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SION OF ARCHITECTURE
목원건축, 세계를 디자인하고 건축의 미래를 열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담론을 제기하였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구원자 네오와 가상공간 매트릭스 프로그래머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이 프로그래머는 자신을 “I"m the Architect."라 소개한다. 인터넷이나 관련된 책을 뒤져보면 영화에 나오는 이 프로그래머에 대한 다양한 해석-대문자 A로 시작되었을 때 ‘신’을 의미하기도 한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 해석이야 어찌되었건 매우 친숙한 단어를 접한 순간 적잖은 충격을 가졌다.
사실 "architecture"라는 단어는 건축의 영역뿐만 아니라 컴퓨터 관련 영역에서도 ‘시스템의 구조나 설계’라는 함의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재미있게도 두 영역에서 "program"이나 ‘design"이란 단어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들이 언뜻 보면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같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건축프로그래머인 William Pena는 ‘Problem Seeking(1977)"이라는 책에서 이 둘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프로그래밍은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Programming ; Problem Seeking)’이고 디자인은 찾아낸 ‘문제점을 해결해가는 과정(Design ; Problem Solving)’이라는 것이다. 비록 저자는 건축분야에서의 접근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가 내린 명쾌한 해석은 앞에서 제기되었던 두 단어의 본질을 잘 설명해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단어의 관계를 살펴보면 전후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문제를 알지 못하면 문제를 푸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치 시험장에서 문제도 보지 않고 연필을 굴려 답을 작성해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해프닝은 실제 우리의 설계수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뭔가를 만들어 내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비단 수업을 뛰어넘어 우리들 개인의 환경과 삶을 설계(life-design)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찾아내거나 살펴보려하지 않고 장밋빛 인생만을 그리며 계획만 무성하거나 우울한 미래에 사로잡혀 쉽게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건축가(architect)는 디자이너(designer)이자 그 이전에 프로그래머(programmer)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공간의 the architect는 바로 현실세계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건축수업 그리고 우리의 삶에 있어 문제만 풀기에 급급한 반쪽짜리 architect는 아니었는가? 문제를 풀어내는 힘을 기르는 것도 어렵겠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도 그 이상으로 어렵다. 우리는 훌륭한 디자이너임과 동시에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동시에 건축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훌륭한 architect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시작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서 시작된다. "What is our problem?’
2009년 목원건축신문에 게재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