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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요구와 학생의 미래를 반영하는2017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60세 정년이 법제화됐지만 사회구조 변화로 정년 연장이 또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62세나 65세로의 정년 연장을 담은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임금피크제 폐지도 주장한다고 한다. 한편, 정부는 유연한 노동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9년 개정 고령자고용법에서는 2020년부터 1000명 이상 기업은 1년 이상 재직 50세 이상 근로자가 정년이 도래하거나 희망퇴직 등의 이유로 퇴직할 때, 퇴직 3년 이내에 경력컨설팅ㆍ직업훈련ㆍ취업 알선과 같은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한다.
이러한 기업 현장의 요구와 정부의 시도는 노동시장 활성화와 경력개발 후기로 접어든 근로자가 갖는 불안감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정작 근로자의 개별 계약을 강화하자는 논의는 시작조치 못 하고 있다. 국내 근로조건은 포괄적이고 집단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근로계약은 회사와 근로자 개인 간 맺는 것이지만 정작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 내용은 다를 바 없다. 단체협약으로 근로조건이 결정되고 있어 근로자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근로조건 저하도 불가능하다. 정년도 단체협약과 법에 의해 포괄적으로 결정되는 사항 중 하나다.
근로자 개별 계약 강화는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루어져야 하는 논의다. 그러나 얼마 전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사실상 초기화됐다. 관련해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이해관계자가 타협하는 절차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근로조건은 '근로자 집단'과 사측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고정적 인식에도 변화가 없다.
일본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용관계를 다룬다. 일본은 노동계약법을 제정해 근로자 개별계약 개념을 강조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합리성이 인정되면 근로자 과반 동의와는 무관하게 근로조건이 저하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노동계약법 제10조의 사회적 합리성 요건이 인정되면 일방적인 급여 삭감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근로자의 개별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낮추기란 여전히 쉽지 않으며, 법원도 보수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노동계약법 제정과 시행으로 다각화하는 고용관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했고, 노동 유연화 요구가 커졌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한다.
지방 의용소방대의 정년을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년도 수요와 공급의 영역에 있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정년 연장과는 대척점에 있는 산업계 구조조정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대대적 조직개편과 전환배치를 통한 인력 유출 최소화를 목표로 한, 필자가 20년간 주도한 구조조정에서 입증한 사전실사 요건이다. 인력생산성(HCROI), 노사 무관 위인설관과 조직중복(Redundancy), 저성과 고인건비자와 고성과 저인건비자(Meritocracy), 사적 단체의 경영권 침해(Encroachment) 등이 그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나 정치야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그 단체가 조직규율을 자기 편리대로 깨뜨렸다면, 조직 효과성도 함께 허문 것이므로, 이미 그 조직은 고강도 구조조정 돌입상태다. 노동시장에 동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