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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요구와 학생의 미래를 반영하는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주민등록인구는 2601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7%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국토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집중해 있는 것이다. 어느 언론사에서는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2개(53.3%)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주의 단계까지 포함하면 213개(93.0%)에 달하는 등 기초지자체 10곳 중 9곳이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사실 대한민국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점점 비대화하고 과밀화되는 반면 지방은 쇠퇴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방소멸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산에 있다. 감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이 1이하로 떨어졌던 2018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0.98명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2047년엔 대한민국의 229개 시·군·구가 모두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날로 심화하는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지방소멸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물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젊은이들은 수도권으로 몰려드니 지방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수도권은 점점 비대해져 가는 반면 지방은 고사 직전에 이르는 등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대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지역의 대학은 매년 신입생 충원을 걱정해야 하고, 대학 등록금 동결이 십수년간 이어지면서 대학의 재정상황 또한 더욱 어려워졌다. 지역소멸 위기는 대학의 위기이며, 대학의 위기는 국가와 사회적 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학과 지역이 동반성장하고, 대학이 지역의 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상생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비수도권 지역과 지역대학이 처한 현실과 위기 대응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지역대학을 살리는 길이 곧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인식 아래 핵심 주체인 대학과 지역의 각 주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최근 대학을 둘러싼 정책 환경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RISE) 체계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인프라와 전문성을 토대로 지역이 가진 수요와 문제에 기반한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함으로써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고,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은 물론 정주여건까지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가 소속한 대학 또한 '지역과 함께 하는 상생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대학이 가진 우수한 자원과 전문성을 지역의 수요에 연계하고 맞춤화해 다양한 협력사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대학생 미래동행 프로젝트, 우수한 청년창업자 발굴·육성을 위한 청년창업지원센터 운영, 지역 기업과 산학공동 기술개발과제 수행 및 경영·기술 지도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기술 중심의 전통적인 산학협력을 넘어 공유·협업의 대상을 지역사회로 확장해 지역과 대학에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장기간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지역과 대학은 모두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제 대학은 기초학문 교육과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상아탑 기능을 넘어 지역사회 혁신을 이끄는 구심체로서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대학은 지역의 혁신과 발전을 주도하는 핵심주체로서, 또한 지역은 대학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비로소 지역도 살고 대학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지역과 대학의 공존 방안을 찾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