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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열정, 그것이 우리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 인간과 신의 경계에서 울려 퍼지는 물음. 당신의 믿음은 안녕하십니까?”
짧지만 울림 있는 이 물음은 연극 페다고지의 시작이자 끝이다. 작품의 제목은 페다고지(Pedagogy)에서 차용되었다. 페다고지는 ‘가르침에 대한 이론, 방법, 철학’을 의미하며, 어린이(pais)를 지도하다(ago)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교사가 학습자와 관계를 맺고 교육 과정을 이끌어가는 전문적이고 철학적인 실천 행위를 뜻한다. 이번 공연이 페다고지라는 이름을 지닌 것은, 관객을 단순히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라 사유와 성찰의 길로 이끌어가는 연극적 교육의 장으로 초대하기 위함이다.
극의 무대는 변두리 마을의 술집 애니웨어. 장로의 기도가 현실이 되어 술집은 몰락하고, 사장은 장로를 법정으로 불러세운다. 술집의 몰락이 신의 뜻인지, 인간의 집착이 낳은 폭력인지 관객은 끝내 확신할 수 없다. 바로 이 모호함이 극의 힘이다. 관객은 이야기 속 갈등을 따라가며 결국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돌린다. “내 믿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페다고지는 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부 연기전공 졸업생들의 무대답게 신선하고 실험적이다. 기존의 교리극이나 사회극과는 다른 형식으로, 웃음과 아이러니를 자유롭게 활용해 긴장을 풀었다가 다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을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이고, 때로는 함께 노래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극장을 공동의 체험의 장으로 바꾼다. 이는 학부 시절 다져온 연기적 역량과 졸업 이후 더욱 단단해진 무대 감각이 어우러진 신선한 실험이다.
공연명: 연극 페다고지
기간: 2025.09.17(수) ~ 09.21(일)
장소: 대전 이음아트홀
시간: 평일 19:30 / 토요일 16:00·19:00 / 일요일 15:00
관람 등급: 만 14세 이상
러닝타임: 약 90분
티켓 가격: 일반 30,000원 / 재관람·학생 21,000원 / 예술인패스·국가유공자·복지카드 18,000원
이번 공연은 백훈기 연출(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부 교수)의 지도 아래 무대에 오른다. 그는 작품 속에 철학적 사유와 유희적 실험을 동시에 담아내며, 졸업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훈련을 사회적 발언이 가능한 창작극으로 발전시켰다.
출연진은 모두 목원대 연기전공 졸업생들이다. 조우진(장로), 전유승(사장), 조민기(목사), 김다진(판사), 오수빈(여자), 이기화(남자), 김시원(장로부인), 곽민석(장로아들)이 각자의 상징성을 지닌 캐릭터로 무대에 올라 극의 긴장과 아이러니를 완성한다. 이들의 연기는 거친 에너지 속에서도 진정성과 솔직함을 드러내며, 젊은 예술가만이 줄 수 있는 활기를 무대에 불어넣는다.
페다고지는 단순한 졸업생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신념과 욕망, 위선과 집착을 향한 집단적 질문이며, 관객을 새로운 길로 이끄는 하나의 연극적 교육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자리에서 남는 것은 단 하나의 질문이다. “나의 믿음은 과연 안녕한가.” 그러나 이 질문은 단순한 종교적 사유에 머물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사회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진실을 향해 확장된다. 극장은 더 이상 무대와 객석으로 나뉘지 않는다. 연극은 교육처럼, 또 철학처럼, 관객을 이끌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유의 길 위에 세운다.
페다고지는 그렇게 관객에게 하나의 체험을 남긴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흔들고 깨우는 조용한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