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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기 교수 작연출, 제주 4·3사건 평화협상 다룬 연극 ‘협상 1948’ 대학로 무대 올라
“제주 주둔 제9연대장 김익렬과 무장대 총책 김달삼은 수만 명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다. 대망의 1948년 4월 28일 운명을 뒤바꿀 테이블 앞에 마주한 두 사람. 제주도민의 운명이 걸린 이 협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제주 4·3사건 평화협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연극 <협상 1948>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우리 대학 연극영화영상학부는 백훈기 교수가 극을 쓰고 연출한 연극 <협상 1948>(제작 아신아트컴퍼니)이 다음 달 10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고 17일 밝혔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재조선 미국 육군사령부 군정청(미군정)의 강압을 계기로 벌어진 민중항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만 명의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남로당 제주도당 산하 350여명의 무장대는 1948년 4월3일 제주에서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미군정은 군과 경찰, 서북청년회(우익 단체) 등을 동원해 남로당의 봉기를 진압했다.
이 사건으로 1954년 9월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 정도인 3만명의 주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48년 미군정의 지시로 무장대 진압에 나섰던 국방경비대 제9연대의 김익렬 연대장은 “동족상잔(같은 겨레끼리 서로 해침)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1948년 4월28일 무장대 책임자인 김달삼과 평화협상을 벌였다.
이들은 전투 중지와 무장대 측 신병 보장 등을 최종 합의했다.
다만 평화협상은 며칠 뒤 휴전 기간 벌어진 제주읍 오라리 방화사건으로 파기됐다.
연극 <협상 1948>은 제주 4·3 당시 군과 무장대가 벌였던 평화협상을 재구성했다.
백훈기 교수는 그들의 대화와 긴박한 협상 현장을 지켜보던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작품에 녹였다.
이 작품은 2020년 초연 후 ‘4·3평화인권 마당극제’와 ‘동아시아민중연극제’에 공식 초청을 받아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명연기를 펼치는 신스틸러(주연 이상으로 주목받은 조연) 김형범이 무장대 김달삼 역을 맡았다.
연극 <선을 넘는 자들>, <뼈의 기행>을 통해 검증된 연기력을 선보이는 20년차 베테랑 배우 이준영은 김익렬 연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천의 얼굴 신예 조우진, 각자의 매력을 담은 소녀를 그려낼 조은진, 이지은 등 명품 배우들도 캐스팅됐다.
<협상 1948>은 4·3평화인권 마당극제에 2년 연속 초청돼 8월22일 제주도에서 공연하고, 올해 중 대전과 전남 순천에서 각각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백훈기 교수는 “제주 4·3은 일제를 청산하고 분단되지 않은 온전한 독립국가를 세우자는 제주 주민의 요구가 국가폭력에 의해 짓눌리는 가운데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낸 뼈아픈 우리의 역사”라며 “더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하고 더욱 많이 논의되어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백훈기 교수는 이어 “가슴 아픈 역사를 대면하게 하는 이 작품이 오늘의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많은 이들이 작품을 통해 평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