있게 함
5) 갈등 해결에 실패도 있음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짐
6) 분노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적절히 다룰 수 있어야 함
* 비표현성의 문제
* 분노를 자신의 감정으로 인정하고 건전한 분노 처리로 갈등을 극복하도록 함.
VI. 현대 심리학이 말하는 건강과 그 한계: 도덕규범의 상실
1. 도덕규범의 상실 원인
1) 다원주의의 영향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권위의 중심이 그 영향력을 잃는 경향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하나의 도덕규범을 요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소위 상대주의적 가치관이 오늘날 사람들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류사회는 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문화, 하나의 사고방식, 하나의 가치관, 하나의 생활양식, 하나의 종교만이 유일한 것으로 군림하는 사회가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 서로 다른 사고방식, 다양한 가치관, 색다른 생활양식, 상이한 종교들이 함께 어울려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피할 수 없는 오늘의 상황에서 이혼에 대한 문제도 어느 한가지 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대적 흐름이 이혼에 대해 어떤 도덕규범을 제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2) 심리학의 영향: 프로이드와 로저스
심리학은 더 이상 상담 기술만이 아니라 오늘날 문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Philip Rieff: "20세기에 들어서 심리학적 인간(프로이드)과 종교적 인간(미국 청교도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칼빈)이 싸웠는데, 심리학적 인간이 승리하였다.“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보다 심리학의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언급하는 말이다.
(1) 프로이드
프로이드는 그의 심리학이 도덕적이거나 형이상학적 생각을 갖지 않는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했다. 초자아를 도덕성의 중심으로 본 프로이드는 만일 초자아가 너무 억압한다면 사람은 신경증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어떠한 가치관이나 도덕 규범을 제시하는 것을 회피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종교 역시 사람들을 억압하게 하는 역기능이 많기 때문에 이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칼 로저스
로저스의 “비지시적 상담이론”에 따르면, 외부에서 주어지는 가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요한 것은 그 결정이 무엇이 되든 내담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에 의해 어떤 결과가 선택되더라도 완전히 허락해야 하며, 그것이 내담자의 온전한 성장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예,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숀박사가 윌이라는 청년을 상담할 때 보여주는 태도)
* 도덕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보는 심리학은 목회상담 이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씨워드 힐트너를 통해 목회상담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CPE에서도 일대일 상담 상황에 대한 관심(개인의 느낌과 감정에 대한 강조)으로 인해 사회적 경험에 의해 축적된 가치관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 기독상담의 역할: 도덕규범의 회복
1) 현실적 필요성
사람들은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가치와 의미를 필요로 하는데 낡은 권위주의와 그동안 사회를 떠받치던 가치관의 붕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관 혼돈을 겪게 하고 있다. 특히 이혼 (낙태나 동성애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은 규범이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혼돈을 느끼는 문제이다. 오늘날 서구 사회의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는 오랫동안 사회를 지탱해오던 전통적인 권위와 도덕적 가치관들이 무너지고, 이에 대신할만한 새로운 가치체계를 찾지 못한 채로 개인의 자유만을 강조하면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강조하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각 사람의 억눌려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격려하여 우리 사회가 평등 개념과 다양성을 수용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율과 자유만을 강조함에 따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축적된 지혜나 권위를 무시하는 풍조가 생기게 되었다. 이것은 목회(기독교)상담의 영역에서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사회의 가치관이나 윤리를 제쳐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예를 들면, 로저스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혼외정사도 가능하다는 법을 제정하는 캠페인에 앞장 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에게 정신 건강을 위해서 혼외정사를 처방한다고 하면, 혹 순간적으로 성적인 억압에서는 해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양심의 고통이라는 더 큰 문제를 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구, 예를 들면,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부부간의 지속적인 사랑에 대한 욕구 등이 있는데, 한 가지 욕구 때문에 다른 것을 잃게 되어 삶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삶의 행복을 위해서는 내담자의 윤리적인 삶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윤리적인 맥락에서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가치의 혼돈은 점차적으로 삶의 문제, 심한 경우 정신적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2) 신학적 근거
기독교는 사랑과 용서, 은혜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율법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예수님도 반율법주의자가 아니고, 초율법주의자였으며, 바울도 믿음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삶의 실제적 안내를 위한 올바른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VII. 나오면서
많은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참 진리를 깨닫고 구원받았음을 고백하며 영적 성숙을 위해 노력하나, 또 다른 한편으론 심리적으로 열등감이나 갈등을 건전하게 다루지 못함으로 마음에 갈등과 고민이 있는 것을 보아 오면서, 바른 영적 성숙을 위해서는 심리학적 통찰력의 도움이 필요함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목적 없는 삶, 의미 없는 삶은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인격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사람들은 좌절이나 상처의 경험 때문만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 때문에도 정신적인 질병에 걸릴 수가 있는데, 융도 심리적인 문제들은 영성적인 질병에서 그 뿌리를 발견할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영성에 대한 강조는 오늘날 목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적인 차원에만 일방적인 관심을 갖고 영성적인 문제들과 얽혀있는 심리-사회적인 요소들을 소홀히 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온전한 건강을 얻을 수 없게 되리라는 것도 분명한 현실임을 밝혀보았다.
영성이란 궁극적으로 자기 초월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인간의 깊은 갈망으로 인격의 중심부에서 생기는데, 이것은 일반 영성과 종교적 영성뿐만 아니라 기독교 영성에 있어서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심리학적 접근은 기독교 영성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성의 본질에 대한 이해라든지 인격 내에서 영성이 차지하는 위치와 관련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심리적 건강은 영성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성숙을 이룬 사람은 참으로 좋은 만남을 이루어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심리학에서 말하는 건강의 한계를 철저히 직시하며 활용해야 하는 지혜가 오늘날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