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 세계로, 함께 성장하는 열린대학
MOKWON UNIVERSITY
“시민에게는 장애인 인식개선, 학생은 실천적 체험”
27년째 이어진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의 장애체험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닷새 앞둔 15일 오후 1시 대전 서구 도안동 목원대학교 문화콘텐츠대학 앞 광장에는 사회복지학과 학생 200여명이 집결해 있었다.
사회복지학과에서 27년째 진행하고 있는 장애체험 가두행진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조를 나눠 휠체어를 타거나 눈에 안대를 하고 손에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들고 우리 대학 정문을 향해 출발했다.
시각장애 체험에 나선 학생들은 손을 잡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케인과 발끝에서 전해지는 점자블록 등을 느끼며 한발 한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학생들이 평소 어렵지 않게 걷던 교정이었지만 문화콘텐츠대학 광장을 출발하자마자 주춤거리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장애체험이 아니었다면 문화콘텐츠대학에서 정문까지 10분 정도의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은 30여분이 지나서야 정문에 도착했다.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은 금세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한 학생은 “방금 시작했는데 벌써 땀이 난다”며 “학교 밖 도로는 이동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이날 2개 코스로 나눠 대학 주변과 대전역 등에서 장애체험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우리 대학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대전 유성구 궁동 소재 온천교까지 4㎞ 구간을, 또 다른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중구 문화동 서대전공원에서 출발해 대전역까지 3㎞ 구간을 행진했다.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는 1996년부터 매년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휠체어를 타거나 안대를 하고 케인을 이용해 행진하는 식이다.
비장애인이 알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 등을 시민에게 알리고, 학생들에게는 실천적인 체험을 통해 전문성을 함양시키자는 취지다.
오후 2시쯤 장애체험 행렬이 정문을 나와 차로를 건너려고 하자 버스와 차들이 잇따라 지나갔다.
교정은 그나마 안전한 편이었다.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은 건널목으로 이어지는 인도의 끝 지점 경사 때문에 휠체어를 붙잡느라 긴장한 모습이었다.
휠체어를 타는 한 학생은 미끄러져 차도 쪽으로 넘어질 뻔하기도 했지만, 주변 학생이 잡아줘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건널목에서 인도로 연결되는 4㎝ 높이의 블록에도 휠체어가 걸려서 동료의 도움 없이는 지나기 힘들었다.
안대를 하고 케인에 의존해 걷던 학생들은 인도를 지나 가로수에 부딪힐 뻔 하기도 했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도로에 시각장애인에게 건널목을 알려주는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누군가에겐 큰 어려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휠체어 체험에 참여한 사회복지학과 1학년 구자민씨(20)는 “비장애인에겐 대수롭지 않은 작은 장애물 하나하나가 장애인들에게는 높은 산이란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됐다”며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은 물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키우기 위한 장애인식 개선 활동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학생들은 팀이나 개인 단위로 사전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거나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 포스터,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물 등을 제작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오는 27일 평가 회의를 통해 장애체험을 통해 느낀 점과 장애인을 위한 제도 개선 방은 등을 보고서로 작성해 공유할 계획이다.
이상우 사회복지학과 학과장은 “장애체험의 장은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증진을 촉구하기 위한 캠페인 중 하나”라며 “장애인식 개선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인식과 가치를 체험하는 필수적인 활동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권혁대 총장은 “비장애인 학생들이 장애로 차별받는 장애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번 체험을 계기로 예비 사회복지사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