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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쓰리칼럼

작성자문** 등록일2022.07.09 조회수198

채널쓰리칼럼2022-1

 

"아날로그 학기"

 

겨울의 장마는 멎었습니까?...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멎었다. 어두웠던 밤의 흔적을 지우고 아침을 맞이한다. 동력을 잃은 엔진의 삶에 대해 고심해 본다. 쓰임을 잃은 물체는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지난 2년간 수납되었던 나의 삶을 켠켠이 개고 있다. 나는 세상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딛는 중이다. 이렇게 나의 이야기는 시작이 되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2019, 대학 입학을 앞두고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준비 중이었다. 바쁜 일상을 지키느라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설렘이 가득한 하루를 보내곤 했다. 평소 계획 세우기를 좋아했던 나는 누구보다 앞장서 일정을 짜내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 전날 느끼는 불안한 기우들은 늘 곁들어 있는 것임으로 이번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거실 TV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전파되고 있다. “, 그게 내 일상에 문제가 되겠어?” 부산 여행이 취소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이슈가 대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족의 행선지였던 부산 근처는 한 종교집단 감염으로 떠들썩했다. 금방 지나가는 장마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잔잔했던 나의 일상에 조금의 파장도 일지 않을 거라 자만했다. 사회는 천천히 봉쇄되었다. 장마는 출근을 막지 못했지만, 바이러스는 인간을 사이버 공간으로 가두었다. 소파 위의 스마트폰 액정 위로 메시지가 울린다. 입학한 대학의 개강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변화된 삶에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했다. 잦은 이사와 변화된 가족 환경으로 늘 안정된 삶을 동경해 왔다. 계획에 있어서 차질이 생기면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곤 한다. 여행의 불발보다 사회의 변화가 더욱 날카롭게 스며들었다. 변화된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회는 '봉쇄되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무난하게 사람들과 교류하며 수업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왜인지 사회는 '봉쇄되었고', 어딘가에 갇힌 기분이었다. 디지털 발전의 한계를 통감한다. 어딘가에 의해 지배받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세상 밖으로 마스크 전쟁이 시작되었다. , 우리 집도 우산이 없는데. 긴 장마가 계속된다. 눅눅한 공기의 습도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금방 갤 줄 알았던 비는 며칠, 몇 달, 그리고 한 해를 넘기며 끈질기게 인간을 쫓았다. 우산 없인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지금 태어나 세상을 마주한 아이들은 변화가 아닌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외출하기 위해 옷을 입듯이 우산을 필수로 챙긴다. 멎지 않은 장마에 쫄딱 젖을지 모를 테니까 말이다.

역시 사이버 공간은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는다. 장마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자만했다. 괜찮을 거라 믿었다. 대체될 수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부수적이란 의미이다. 절대적일 수 없다. 차가운 모니터 화면 너머로 면식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떠돈다. 나는 과연 그들과 함께인 것일까?. 우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간을 공유하고 나누며 소통했다. 그러니 장마가 낳은 간 극은 무시할 수 없이 차곡차곡 쌓여 깊은 괴리감을 양산해 냈었다. 그런데 드디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비가 차차 멎어들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세상으로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젖은 우산이 쥐어진 반대편 손등 사이로 메시지가 울렸다. "2022년 목원대학교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과 큰 만족감을 가지며 이번 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즐거웠고 즐거웠다. 점수가 잘 안 나와도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동기야 후배야 친구들아 다음 학기에도 아날로그수업으로 만나자! 즐거웠어!”

 

20 박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