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SION OF ARCHITECTURE
목원건축, 세계를 디자인하고 건축의 미래를 열다생각을 뒤돌아보니 이전에 길에 대한 것이 있어 올려본다.
완주에 있는 화암사를 가는 길이다. 이 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찰과는 달리 아담한 크기의 건물과 마당을 가지고 있으며, 또 차에서 내려 그 곳으로 걸어가는 길은 일반 사찰과는 다르게 협곡을 따라가는데 그 기분이 묘하게 다가온다.(지금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웅회하는 길이 있지만...) ‘절로 가는 길’, 이것은 항상 우리에게 하나의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매개체적 역할을 하는 곳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속세를 벗어나 해탈의 세계로, 나무들에 의해 그림자 지운 길을 따라 가다보면 환하게 등장하는 마당, 이러한 모든 것이 단순히 길로서의 의미보다 삶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구로가와(黑川紀章; 일본 건축가)는 「길과 건축」에서 ‘도(道)의 건축’에 대해 말했는데, “도시를 유기화 하려고 하는 수단으로서 가로를 건축공간화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화암사로 가는 길은 단순히 길이 아니라 건축공간으로 다가온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지나가는 좁고 높은 이곳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며 바위라는 특성으로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전면 지향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
언어란 사람들로 하여금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간화, 유기화란 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말의 유희는 이미 우리의 정신 속에 있어왔던 생각을 말로만 변형했던 것이고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아마 서구에서는 Road, Street 등 장소와 장소를 연결시키는 기능적인 선으로서 길을 생각했으며, 따라서 여기에 장소적, 공간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지도 모른다. 우리의 말 ‘길’, 한자로는 ‘道’는 서구의 그 것과는 다르다. 이 곳, 절로 가는 길, 바로 우리의 조상들이 정신적으로 창출한 바로 그 공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