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총장] 이것이 진정한 "학생중심대학" 이다
2010. 10. 1(금) 일자
충청투데이(cctoday@cctoday.co.kr) 첨부
백화점이나 호텔 그리고 음식점 여기저기서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겠다고 난리들이다. 왜 친절하게 대하는 걸까? 친절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흔히들 대학을 철밥통이라고 한다.
왜 이런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얘기가 국민들 사이에 인식되어진 걸까? 불친절해도 문을 안 닫으리라고 믿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택권이 학생이 아닌 대학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의 친절의 개념은 곧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대학은 어느 대학이고 단 한군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만이 가득하다.
필자는 지난달 1일 오전 8시 30분에 총장 직무를 시작했다. 그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7시 30분이면 출근한다. 정책위원회도 오전 8시에 회의를 개회하고 있으니 보직교수 이전에 동료의 입장에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샌드위치로 공복을 달래줘야 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총장이 되기 전에는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저건 저렇게 처리하면 될 텐데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당사자가 되고 보니 내 의도와는 달리 일부분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여 더러 섭섭하기도 하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강의실과 캠퍼스를 둘러보는 데는 총장이라는 직책보다는 교수의 입장이 우선이었다. 특히 밤새 공부했거나 아침 일찍 그룹 스터디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교수들이 강의하기 전에 학생보다 일찍 교육현장에 나와 점검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책위원회의 또한 보직보다는 가르치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준비에 지장 없도록 9시 이전에 마치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결론은 참으로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고 있다. 온탕은 필자에게 좋은 얘기 일 테니 접어두기로 하고 냉탕 얘기는 대개가 이렇다.
총장이 1시간 30분을 앞당겨 출근하다보니 정작 바빠진 것은 직원들이다. 정신없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속도를 좀 조절해 달라거나 심지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려온다. 이런 볼멘 이야기들이 언뜻 수긍이 가는 듯싶지만 솔직히 표현하자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총장이 되기 이전 교수 입장에서 늘 느껴왔던 일이지만 수업은 9시 정시에 시작된다.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교수나 직원들이 학생들과 똑같이 9시에 출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가 보직이라도 맡으면 수업시간 보다는 회의에 우선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데 뭐가 정신이 없고, 속도 또한 어떻게 조절하라는 말인지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총장이 되더니 예전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당연히 예전의 나보다는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장 선거 기간 중에 받은 질문이었다. ""왜 총장이 되려 하느냐""는 것이다. 그때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분은 멋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최근에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대답이 간단명료했다. ""1시간 30분 먼저 출근합니다"" 였다. 그분이 박장대소하며 ""맞아요 맞아요"" 라고 하며 손을 잡아 주었다.
필자는 총장에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학생이 중심이 되는 대학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공언했다. 학생중심대학이라고 하니까 죄다 식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아니 학생이 중심이 되지 않는 대학을 표방하는 곳이 어디 한 곳에라도 있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학생중심은 선택권이 학생에 있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대학이 말하고자 하는 학생중심대학의 시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불편하면 총장을 비롯한 교수, 직원이 함께 모두 불편을 느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잠을 설치는 대학으로 보면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